무덥고 무더웠던, 여름날의 샤먼 오원
정말 무덥고 걷기 힘들었던 샤먼의 날씨에 집미학촌 산책로의 끝에 가경공원과 오원을 만났다. 여기에서 공원그늘 아래 잠시 쉬고, 중국스러움이 가득한 공원을 걸으며, 또 샤먼의 넓은 바다와 땅, 하늘, 고층건물 없이 조용한 동네 지메이구의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입구가 어딘지 모르고 허둥지둥 하는 나에게 중국인이 다가와 저기가 입구라고 알려주었다. 그리 멀리 있는 입구도 아닌데 정신이 없었는지 입구라는 글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어디로 가야하지를 찾고 있었다니....
쉬어갈 수 있는 스탠드를 지나 조금 더 걸으면, 이제는 또 해안가가 나온다.
사실 나는 샤먼이 섬이기 때문에 곳곳에 해안이 참 이쁠거라 생각했는데 , 사실 그리 해안가가 이쁘지는 않다. 중공업시설이 보이는 하이창구의 해안은 더더욱 공장과 맞물려 매력적이지 않았고, 해수의 깊이가 낮은지, 해안가는 모래는 있지만, 물이 깊지 않고 지저분해 보이는 해안가도 꽤 있기 때문이다.
물론, 깔끔한 산책로와 시원한 물을 만나볼 수 있는 해안도 있지만, 작은 섬 안에서도 그 격차가 생각보다 꽤 있다는 느낌이 컸던 터라, 샤먼은 바다를 보러 오기 보다는 예쁜 도시의 모습을 만나는게 더 매력적 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안가를 조금 걸으며 지나치고 나면, 바로 앞에 멋진 뷰를 담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페와 음식점 그리고 편의점이 있는 가경공원 입구를 만날 수 있다.
1. 진가경
사실 집미학촌에 오기 전에 인물에 대한 공부까지 하고 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우리나라, 또 중국 속에서도 꽤나 이국적인 도시 샤먼을 이쁘게 바라보고 오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어딜가든 그 곳의 역사와 인물은 장소성과 관광의 요소를 가지기 마련이다. 집미학촌 자체가 진가경이라는 인물을 빼 놓고 얘기할 수 없는, 그로 인해 이루어진 마을이다보니 그를 기리기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그 곳의 시작이 바로 가경공원이며, 공원과 이어져 오원, 진가경기념관이 하나의 특색있는 여행지로 알려져있다.
진가경은 싱가포르는 물론 동남아지역에서도 크게 성공한 화교로 이후에 지메이로 돌아와 화교로써 처음 설립한 샤먼대학부터 지메이에 소학교, 중학, 대학등을 설립하였다 .이후 1949년 부주석에도 올랐고, 조국을 위해 헌신하다 1961년 베이징에서 사망했다.
역사적 의의를 가진 진가경을 위해 지메이구에는 현재 집미오원경구가 설립되었으며, 경구 안에는 진가경의 묘와 가경공원 그리고 진가경기념관이 포함되어 있다.
2. 가경공원
이쯤되면 지메이구에서 가경공원까지 우연일지라도 함께 걸어온 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운 날씨에 함께 걸으며 오는 길이 이쁘기 때문에 오는 내내 재미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땀도 나고 힘들었던 날이다. 그래도 입구에 들어서서 보니 잘 왔구나 느낀 가경공원. 유명한 먹거리가 있거나, 아기자기한 골목길도 있어서, 먹거리와 예쁜 핫플을 찾아보고 싶다면, 앞에 위치한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시간을 보내보는 것도 좋다. 나는 걷는 내내 집미학촌을 느끼기에 충분했던 산책이었던 만큼, 골목길투어 보다는 그냥 내 발걸음이 닿는대로 걷는 것도 좋았다. 또 다시, 샤먼여행을 하게 된다면 이곳에서 만나는 산책로를 조금 더 느긋하게,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달려보는 것도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가경공원의 입장료는 무료 였으며, 출구를 돌아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중국의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따. 중국식 공원의 영벽이 가득한 곳, 빨간색 건축물로 이루어진 회랑의 느낌 역시 비로소 중국이구나 라는걸 느낀다. 샤먼이 중국 내에서도 이색적인 자연환경과 문화를 가진 곳의 느낌이 들었다면, 가경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그래도 중국이구나! 라는 느낌을 물씬 받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중국식정원을 좋아하는 편이다. 수공간과 오르락 내리락 하는 낮은 계단과 회랑과 같은 요소들을 절묘히 섞어둔 중국정원은 굉장히 나에게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곳이다. 가경공원은 오원을 포함하여 매우 규모가 넓게 설계되어 있어 볼거리도 풍성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공원이라 부담없이 앉아 무더운 날씨에 선선히 부는 바람을 잠시 느껴보기에도 좋다.
