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대노 Jul 13. 2022

마당이 없어도, 석류나무

딸아이는 어릴 때부터 석류를 참 좋아했다. 그 작고 귀여운 손으로 빨간 석류를 호록 호록 먹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웠던지, 석류나무를 키우고 싶다고 생각한 건 그 추억 때문일지도 모른다. 


불행히도 중부 이북에서는 노지 월동이 되지 않는 탓에 화분에 심어야 하지만, 그래도 데크에서 겨울을 날 수 있으니 다행이다. 참고로 석류나무는 뿌리가 깊고 넓게 퍼지지 않기 때문에, 햇볕만 충분하다면 화분에서 키우기에 적합하다고 한다.


빨간 종모양의 석류꽃이 제법 많이 달렸다. 석류를 집에서 키울 거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기에, 석류꽃을 본 것도 처음이었다. 인터넷의 바다를 헤매고 다니면서 석류에 대해 찾아보니, 석류는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단다. 수꽃은 저절로 탈락하고 암꽃은 뒷부분이 둥그렇게 볼록해지며 열매가 된다. 비바람에 꽃이 떨어진 걸 보고 아쉬워했더니만, 모두 수꽃이었나 보다.


석류는 삽목이 참 잘된다. 화분에서도 잘 자라기도 하지만, 뿌리 주변으로 어찌나 잔가지들이 많이 올라오는지 그 잔가지들을 잘라버리려다가 몇 개 심어봤는데, 겨울에도 얼어 죽지 않고 잘 살아났다.  노지 월동도 안 되는 이걸 언제 키워 열매를 얻으랴 싶어 삽목 해서 살아난 아이들이 처치 곤란하다. 집 안에서 분재처럼 작게 키워봐야겠다. 가지치기하면서 삽목해 놓은 큰 가지는 이웃이 기분 좋게 입양해갔지만, 이제 뭐든 삽목 하고 보는 내 버릇을 고쳐야겠다.


삽목 하는 족족 살아나는 석류 (왼쪽) 나무는 수꽃 (가운데)과 암꽃 (오른쪽)이 따로 핀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당이 있는 삶, 란타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