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근처에는 많은 전원주택이 있지만, 각자의 생활 방식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도 참 다르다. 그저 전원에 조용하게 사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처럼 마당에 상추 하나 키우지 않으며 사는 집도 있고, 마당 잔디밭이 로망인 것처럼 애지중지 잔디만 가꾸며 사는 집도 있다. 물론 나처럼 이런저런 식물들로 마당을 가득 채우다 못해 공중 부양시키기까지 하는 식물호더(?)들도 있고.
사람들은 전원생활에 많은 노동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전원생활 6년 차인 나는 사실 크게 불편하거나 힘들다고 생각하는 일이 없다. 아파트에 살 때는 새벽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며, 주말엔 아이를 데리고 이곳저곳 끌고 다니느라 바빴던 탓에 아파트 편리한 걸 모르고 살았던 터라 주택살이가 얼마나 불편한지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예전 주택들은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덥다는데 우리 집은 마치 서빙고처럼 여름엔 바깥에서 집안으로 들어올 때 찬바람이 훅 불 정도로 단열과 창호가 잘된 집이라서 그런지, 주택이기 때문에 춥고 더운 것은 모르겠다. 게다가 태양광 설치 덕에 전기세 걱정은 안 하고 사니 냉난방기 사용에 있어서도 환경에 대한 미안함이 줄어드는 장점도 있다.
마당에 식물을 가꾸는 일은 좋아서 하는 일이니 열외로 치고, 내가 힘들다고 생각하는 일이 뭐가 있을까?
3년에 한 번쯤, 장작 들인 날 주차장에 배달된 장작을 장작 보관장소에 옮겨 쌓는 일? 힘들지. 힘들고 말고. 그러나 가득 찬 장작을 보는 것 만으로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저 장작을 이용해 불멍 할 생각, 고구마며 밤을 구워 먹을 생각, 장작 피운 난로에 둘러앉아 도란도란할 수 있는 여유로운 겨울을 생각한다면 기꺼이 할만한 일이다.
잔디 깎는 일은? 우리 앞집 아저씨처럼 마당에 다른 식물보다 너른 잔디 마당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래서 이른 봄엔 잔디를 태워주기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주 하는 일도 아니니 괜찮다. 장마철에 비가 소강된 틈을 놓치면 벼처럼 쓰러지기도 하는데, 어차피 비 와서 마당에서 놀 수도 없으니 못 본 척하면 될 일이다. 우리는 일 년에 3~4번 정도 깎으려나?
일 년에 3~4번 정도 한다는 잔디 깎기를 지난주에 드디어 했다. 올해 들어 처음 깎은 잔디.
잔디가 길어지기 전에는 외국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잔디 깎기를 설렁설렁 끌고 다니면 되는데, 올해는 너무 갑자기 더워지더니 또 갑자기 장마가 시작되어 시기를 놓쳐버렸고, 그래서 잔디가 너무 길어져 버렸다. 잡초가 너무너무 지겹기도 하고, 딸아이가 롤러스케이트 타고 싶다는 말에 남쪽 마당의 잔디 대부분을 걷어내고 현무암판석과 시멘트를 깔아버렸으니 깎을 잔디가 많이 남지 않았는데도 게으름을 피우다가 이렇게 되었다. (마당에 롤러스케이트장을 만든 이야기는 아래 첨부한 <마당에 무슨일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남편이 예초기를 꺼내 들었다. 마당 곳곳에 심어둔 식물이 많아서 예초기를 섣불리 마구 돌릴 수가 없는 곳은 가위처럼 생긴 잔디 깎기를 들고 다니며 마무리를 한다. 좀 대충 하면 어때, 조금 지나서 또 한 번 깎으면 된다고 마음 먹지만, 막상 시작하면 엉덩이를 뗄 수가 없다. 깎인 잔디를 잔디 갈퀴로 모아서 치워두니 마당이 시원하다. 내 마음도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