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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노 Jul 07. 2022

마당이 있는 삶, 란타나

3500원을 주고 산 란타나 모종을 가지 하나만 남기고 계속 잘라내어 외목대로 만들었다. 그렇게 외목대로 2년 동안 키를 키우고 올해로 3년생이 된 우리 집 란타나는 이제 화분 높이를 포함해 내 키보다 크게 자랐다.

란타나를 처음 키운 건 벌써 5년쯤 되지만, 저렇게 외목대로 키를 키우다가 3년 차가 되던 해 겨울을 제대로 관리해주지 못해 서너 개의 화분을 그냥 돌아가시게 만들고, 두 번째 시도로 두 아이를 저렇게 키워내어 하나는 엄마네 집에 입양 보냈다. 이제 키는 다 키웠으니, 앞으로는 중심 가지가 굵어지도록 잘 키워봐야겠다.


저 화분 속에 뿌리가 가득 차 있어, 겨울에 집에 들이기 전에 꼭 뿌리 정리를 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사람의 두배 만한 키에, 세 사람이 팔을 벌려도 모자랄 정도의 아름드리 란타나 나무를 본 이후 란타나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큰 나무에 가득 찬 꽃들이라니. 꽃의 색상은 또 어떠한가. 꽃이 피면서 일곱 번 색이 변하여 칠변화라고도 불리는 란타나는 노란색으로 핀 꽃이 시간이 지날수록 붉은색으로 변해간다. 막 피어난 꽃과 시들어가는 꽃의 색이 다르고, 그 다양한 색의 꽃이 늦은 가을까지 계속 피어나니 내 마당에도 이렇게 큰 란타나 나무를 꼭 들이고 싶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열대 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란타나는 노지 월동이 되지 않아 마당에 크게 키우는 건 포기해야만 했다.  지금은 많이 싸졌지만, 예전엔 50cm 정도의 외목대 란타나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어차피 키우기도 어렵지 않은 아이, 내가 한번 키워보겠다는 심정으로 화분에 심어 키우기 시작하여 이만큼 자라게 한 것이다.

사실 지금 내가 키우는 아이는 화분에 키우기에는 키를 너무 키운 것 같기도 하다. 엄마네 집에 입양 간 아이는 저 아이의 2/3 정도 크기인데, 화분에 키우기에는 그 정도 크기가 딱 좋은 것 같다.


실내에서 월동을 해야 해서 화분에 키우지만, 이 아이는 작은 꽃이 피고 지고를 늦가을까지 하다 보니 꽃잎 떨어지는 것을 실내에서 감당할 수가 없다. 그리고 물도 매일 주고, 해도 많이 봐야 하니 꽃이 피고 지는 계절에는 실내보다는 실외에서 키우는 것이 수월하다. 바늘 나비꽃도 그렇지만 꽃이 흐드러지게 많이 피는 아이들은 이런 단점이 있는데, 마당에서 키우면 단점이 단점이 아니게 된다는 것!

또 하나의 단점은 꽃이 진 자리에 열매를 맺지 않도록 계속 잘라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영양분이 열매 맺는 데 집중되지 않도록 열매 맺기 전에 계속 잘라줘야 하는데, 꽃이 그렇게 자잘하게 많이 피는데, 그 자리마다 열매를 맺고 있으니!!! 이건 좀 생각보다 많이 귀찮다.


꽃이 그렇게 많이 피는데, 저 콩 같은 열매가 꽃 떨어진 자리 하나에 몇 개씩 달리니 저걸 잘라내 주는게 참 귀찮은 일이다.


란타나는 열대 아메리카의 잡초라나. 매일 물만 잘 주고 해만 잘 받으면 잡초처럼 쑥쑥 자란다. 장마철에는 잘라낸 줄기를 그냥 흙에 꽂아만 놔도 뿌리를 내리고 잘 자라니, 삽목도 무척 쉬운 아이다. 추파춥스 수형을 좋아하는 나는 가지가 둥그렇게 유지되도록 튀어나온 줄기를 잘라내는데, 이걸 꽂아만 둬도 자라나는 걸 아니 그냥 버리기가 괜히 아깝다. 그렇게 삽목한 아이들은 마당 한쪽에서 한 해 잘 지내다 가시게 심어둔다. 어차피 내년에 또 원하는 만큼 키워낼 수 있으니, 화분에 키우는 아이만 겨울을 잘 지낼 수 있도록......


계속 비 소식이 있길래, 잘라낸 줄기를 흙에 박아 두었더니 잘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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