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레스토랑에 들어가는 방법
1학년 2학기가 끝나갈 때쯤 학교에 있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인턴쉽을 다녀와야 한다. 이 과정도 수업의 연장이고 이에 관련된 과제들도 많다. 15주 동안 일하는 게 쉬울 것 같지만,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인턴쉽을 하다가 요리 일을 관두거나 첫 번째 레스토랑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른 직장으로 옮겨 똑같은 과정을 한 번 더 하는 일이 허다하게 일어난다. 그래서 나는 2학기 동안 주말마다 맨해튼으로 내려가 수많은 레스토랑 문을 두드렸다.
맨해튼에 많고 많은 레스토랑 중에 어디를 가야 할지도 몰랐었고, 설령 내가 일하고 싶다고 해서 다 받아주지 않기에 많은 고민들을 했었다. stage를 가기 전에 레스토랑에 이메일을 보내서 약속 날짜를 잡거나, 직접 이력서를 들고 가서 셰프와 만나 인터뷰를 보고 그 자리에서 다음 약속을 잡는 경우도 있었다. 후자의 경우가 셰프에게 훨씬 좋은 인상을 남겼던 것 같다.
12곳의 레스토랑에 이메일을 내 이력서와 함께 보냈지만 돌아오는 답장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렇다고 해서 좌절하지 않았다. 사실 미국에 가기 전부터 한국에서부터 꼭 stage를 가고 싶었던 레스토랑으로부터 답장이 왔다.
두근거리는 마음에 전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퀭한 상태에서 맨해튼으로 향했다. stage가 있기 4시간 전에 시티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커피를 즐겼다. 3시쯤에 레스토랑 주변을 둘러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안내데스크에 가서 방문증을 발급받고, 경비원의 안내에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저쪽이 주방으로 들어가는 입구라며 나에게 알려주며 한 마디를 하였다.
Good Luck
저곳이 지옥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주방 쪽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내 심장 박동도 같이 빨라졌다. 좁은 복도를 지나 키친 오피스에 도착했다. Sous Chef로 보이는 사람이 나를 탈의실로 안내했다.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키친에 올라가 Chef와 인사를 나누고 간단한 주의사항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긴장을 조금 풀고 나니 주방의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25명이 넘는 직원들이 열기를 내뿜으며 불 위에서 팬을 달그락 거리고, 칼을 분주하게 도마 위에서 움직이고, 믹서기가 돌아가는 하모니가 나를 더 설레게 만들었다. 서비스 시작 전에 셰프가 일회용 수저를 나에게 건네주면서 소스에 대해 설명해주고 시식을 해보라고 했다.
트러플 소스와 새우 콘소메는 잊을 수 없는 한 수저였다.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의 맛이었다. 트러플 소스는 내 혀와 코를 감칠맛과 향으로 감 쌓았고, 새우 콘소메는 오동통한 새우와 레몬그라스를 물로 마시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이런 맛을 낼 수 있는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소스에 넋이 나간 후에 주방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직원들에게 수많은 질문들을 했다.
이게 뭐야?, 먹어봐도 돼?, 어떻게 만들어?, 도와줄까? 엄청 귀찮게 굴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좋아서 나가는 음식들을 조금씩 먹어볼 기회가 있었다. 적응 양이지만 정말 행복했다. 연어를 조그마한 정육면체로 잘라 케이퍼, 딜, 머스터드와 함께 섞어 타르타르를 만드는 걸 보았다. 먹어봐도 되냐는 질문에 손등 위에 조그마하게 올려주었다. 연어 알갱이를 씹는 식감과 허브의 향 머스터드의 톡 쏘는 맛이 잘 어우러져 나의 침샘을 자극하였다. 정말 조그마한 음식이지만 엄청나게 많은 정성이 들어가 있었다. 음식에 대한 생각을 더 넓혀준 기회였다.
정신없는 6시간의 서비스가 끝나고, 셰프 EG가 나를 불렀다.
“오늘 하루는 어땠니?”
“너는 한국에서 무얼 하다가 왔니?”
“여기서 일하면 어떨 것 같니?”
여러 가지 질문 공세에 정신이 없었다. 모든 질문에 조곤조곤 잘 대답하였다. 한국에서부터 여기에 오기를 갈망했고 미슐랭 레스토랑이라는 곳은 어떤 곳인지 너무 알고 싶었다. 흔치 않은 기회이기에 나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셰프는 나에게 다시 메일을 준다고 하였고,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거의 자정이 다 된 시간이 돼서야 레스토랑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나는 기차를 타고 다시 학교에 올라가야 했기에 서둘러 Grand Central 역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