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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노 Jun 22. 2022

마당이 있는 삶, 살구나무

작년에 마당에 들인 살구나무.

3년생 결실주라더니 살구 열매 4개를 매달은 채 배송되었는데, 옮겨 심으면서 그 작은 열매들이 탈락해버려 결국 살구 맛이 어떤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작년에 심은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이른 봄에 살구나무 자리를 옮겼다. 작년에 이미 열매가 났었고, 이른 봄에 옮겼으니 올해 열매를 맺는데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나 보다. 

유독 가물었던 지난겨울을 버티느라 안 그래도 힘들었는데 날이 풀리자마자 자리를 옮긴 게 화근이었을까. 기대와 달이 꽃이 많이 피지 않았다. 예년과 달리 벌이 많이 날아다니지 않아서였을까. 많지도 않은 꽃 진 자리에 열매가 몇 개 달리지도 않았다. 

바람 많이 불던 날 한 두 개씩 떨어지더니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열매는 딱 한 개!

그 한 개의 열매가 커지고 노랗게 익어가는 것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주차장에서 들어오는 길에 심어진 살구나무를 매일 지켜보던 남편이 말했다.

"대노야, 이리 와 봐. 열매가 노래졌어. 이삼일 지나서 따 먹으면 되겠다."

그런데 다음 날, 출근하는 길에 얼마나 익었을까 기대하며 살구나무 열매를 찾던 남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노야! 살구가 없어졌어!"

"엥? 살구가 왜 없어져?"

남편에게 다가가자, 남편이 땅에 떨어진 살구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노랗게 되면 바로 따 먹어야 하나 봐. 땅에 떨어져 있었어. 그래도 이거 먹을 수는 있겠다."

아. 살구는 완전히 익기 전에 따야 하나 보다. 그래서 과수원에서 살구를 사면 꼭 이삼일 후숙 시켜 먹으라고 하는구나!


우리 집 살구나무에서 수확한(?) 딱 하나의 살구를 딸아이에게 주었다.

남편과 나는 눈을 반짝이며 맛이 어떤지를 물었다.

"맛있어. 살구 향이 진짜 진해."

다행이다. 맛있는 살구라서. 

비록 올해도 살구 맛은 못 봤지만, 내년 이맘때를 기다릴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딱 한 개 달린 살구, 이 살구가 달려있을 때 사진을 찍어놔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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