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대노 Oct 14. 2022

석류 수확의 날

그 많던 꽃이 다 떨어지고 열매를 맺은 것도 몇 개 안 되었는데, 그 몇 개의 열매도 바람에 떨어지더니 결국 두 개의 석류만이 대롱대롱 매달려 익어가고 있던 날, 남편이 말했다.

"대노야, 석류 따야겠어. 다 익어서 열매가 갈라지고 있어. 진작 땄어야 했나 봐."


손이 크지 않은 내 주먹만 한 석류 두 개를 따와 씻어서 반으로 갈라보니, 가득하지는 않지만 붉은 석류알이 보인다. 신 맛을 못 견디는 나는 먹어 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남편에게 얼른 맛을 보라고 재촉한다.

"맛이 어때?"

"새콤해."

"단맛은 없어? 맛없어?"

"아니, 맛있어. 우리가 사 먹는 그 석류 맛이야. 새콤한데 달콤한 맛도 있어."

우리가 사 먹는 석류는 새콤함 보다는 달콤함이 훨씬 강한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내가 실망한 걸 알아차린 걸까, 석알못 (석류를 잘 알지 못하는) 남편이 나를 위로한답시고 대답한다.  

"진짜야, 맛있어! 딸, 맛이 어때?"

"음. 조금 신데 맛있어. 사 먹는 석류 맛이야."


비록 내 기대만큼의 크기도 맛도 아니지만, 내가 키운 석류나무에서 열매를 얻어낸 것만으로도 참 신기하긴 하다. 비록 나는 신맛 때문에 맛도 못 보지만, 남편과 딸아이가 맛있게 먹어주니 그 또한 다행이다. 석류 알갱이만큼의 행복을 느끼는 밤이다. 





https://brunch.co.kr/@@al0B/128


매거진의 이전글 왔어요, 왔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