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버는 것은 '운'인가?
2013년, 저는 직장생활과 경제학 대학원을 병행하던 시기였습니다. 공대를 졸업한 이과생으로, 사실 경제학과는 거리가 꽤 멀었죠. 주식이나 시장 같은 건 더더욱 몰랐고, 경제 뉴스는 어려운 말만 가득한 낯선 영역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도 막연한 호기심으로 경제학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해 노벨경제학상 수상 소식이 제 귀에 들어왔습니다.
“로버트 쉴러와 유진 파마? 효율적 시장가설?” 당시엔 그저 시험 준비하며 얼핏 지나쳤던 이름과 이론이었습니다. 바쁜 회사 생활과 학업 탓에 깊이 들여다볼 여유도 없었죠.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주식과 경제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그때 알게 된 ‘효율적 시장가설’이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왔습니다.
효율적 시장가설: "시장은 이미 다 알고 있다?"
효율적 시장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은 간단히 말하면 "시장은 똑똑하다"는 이론입니다.
시장의 가격은 이미 모든 정보를 반영하고 있으니, 주가를 예측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는 거죠. 마치 "시험 공부하지 마, 이미 답은 정해져 있어!"라고 하는 선생님 같달까요?
이 이론의 첫 번째 핵심은 균형 가격입니다. 어떤 주식이든, 사고파는 사람들의 수요와 공급이 만나 균형점을 이룬다는 거예요. 두 번째는 정보의 공개입니다. 모든 투자자가 새로운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판단한다고 가정하죠. 따라서 이미 정보가 가격에 반영된 상황에서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도 초과수익을 얻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이쯤 되면 "그렇다면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는 왜 존재하는 거지?"라는 질문이 떠오릅니다. 이 가설은 정말이지 투자업계에 불편한 진실을 던졌죠.
효율적 시장가설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재미난 실험이 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주식 투자 대결 이야기인데요. 참가자는 전문가, 아마추어 투자자, 그리고 다트를 던지는 원숭이였습니다.
10개월 동안 누가 가장 높은 수익률을 냈을까요? 결과는 놀랍게도 원숭이였습니다.�
물론 모두 손실을 기록하긴 했지만, 원숭이의 손실률이 가장 적었죠.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는 머릿속으로 원숭이가 다트를 던지는 장면을 상상합니다. "자, 이번엔 테슬라다!"라고 외치며 말이죠.
사람들이 원숭이를 이기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이 복잡한 분석과 예측에 매달리는 동안, 원숭이는 누군가 미리 정해둔 우량 종목들에 다트를 던지고 가만히 기다렸을 뿐입니다. 이는 "투자는 심플할수록 좋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요.
효율적 시장가설의 역설
물론, 효율적 시장가설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많은 사람이 이 가설이 틀렸다고 말했죠. 시장이 그렇게 효율적이라면 어떻게 그런 대규모의 실패가 가능했을까요?
또 하나의 역설은 가설 자체가 시장의 비효율성을 은연중에 자극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모든 투자자가 "시장은 효율적이야!"라고 믿고 분석을 중단하면, 시장은 더 이상 효율적일 수 없게 됩니다. 결국 효율적 시장가설이 성립하려면, 누군가는 열심히 분석하고 정보를 반영해야 한다는 얘기죠.
그렇다면 효율적 시장에서 초과수익을 내는 사람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 가설은 답을 리스크에서 찾습니다. 위험이 큰 자산은 낮은 가격에 거래되기 마련이고, 운 좋게 이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으면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거죠.
다시 말해,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정보가 아니라 "운"이라는 겁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복잡한 주식 분석보다 그냥 운 좋게 다트를 던지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다면 세상에 투자로 고민하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을까요?
효율적 시장가설은 "시장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간단한 전제를 통해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저 역시 이 이론을 공부하면서 "주식이 정말 이렇게 단순할까?"라는 의문과 동시에 "그럼 난 뭘 믿고 투자하지?"라는 질문을 떠올렸습니다.
어쩌면 주식 시장은 정말 원숭이와 같은 태도로 임해야 하는 곳일지도 모릅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기업과 가치를 믿고 꾸준히 지켜보는 것.
하지만 최근 국내 주식시장은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건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투자할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하고, 단기적인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시장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견고한 기업과 함께 장기적으로 꾸준히 투자한다면, 언젠가는 기회가 찾아올 테니까요.
그럼 오늘도, 너무 서두르지 말고 ‘진짜 가치’에 다트를 던져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