3. 오원 鳌园 (아오위안)
중국 푸젠성 샤먼에 위치한 원림 오원은 1950년 아오터우궁 이라는 작은 사당이 있던 자리에 진가경이 세운 원림으로 지메이해방기념비, 진가경 능원, 창랑 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념비의 뒷면에는 마오쩌뚱 지메이해방기념비 라고 적혀있고, 그 묘비 주변에 그의 주요 업적을 담은 15폭의 부조상이 새겨져 있다.
집미해방기념비는 4층의 화강석으로 만들어져 있고, 높이는 28m이다. 마오쩌뚱 이라는 글은 1952년 5월 진가경 선생이 모택동을 초청하여 썼다고 하니 더욱 특별한 장소였던것 같다.
이날 내가 방문했을 때에도 중국 현지인들의 투어가 한창이었다. 부조상을 보며 굉장히 열변을 토하며 설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역사적으로 샤먼에서도 의미있는 장소로, 중국인들의 본토 샤먼투어를 할 때 들르는 여행코스 중의 한 곳 이었다.
사실 내가 중국인이라면 역사적인 이야기가 굉장히 와 닿고 중요할 수 있겠지만, 나는 샤먼의 바다와 이국적인 야자수가 있는 중국내의 독특한 풍경을 보러 온 관광객이라 그런지, 역사적인 이야기보다는 중국이 가진 풍경, 그리고 화강암으로 만들어낸 독특한 건축양식 등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오벨리스크 처럼 거대한 건축물 앞에서 사진도 한장 담았다. 화강암으로 깔끔하게 바닥까지 마무리가 되어 있고, 하늘은 구름한점 없는 맑은 하늘이었다. 그 곳에 꼿꼿이 서 있는 거대한 상징이 오원의 중요성을 새삼 한번 더 느끼게 해주었다. 역사적인 의미와 관광지로써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은 가경공원. 샤먼 집미학촌역에서 가장 끝자락에서 만나는 샤먼의 집미학촌경구로도 유명한 이곳 까지 걸어보는 마지막 여행지였다.
▶ 가경공원 입구
어쩌면 샤먼 집미학촌역에서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무더운 날씨에 처음 온 곳에서 이리저리 둘러보며 오느라 시간이 더 소요되거나 내 생각에 더 오래 걸렸다는 느낌도 들었다. 아마 다음에 가게 되면 '여기가 이렇게 가까웠나?' 라고 생각할 만큼, 첫날은 어려웠지만, 두번째는 왠지 더 친근해질 것 같은 공원 입구였다. 중국이라면 어디에서나 보는 문주, 가경공원은 정문으로 바로 들어설 수 있지 않고, 측면에 있는 입구를 통해 입장이 가능하다. 바로 앞에 가게들이 있는데 그 사잇골목으로 들어서면 가경공원 인근의 맛집과 예쁜 핫플을 만나볼 수 있다.
▶ 샤먼 바다를 바라보며.
샤먼은 기후가 우리나라만큼 추운 날이 없고, 굉장히 무더운 곳이라, 한여름은 열기가 어마어마하다. 그만큼 잠시 그늘속에서 쉬어갈 수 있는 장소는 여행하며 만나는 소중한 쉼터 이기도 했다. 중국의 건축양식과 푸른 하늘 그리고 곧게 벋은 나무와 붉은 꽃이 매력적인 공원 속 쉼터, 바로 앞에 샤먼의 바다를 바라보며 쉬어갈 수 있다.
▶ 오원 입구
오원으로 들어서는 입구가 가경공원 중간 즈음에 원형의 작은 정원공간과 주변의 나무, 그리고 뒤편의 오벨리스크 처럼 크게 솟은 기념비, 그 중앙을 중심으로 우뚝 서 있는 입구를 만날 수 있다. 중국의 건축양식을 고스란히 만나볼 수 있는 형태로, 양쪽의 처마가 쭉 솟은 모습이 이색적이다. 안에는 사진과 벽면의 부조를 이용해 역사적 스토리를 전시해두었는데, 사실 나에게는 그들의 표현력에 감탄하게 되지만, 그 많은 스토리를 하나하나 이해하기는 역부족이었다.
▶ 기념비
오원은 굉장히 차분한 느낌이 든다. 진가경이라는 인물의 업적을 기리는 곳이자, 샤먼 집미학촌의 의미있는 공간이라 그런지 엄숙한 느낌이 있다. 모든 곳이 돌로 깔끔하게 마감되어 있고, 주변에는 군더더기 없이 고스란히 기념비와 묘비를 향해 집중하게 한 느낌이 강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우뚝 선 기념비를 보며 이곳은 가만히 있어도 무언가 집중하게 되는 힘이 있는 공간같이 느껴졌다.
무더운 여름날 햇살이 내리쬐는 공간에 더욱 고고해 보였던 오원의 기념비. 역사적인 의미를 알지 못해도 가경공원은 걷는 것만으로도 샤먼의 시원한 바다와 깨끗한 하늘이라는 자연환경을 만끽하기 충분한 여행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