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대노 Jul 20. 2022

마당이 없어도, 제라늄

안 키워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키우는 사람은 없다는 제라늄은 꽃이 참 예쁘다. 생육 조건만 맞으면 연중 꽃을 피우는 녀석이니 집안에서 키우기에 좋은 아이다. 키우기도 어렵지 않은데, 물을 많이 주어 줄기가 물러지면 안 되니 과습이 독이라는 것만 주의하면 된다. 뜨거운 해는 피할 수 있도록 반그늘 지는 데크 공간에 놓아주니, 알아서 연신 꽃을 피워내는 중이다.


제라늄에 더불어 내가 좋아하는 꽃은 베고니아와 임파첸스이다. 예쁜 꽃이 연중 피고, 종류도 다양하니 이 아이들 역시 넘치게 들여놓았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겨울 동안 집안 가득 들어찬 화분으로 답답함을 느끼고 싶지 않아 다 정리하고 제라늄만 남아있다.


얼마 전 화원에 갔다가  목대가 크고 실한 제라늄을 만났다.  3년 넘게 키운 내 제라늄은 왜 키만 쭉쭉 큰 건지, 어떻게 하면 이렇게 굵게 키울 수 있는지 사장님께 여쭤봤더니 키가 적당히 크면 윗대를 잘라주어야 한단다. 키를 그만큼 키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니 지금 키에서 생장점을 자르라는 말씀이셨다.


집에 돌아와 윗줄 기를 잘라 제라늄 화분 옆에 꽂아두었다. 제라늄도 삽목이 무척 쉬운데, 다른 아이들과 달리 삽목 중에도 물을 자주 주지 않는 것이 포인트다. 평소와 비슷한 주기로 물을 주면 알아서 뿌리가 나니 이렇게 삽목 한 제라늄만 벌써 열 개도 넘는다. 꽃이 워낙 예쁘니 탐내는 사람들도 많다. 겨울 동안 들여놔야 하는 화분이 많아지는 게 싫어 한두 개만 남기고 모두 입양을 보낸다. 날 따뜻해지면 또 삽목 해서 줄 테니 식물살인마들에게도 안심하고 키우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올봄 삽목으로 잘 살아난 아이들을 이미 분양했는데, 사장님 말대로 생장점을 잘라낸 아이들을 그냥 버릴 수가 없어 5개로 화분이 늘어났다. 겨울이 오기 전까지 잘 키워 또 누군가에게 조그마한 기쁨을 나눠줘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당이 없어도, 석류나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