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소설이다?
우리 가족의 추억을 기록하기로 마음먹고 글을 쓴 지 딱 1달이 되었다.
기억해두고 싶은 추억을 잊기 전에 기록하고 싶어 마음이 급해졌다.
7줄짜리 일기를 쓴 것도 불과 2달 전부터이니, 글쓰기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았다.
읽고 싶고, 읽어봐야 할 것 같은 책들을 장바구니에 가득 담았다.
우선 글감이라도 적어둬야 했다.
글감을 적기 시작하면, 그때의 상황이 떠오르면서 문장이 문장을 불러냈다.
밤에 자려고 누워서도, 자다 깨어서도 글감이 떠오르면 휴대폰 메모장에라도 적어두었다.
꿈속에서도 글을 썼다.
잘 쓴 글은 아니지만, ‘처음 쓰는 주제에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했다.
하나씩 글이 쌓이는 게 좋았다
매일 가족과 투덕거리는 하루하루가 글감이 되었다.
1달여의 시간 동안 브런치에 16개의 글을 올렸고, 그중 4개가 포털 사이트 메인에 올라가는 영광을 누렸다.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 글 개수 채우면 올려주는 건 아니겠죠?)
나는 무슨 일에든 쉽게 몰입하는 성격이다.
남편이 내게 제일 많이 말은 “열심히 하지 마! 대충 해! 왜 그런 것까지 열심히 하는 건데?”였다.
별 거 아닌 일도 집중해서 빠르게 잘 해내야만 하는 건 그냥 내 성격이었다.
그렇게 몰입해서 하다 보니, 어떤 일도 재미없는 일이 없었다.
다만 나도 모르게 번 아웃이 찾아올 뿐이었다.
그날도 자려고 누웠다가 글감이 떠올라 휴대폰 메모장에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언제 다시 보더라도 글을 쓸 수 있을 정도의 글감이 되도록 메모장을 작성하고 나서 다시 누워서 스토리를 어떤 식으로 끌고 갈지, 글감의 추억을 곱씹어 보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내 추억을 전지적인 시점에서 바라보는 나와 스토리 속의 내가 따로 존재하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나에게 일어난 일을 기록하는 것뿐인데, 그 추억을 기록하는 순간부터 그 추억 속의 나와 글을 쓰는 내가 분리되는 것 같았다.
그동안 쓴 글들을 다시 읽어 보았다.
분명 나에게 있었던 일을 기록해 둔 것인데, 글 속에 갇힌 나는 내가 아닌 것만 같았다.
글로 표현되는 순간 그 추억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기록물로 남겨진 내 글에는 “나한테 이런 일이 있었어.”라며 떠들어대던 것과는 분명 다른 어떤 것이 존재하고 있었다.
글로 기록하고, 브런치에 공유하면서 내 추억이 나만의 추억이 아닌 것이 되었기 때문일까.
글 속에 갇힌 내가 아닌 나를 보는 기분은 묘한 느낌이었다.
어릴 때부터 글을 썼다는 지인에게 이 감정을 토로했다.
지인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했다. 어느 순간부터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순간들은 글감으로 보고 있더라고, 자기 인생에 집중하고 싶어 글쓰기를 그만두었다고도 했다.
아직은 내가 살아가는 순간을 글감으로 느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지나간 추억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 글을 쓰는 것이지만, 조금은 불안해졌다.
기욤 뮈소의 소설 <인생은 소설이다> ( 2020, 밝은세상)처럼 현실과 내 글 속 세상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면 어쩌지’라는 쓸데없는 걱정도 들었다.
지금 내가 너무 몰입해 있나 보다.
글쓰기가 너무 재미있어, 하루 종일 글 쓰는 생각밖에 하지 않고 있는 나를 자제시킬 필요가 있겠다.
남편 말대로 열심히 하지 말아야겠다.
번 아웃이 찾아오지 않게, 오래오래 쓰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