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서 배운 진실, 정말 진실일까?
나는 '주니어 생글생글'이라는 어린이 경제 신문에 만화를 만든다. 그 만화를 모아서 만든 책이 '나도 경제왕'시리즈다. 요즘 주제는 세계 경제사라 자료를 찾아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난번 넘긴 원고를 본 작가가 내게 물었다.
“차장님, 그런데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 소크라테스가 한 말 아닌 것 같아요. 혹시 알고 계셨어요?”
“뭐라고요? 아니, 그거 당연히 소크라테스 말이죠. 독배 마실 때 했던 말로 알고 있는데요?”
작가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요, 자료를 찾아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이거 확인 좀 해보셔야 할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해 처음엔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교과서에서 그렇게 배웠는데, 이게 와전된 거라니. 혹시 잘못된 정보를 본 게 아닐까 싶어 바로 검색을 시작했다. 그런데 검색창에 몇 가지 키워드를 넣어보자 정말 충격적인 결과들이 쏟아졌다.
‘악법도 법이다’는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아니었다. 이 표현은 고대 로마의 법률 격언인 Dura lex, sed lex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게 됐다. “법이 가혹할지라도 그것은 법이다”라는 뜻이다. 게다가 이 말을 일본의 법철학자 오다카 도모오가 1930년대 자신의 책에서 썼고, 이게 와전되어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퍼졌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2004년에는 우리나라 헌법재판소가 당시 중학교 교과서에서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고 했다는 내용을 수정하라고 요청한 적도 있었다.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믿었던 이야기가 이렇게 와전된 사실이었다니,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했다.
사실 플라톤이 쓴 크리톤에 소크라테스의 독배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부당한 판결을 받았지만 탈옥하라는 권유를 거절하고, 법을 지키는 길을 택한다. 당시의 정의에 대한 고민과 결심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여기에도 “악법도 법이다”라는 문장은 나오지 않는다.
“와... 이거 교과서에서 그렇게 배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내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하자, 작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요. 저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이야기라 처음엔 안 믿기더라고요. 근데 다시 찾아보니 진짜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아니었더라고요.”
“그럼 이걸 만화에 어떻게 담아야 하지?”
그 질문에 나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도 사실은 시간이 흐르면서 또 다른 모습으로 바뀔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어릴 적 교과서를 펼쳐 들고는 그 안에 담긴 모든 게 진리라고 믿었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세상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간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배운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그게 정말 맞는지 스스로 질문하는 태도가 아닐까 싶다.
사실 소크라테스의 말은 플라톤이 쓴 책 '크리톤'에 나온다.
“법률과 국가 공동체가 여기서 달아나려는(탈옥하려는) 우리에게 다가와 앞에 서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고 가정해 보세. ‘소크라테스, 당신 지금 무엇을 하려는 것이요? 법률과 나라 전체를 파멸시킬 작정이오? 어떤 나라에서 법정 판결들이 무력하게 되고 개인들에 의해 효력을 상실하고 파기된다면, 이 나라가 전복되지 않고 계속 존립할 수 있겠소? (중략) 당신(소크라테스 자신)은 우리(법률과 국가)에 의해 태어나고 양육받고 교육받았으니, 당신 조상과 마찬가지로 당신 자신도 우리의 자손이며 노예라는 것을 부정할 수 있겠소? (중략) 조국이 무언가를 겪어 내라고 지시하면 두들겨 맞는 것이든 투옥되는 것이든 잠자코 겪어 내야 한다는 것, 조국이 당신을 전쟁터로 이끌어 당신이 부상을 당하거나 죽게 되더라도 이행해야 한다는 것, 정의로운 것이란 그와 같다는 것을 알지 못했단 말이오?’”(플라톤, <크리톤>, 이기백 역, 이제이북스, 67-70쪽, 50b-51c 편집 후 인용)
물론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아테네의 ‘악법’에 희생된 것이 아니라 아테네 시민들(배심원단)의 ‘잘못된 판결’에 희생된 것임을 수차례 강조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