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우리와 담벼락을 공유한 옆집에서 산딸기를 심으며 나눠주겠다고 했을 때, 난 단호하게 거절했었다. 마흔을 넘기도록 산딸기를 맛있게 먹어 본 기억이 없는 데다가, 안 그래도 포화 상태인 마당에 가시 있는 아이를 들여놓고 싶지가 않았다. 이웃은 많이 심기도 했고, 가시 때문에 어차피 손이 닿지 않을 테니 담 쪽에 붙은 산딸기는 내 몫이라며 마음껏 따먹으라고 했다. 아주 맛있는 종이라며.
빨간 열매가 가득 열린 어느 날, 이웃의 아이가 산딸기를 따 먹길래 우리 쪽 담에 붙은 열매를 따주며 같이 나눠먹게 되었는데, 와우!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집에서 딸기도 키우고 있지만, 딸기도 새콤하기만 하지 맛이 없던데, 얘는 뭐지? 뭔데 이렇게 맛있는 거야? 신맛은 없고 단맛이 강한 그 열매에 빠져들어 (씨가 씹히는 건 좀 거슬리긴 하지만) 남의 집 열매를 먹고 먹고 또 먹었다.
그 산딸기, 탐났다. 이웃의 것이 아닌 내 것으로 온전히 즐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마음에 안 드는 가시는 간사하게도 소나무 뒤, 담 쪽에 붙여 심으면 아무 문제도 되지 않겠다 싶었다. 다행히 내 욕심에 맞춰 옆집의 산딸기가 마구마구 퍼지기 시작하여 우리 집 마당 여기저기 싹이 나기 시작했다. 그중에 실한 것들을 남겨 우리 집에 하나 심고 저 건너 이웃들에게도 나눠 주었다. 그렇게 내 산딸기가 생겼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내 산딸기에 열매가 달렸다. 역시 맛있다. 작년에 하나만 심은 게 아쉬웠다. 그러나 우리의 산딸기는 여기저기 폭풍 발아하는 아이라 우리가 잘 다니지 않는 벽 쪽에 외로이 두 그루가 더 자라고 있었고, 나는 그 아이들을 소나무 뒷라인으로 옮겨주었다. 내년엔 더더더 많이 먹을 수 있게.
내가 먹어 본 가장 맛있는 산딸기, 우리 담벼락에서도 옆집의 담벼락에서도 저 건너 이웃의 담벼락에서도 열일 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