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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노 Oct 04. 2022

등린이에 입문해 보렵니다.

남편과 나는 '산이라고 꼭 끝까지 올라가야 하나, 그 아래 맛집에서 파전에 막걸리 한잔 하고 오는 맛에 산에 가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 둘이서는 산 정상까지 올라 본 적이 별로 없었다. 조금 올라가며 주변을 감상하다 적당히 경치를 즐겼다 싶으면 내려와 막걸리 딱 한잔 하고 집에 돌아오기 때문에 일부러 산을 찾지도 않는다. 몇 년에 한 번쯤 단풍이 드는 때, 남들은 일부러도 찾아오는데 우리도 집 근처에 있는 산 한번 올라가 보자 하고 엉덩이를 일으켜 보더라도, 등산에는 영 재미가 붙지 않았다.


손을 쓰지 않는 운동을 찾아보다가, 등산이 그렇게들 좋다고 하니까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등산로를 찾아 올라가 보았다. 정상까지 3.8km 밖에 되지 않지만, 가파르지 않은 초입부터 온통 돌밭으로 되어 있어 쉽지 않은 길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산에 올라본 일이 별로 없는 사람이니 무리하지 말고 딱 1시간 반만 올라가자는 목표를 세웠다. 초행인 데다가 산에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혼자 오르는 길이 조금 무섭기도 한데, 주차장에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이 단체로 산행을 준비하고 있는 걸 봤기에 무서움을 참고 한발 한발 허벅지에 힘을 주고 올라갔다. 땀이 비 오듯이 쏟아지는 것을 참고 힘들게 힘들게 올라 2km 지점에서 돌아오기로 했다.


오르는 건 그렇게 힘들더니 내려오는 길은 발걸음이 가볍다.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게 지그재그로 내려오는데 조금 빠르게 내려오자 땀을 씻어주는 바람이 참 좋다. 상쾌함인지 개운함인지, 집이나 헬스장, 테니스장, 검도장에서 운동하면서 흐른 땀이 식는 것과는 다른 게, 기분이 너무 좋다. 이 기분을 느끼고자 산을 오르는 건가?

너무 힘든데 또 오고 싶다. 이렇게 나도 등린이가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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