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이 뭐길래?
수많은 빌딩 사이로 내가 스며든다. 차 들의 경적소리, 다양한 인종에 다른 언어, 거대한 대형 스크린 사이를 거닐다 보니 어느새 레스토랑 앞에 도착했다. 큰 빌딩 아래에 서 있는 내가 그렇게 작아 보일 수가 없었다. 깊게 큰 한 숨을 들이 마쉰 뒤에야 발걸음이 떨어졌다.
처음에 오피스에 가서 간단한 서류 작업과 교육이 있었다. 그 후에 스타지 때 뵙지 못했던 셰프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주방은 어김없이 분주했고 나도 빨리 일원이 되고 싶었다. 셰프 설리가 나를 데리고 오늘 어디서 일을 해야 하고 무엇을 만들고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아뮤즈 부쉬(메인 식사 전에 가장 먼저 제공되는 한 입 거리 음식)를 하비엘과 데렉과 함께 준비하였다. 처음이라 간단한 프랩부터 먼저 했다. 케이퍼와 딜을 다지고 연어를 조그마하게 썰었다.
4시쯤이 되자, 하나둘씩 밑에 층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셰프 설리가 너도 가서 먹고 얼른 돌아오라고 말했다. 보통 4-5시 사이 서비스 시작할 때쯤이면 대부분의 레스토랑들은 스태프 밀을 먹는다.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그리고 무기질이 다량 함유된 맛있는 음식들로 허기를 달랜다. 대부분의 레스토랑은 남는 재료들을 가지고 식사를 만드는데, 별 볼일 없는 것들로 어떻게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지 참으로 신기했다. 몇몇의 직원들은 조그마한 플라스틱 컨테이너에 음식을 담아서 허겁지겁 먹고 다시 일을 하러 올라갔다. 나도 괜히 눈치가 보여서 10분 만에 밥을 다 먹고 자리로 돌아가 일을 시작했다.
서비스 시작 전에 필요한 재료들 점검과 서비스에 나갈 음식들을 점검한다. 내가 준비했던 연어 타르타르의 재료들을 조금씩만 섞어서 셰프 설리에게 맛을 보여드렸다. 내가 판단하기에는 맛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셰프는 한 번에 오케이를 하지 않았다. 소금과 오일을 몇 번 더 넣고서야 내보낼 수 있다는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오늘의 아뮤즈 부쉬를 총괄 셰프에게 가져다 드리고 확인을 한 번 더 받음으로써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띠이 띠디딕띡 띠디딕.
5시가 되자마자 프린터기에서 티켓이 요란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Ordering two, four. All day six!"
"Oui"라는 대답과 함께 분주해졌다. 정찬의 시작과 함께 6개의 손이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1개의 접시 위에 3가지 음식을 올렸다. 연어 타르타르, 플루크(넙치과 생선) 사시미, 랍스터가 들어간 감자수프를 제공했다.
첫날이라 긴장한 나머지 손은 내 뜻대로 안 움직이고, 뒤에서 셰프는 음식 빨리 달라고 소리치고 있고, 뒤에서는 다른 음식 티켓을 부르느라 헷갈리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Two, Four one for vegeterian one for no dairy"
미국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식사에 있어서 제한을 가진 사람들이 유독 많다. 특정 재료를 먹게 되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다거나, 먹기 싫은 재료가 있다거나, 이빨이 없어서 씹지 못한다는 경우 등 등....... 요리사들을 난감하게 만든다. 나는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서 쭈뼛쭈뼛 서 있었는데, 셰프 설리가 뒤에서 대체할 만한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내가 일한 첫날에 이렇게 많은 요구사항들이 닥치니 앞으로의 걱정이 커져만 갔다.
첫 번째 좌석 회전이 끝나고 다음 손님들을 받는 데까지 시간이 30분 정도 있는데 그동안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잠시나마 내려가서 쉴 수 있었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서 2부가 시작되었다. 어김없이 티켓들이 몰아쳤고 아무 실수 없이 서비스를 끝마칠 수 있었다. 긴장했던 것만큼 크게 어렵거나 이해를 하기 힘든 부분은 없었다. 청소를 마무리하고 자정이 다 되어서야 나올 수 있었다.
집에 가는 길에 맥주 6캔을 사들고 터덜터덜 집으로 들어갔다. 씻고 나서 맥주 한 캔을 마시며 오늘 있었던 일 들을 노트에 정리했다. 내일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