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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노 Oct 06. 2022

마루야, 산에 갈래?

산에 혼자 가려니 안 그래도 겁이 많은 나는 조금 무섭다. 어차피 개들도 산책시켜야 하니까, 셋 중 한 마리를 데리고 산에 오르면 등산도 하고, 산책도 시키고 1석2조다 싶어 마루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멀미를 하지만, 차를 타고 나가면 산책을 오래 있다는 아는 마루는 뒷문을 열면 스스로 뛰어 올라가는 착한 녀석이지만 엄마와 단둘이 산에 가는 건 처음이라 긴장이 된다.


등산로 입구 주차장에 벌써 차가 여러 대 있다. 단체로 올라가려는지,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이 일행을 기다리며 산행을 준비하고 있고, 산행 전 속을 든든하게 채우느라 김밥을 드시는 아저씨들도 있다. 덩치가 큰 마루가 혹시 민폐가 되지 않을까 싶어, 사람들을 피하면서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돌길이라 마루 발이 아프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는데, 여기저기 냄새 맡으며 마루도 산을 즐기는 듯하다. 마루랑 같이 오니까 무섭지도 않은 데다가 오르막에서는 마루가 끌어주는지 덜 힘든 것 같아 좋다. 


그런데 길이 넓은 곳에서는 상관없는데, 좁아진 길목에서는 마루를 데리고 가다가 다른 사람들을 맞닥뜨릴 경우가 문제다. 세상에는 개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개를 좋아하는 사람만큼 싫어하는 사람의 취향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라, 이렇게 덩치가 커다란 마루를 마주치면 당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람을 마주치면 한쪽으로 피해 마루를 앉혀놓고 사람들이 지나가길 기다리지만, 마루를 모르는 사람들은 마루의 존재감 자체가 위협이 될 수도 있을 테니 산에 데리고 오기에 마루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골든 레트리버는 맹견 종이 아니라 입마개가 필수는 아니지만, 가끔 입마개 시비가 붙는다는 얘기를 들어 입마개도 준비했는데, 마루도 입마개가 낯선지 입마개를 채우면 그대로 얼어버려 얼굴을 파묻고 움직이질 못한다. 입마개를 풀어달라고 떼를 쓰는 것도 아니고, 그저 엄마에게로 와서 엄마 다리에 얼굴을 파묻는 마루가 안쓰러워 강압적으로 입마개를 씌워 데리고 다니기도 그렇고, 좁은 길에서는 마루의 덩치 자체가 민폐일 수 있으니 마루는 산행 파트너로 안 되겠다. 


마루가 산행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를 자꾸 찾아내는 것 같지만, 또 하나의 부적합 이유는 내리막길에서 마루가 빨리 내려가거나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마루도 나도 다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이제 노년기에 접어든 마루가 다치기라도 하면 35kg이 넘는 마루를 안고 다녀야 하는 나로서는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마루야, 우리 산 말고 크고 넓은 평지에서 산책하자!



이중으로 목줄과 앞섬방지 하네스를 하고, 사람을 마주치면 길 한쪽에 앉아 기다리지만, 그래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너무 커서 무섭겠지? ㅠㅠ
입마개가 불편한지, 그대로 엄마 다리에 얼굴을 파묻은 마루 ㅠㅠ 입마개는 시간을 두고 차차 연습하기로 하자!


그대로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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