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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노 Jun 16. 2022

약탈당한 유기농 먹거리




집에서 기르는 과일은 사 먹는 것만큼 맛있지 않다. 대체로 새콤하여 신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나처럼 약간의 신맛도 못 견디는 사람에게는 그냥 관상용일 뿐이다.

채소류를 제외하고 그나마 수확한 과채류로 먹을 수 있는 것은 토마토와 산딸기, 사과 정도인데, 이마저도 점점 먹기 어려워지고 있는 건 개들 때문이다.

먹을만하게 익을 때쯤이면 개들에게도 맛을 보여주는데, 한 번 맛을 들이고 나면 나 몰래 계속 따 먹는 게 문제다. 퍼런 토마토를 줄기째 뜯어가기도 하는데, 퍼런 건 맛이 없다는 걸 깨닫고부터는 토마토 심어놓은 데로 나를 끌고 가서 따달라보챈다.

사과나 오디는, 처음엔 떨어진 걸 찾아 먹다가, 다음엔 네 발로 서서 입에 닿는 것들을, 그다음엔 앞발을 들고 나무에 기대서서 키가 닿는 과일을 싹 다  따 먹으니, 몸에 좋은 유기농 과일이 모두 개들 차지가 된다.

올해는 벌써 유기농 털이범이 청경채 밭을 아주 아작 내버린 탓에, 샤브샤브 해 먹으려던 꿈을 접어야만 했다는 슬픈.........





초대장


사과가 익을 무렵
처음 맛 본 사과 맛을 잊지 못해
사과나무 아래를 떠나지 못하는
레트리버를 본 적이 있나요?
앞발까지 들고 서서
키 닿는 곳 사과를 싹 다 먹어치우는
욕심 많은 레트리버를 본 적이 없다면
사과가 빨갛게 익어갈 때
우리 집으로 오세요!



딱 걸렸어! 청경채 밭을 아작낸 유기농 털이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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