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파치를 박스 가득 가져다 주신지 2주도 되지 않았는데, 백구 여사님께서 또 복숭아를 나눠 주셨다. 무덥고 습한 힘든 때에 복숭아 수확하시면서 힘들 때 드시라고 어르신들이 좋아할 드링크제를 가지고 남편과 함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
인사드리고 뒤돌아서던 바로 그때, 사건 발생! 사건 발생!
돌계단 밑에 임시방편으로 놓아둔 돌이 흔들리는 것을 모르고 내가 밟아버린 것이다. 휘청거리던 나는 그대로 구르듯 주저앉았고, 주저앉는 순간 내 뇌를 강타하는 이 불길한 느낌. '아! 잘못됐다!'
마흔이 넘은 여자가 계단 내려가다 넘어졌다는 사실에 부끄러운 것도 있었지만, 여사님이 지켜보고 계셔서 혹시라도 여사님이 당신 집에서 다치기라도 했을까 걱정하실 생각에 아픈 것도 꾹 참고 우선은 벌떡 일어났다.
걱정하시는 여사님께 괜찮다는 말씀을 드리고 남편에게 의지해 몇 걸음 걸어 나왔는데, 도저히 발을 땅에 디딜 수가 없었다. 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남편에게도 크게 웃어 보이며 여사님을 안심시킨 후, 조용히 말했다.
"나, 너무 아파서 못 걷겠어. 업어줘야 할 것 같은데, 여사님 걱정하시니까 아무렇지 않게 행동해"
상황 파악을 한 남편이 이렇게 무거워져서 자기에게 업으라고 하는 건 자신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농담을 하면서 등을 내주었고, 나는 그렇게 남편에게 업혀 집에 돌아왔지만, 그때 나는 느꼈다. 어느 순간 남편의 몸무게를 따라 잡으려는 나의 너른 등짝에 꽂히는 여사님의 눈빛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아이고, 저러다 삐쩍 마른 남편 잡겠네!'
집에 돌아와 응급조치를 하고 보니, 넘어지는 순간 내 몸뚱이를 버거워하던 발목이 잠시 크게 놀라 부었을 뿐 다행히 큰 탈은 없었다. 찜질을 해주고 파스를 붙여주던 남편이 나를 놀리기 시작한다.
"대노야, 그 덩치로 나한테 업혀 다닌다고 동네에서 남편 잡는 여자로 소문나면 어떡하냐?"
그래, 나도 그게 조심스럽게 우려된다만, 그걸 네 입으로 얘기해야만 했냐! 꼭 그래야만 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