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오빠, 지금은 개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by 박대노

20대의 남편은 날쌘돌이였다. 우리 부부는 C.C.(캠퍼스 커플)였는데, 나와 사귄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학교 건물 뒤의 밤나무를 털더라. 더 웃긴 건 밤나무에서 떨어진 밤을 까서는 나에게 가져가라는 것이었다. 담아 갈 가방도 없는데 '뭐 이런 이상한 놈이 다 있나' 싶었지만, 순진하고(!) 착하고(!) 여리여리했던(!) 나는 주춤주춤 그 밤을 티셔츠에 담아왔고 그 뒤로 나는 남편을 '시골아이'라며 놀리기 시작했다 (티셔츠에 주춤주춤 밤 담아 온 내 꼴이 더 우스운 건 생각도 안 하고). 아무튼 요점은 남편이 그렇게 쉽게 밤나무를 탈 정도로 가볍고 날쌘 사람이었다는 거!




결혼 이후에도 남편은 운동을 잘하는 사람이었는데, 결혼하고 진짜 웃겼던 건 몸이 무겁다 싶은 날엔 집 안에서 문 타기를 하는 것이었다. 문 타기가 뭐냐 하면, 문을 열어둔 상태에서 양쪽 세로축의 문틀에 다리를 벌려 지탱한 채로 위로 올라가는 건데, 딸만 셋인 우리 집에서는 한번 본 적도 없는 행위라 이건 또 뭔가 싶어 또 한 번 '뭐 이런 이상한 놈이 다 있나' 생각했었다.

운동신경도 좋고, 지구력도 좋아 축구 전후반 풀타임을 뛰는 사람이었고, 나를 등에 태운 채 20개씩 푸시업을 하던 사람이었고, 나를 업고서 30분 이상 설거지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땐 내가 가볍기도 했지만......).

처음 남편과 같이 하게 된 운동은 유도였는데 (얘는 격투기, 주짓수 이런 걸 좋아하더라), 추울 때 새벽반을 다녀 유도관에 가면 발도 시리고 춥고 아무튼 싫었다. 그런 와중에 남편은 운동신경도 좋고 이런 운동을 해 봤으니 당연히 잘하고. 나는 낙법도 제대로 못하니 관장님은 남편은 우등생, 나는 열등생 취급을 하며 나 때문에 남편 진도를 못 나간다고 구박하셨다. 참 뭘 모르시는 분이지, 나를 구박하면 내가 거길 가겠어? 당연히 3달이 되기 전에 남편을 닦달하여 유도관을 그만두었다.

아무튼 요점은 남편이 그렇게 운동신경도 좋고 힘도 좋고 지구력도 좋아 운동을 잘하는 사람이었다는 거!




그런데 남편이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제는 '예전의 운동하며 한껏 잘난 척하던 오빠'가 아닌 것만 같다. 남편이 검도관의 빌런으로 급부상한 것! 흐엉흐엉

본인 말로는 복싱이나 태권도랑 달라 그렇다는데, 발을 11자로 유지하지 못해 검이 틀어지는 것이나, 발구름과 동시에 검을 내리치며 기합을 넣어야 하는데 그 모든 것이 따로 논다든가, 그렇게나 열심히 하는데도 계속 뭔가 이상했다. 발구름과 검이 같은 순간에 떨어지지 않는 건 그렇다고 치자. 아니, 기합을 왜 넣느냐고! 타격하는 순간 더 강한 힘을 집중시키기 위해 하는 건데, 왜 때리고 나서야 "머리!"를 외치냐고!


그러더니 급기야 혼자 생쑈를 했단다. 두 시간의 수업이 모두 끝나고 나서도 남편은 혼자 타격 연습을 하거나, 배운 자세를 복습하는데, 그날은 머리 치기 연격을 연습하는 중이었다고 한다.

수련을 하다 보면 도복의 허리가 헐렁해지는 탓에 바지가 내려오는데 (내려온다는 데가 맞겠다. 난 그런 적이 없어서 ㅠㅠ), 그렇게 내려온 바지가 발에 걸린 것이었다. 허우적거리다 바닥에 쿵 넘어지면서 데굴데굴 구르다 일어나서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다시 검도의 기본인 중단 자세를 취했다는 거다. 자기가 너무 빨리 일어나 아무도 못 봤을 거라나? 내가 그 얘기를 듣고 깔깔대고 웃자, 남편은 마지막 허세를 잊지 않고 한마디 덧붙였다.

"내가 그렇게 넘어져 구르는데도 낙법으로 굴렀다는 거 아니냐! 낙법으로 굴러서 딱, 멋지게 착지! 나였으니까 안 다친 거야. 너였으면 멍들어서 울고불고%#&@#@%&......"

눼눼, 알게뜹니다!

운동은 너무 힘든데, 매번 남편이 이렇게 웃겨주니 그 재미에 검도관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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