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대노 Jun 19. 2022

마당이 있는 삶, 보리수나무

올해도 보리수나무에 열매가 가득 열렸다.

얼마나 많이 열렸는지 비가 오면 가지가 축 늘어져 안쓰러웠지만, 담금주를 위해 모른 척했다.

열매가 저리 많이 달리니 딱 한그루만 있으면 충분하다. 열매가 익기 시작하면 순식간이라, 아침에는 약간 초록빛이 돌던 열매가 저녁이면 붉게 변해 따 먹을 수 있다. 그러니 저장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 2~3일 동안 수확한 열매는 모두 담금주를 만들었다.


전원주택에 살기 전에는 본 적도 없는 보리수나무.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그 보리수나무는 인도보리수나무라고 아열대지역에서 자라는 식물로 우리 집 아이와는 전혀 다른 식물이란다. 나도 나무 밑에서 깨달음 좀 얻어볼 수 있을까 기대했건만, 아니라는데 뭐.......


초록잎 가득한 나무 사이사이로 보이는 빨갛고 작은 열매가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우리 집에 있는 아이는 개량종인 왕보리수나무로, 일반 보리수보다는 열매가 크고 좀 더 맛있다.

열매를 따는 내내 마루(골든 레트리버, 8살)가 어찌나 보채는지, 내가 딴 건 마루가 다 먹었다. 어차피 먹는 사람도 없고 술이나 담글 열매, 너라도 많이 먹어라.


보리수 열매로는 올해 처음으로 담금주를 만들었다. 열매는 엄청 많이 달리는데, 저장성은 좋지 않고, 우리 세 식구는 잘 먹지도 않으니 열매가 너무 아까워 술로 담가보기로 한 것이다. 보통 담금주는 자두처럼 새콤한 과일이 맛있던데, 이 아이는 맛이 어떨지 기대된다. 다음에도 또 담글 수 있게 맛있어라, 맛있어라, 주문을 외웠으니 이제 3개월 후에 보자꾸나.



보리수 나무 열매로 담근 과실주


매거진의 이전글 잡초와의 전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