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천주교 신자였다. 세례명은 베드로.
아마 성경 인물 중 가장 많이 등장하고, 익숙한 사람이다.
어린 시절 성경 속 인물들은 나약해 보이고, 연약해 보였는데 나이가 들 수록 그들과 참 많이 닮은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오늘 하루 시험에 드는 날이었고, 고난의 날이었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또 한 명의 위기의 학생은 혹시나 나 때문에 생긴 일 같은 자책감도 들었다.
아무도 나 때문이라고 하지 않았는데, 스스로를 탓하는 내 모습에서 참 자괴감이 많이 들고 힘든 하루였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 지쳐있는 상태에서 집에 귀가를 했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남편은 나의 지친 영혼에 한 줄기 빛과 같은 말씀을 증거 한다.
(누가복음 14:7-11) 끝자리에 앉으라
청함을 받은 사람들이 높은 자리 택함을 보시고 그들에게 비유로 말씀하여 이르시되
네가 누구에게나 혼인 잔치에 청함을 받았을 때에 높은 자리에 앉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너보다 더 높은 사람이 청함을 받은 경우에 너와 그를 청한 자가 와서 너더러 이 사람에게 자리를 내주라 하리니 그때에 네가 부끄러워 끝자리로 가게 되리라 청함을 받았을 때에 차라리 가서 끝자리에 앉으라 그러면 너를 청한 자가 와서 너더러 벗이여 올라앉으라 하리니 그때에야 함께 앉은 모든 사람 앞에서 영광이 있으리라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이 구절 말씀을 암송하며 내게 설명하는 이 남자가 내 남편이라니!
내가 그렇게 찾던 신앙인의 모습이 남편에게 남아있다.
나보다 믿음의 깊이가 더 낮고, 더 게으른 줄 알았던 이 사람에게 이런 멋진 모습이 있었다.
그는 나보다 더 안분지족,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자기는 교회에 갈 필요가 없다나... ㅎㅎ
교육의 길은 성직자의 길이요. 우리가 교육자의 길을 걷기로 택한 그 순간 우리는 성직의 길을 가는 것이라니. 더 낮은 곳으로 가서 봉사하라는 이 당연한 진리요 명령의 말씀을 왜 나는 거부했던 것인가.
똑같은 말을 부모님께서 이야기했으면 짜증을 냈을 텐데, 남편이 말하니까 수긍한다.
나와 같은 일을 하는 남편에게서 듣는 하나님의 음성이 이런 것인가?
하나님 감사합니다.
가장 낮은 곳으로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장 힘든 학교로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감당할 만큼의 시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편을 통해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내가 임용 합격 전 눈물로 기도했던 예배당 근처에서 연수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