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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노 Jan 21. 2022

다양한 견성

마당 있는 집의 개들에게 마당이란…….

우리 집엔 사람 셋 (성인 남녀와 사춘기 여아), 개 세 마리 (포메 2마리와 레트리버)가 같이 산다.

그리고 이렇게 같이 사는 사람과 개의 성격은 모두 다 제각각이다. 

사람이야 그렇다 쳐도, 비슷한 시기에 입양되어 같이 살기 시작한 개들까지 어쩜 이렇게 다 다른지…….

이제부터 우리 집 개님들을 소개합니다.    


우선, 제일 나이가 많은 마루.

골든 레트리버이고 7년을 꽉 채운 8살이다. 사람만 한 덩치를 하고서도 자기가 큰 줄 모르는 우리 집 최고 개망나니다. 사람을 워낙 좋아하여, 자기 신체 일부가 사람 몸 어딘가에 닿아 있어야 하며, 겁이 많아 따닥따닥 거리는 해충퇴치기 소리에 놀라 그 커다란 덩치로 돌진하여 내 무릎 위로 뛰어 들어와 안기는 우리 집 최고 겁쟁이지만, 집 안에서 같이 살면서도 사고 한 번 치지 않는 순둥순둥 순둥이다.    


다음은 코코.

검은색 털이 섞인  포메 믹스로 이제 4살이다. 남편님께서 첫눈에 반하기도 하였지만, 워낙 폼피츠를 포메라 하고 사기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흑색은 사기를 잘 당하지 않는다는 말에 혹하여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크기가 좀 컸더라면 멋있었을 텐데, 저 크기로는 뭔가 애매한, 색이 저러하니 들개 느낌이 드는……. 할말하않이다. 그렇지만 똘망똘망한 큰 눈에, 오뚝하니 까만 코가 정말 오드리 헵번이나 이나영을 닮았다. 들개와 이나영 이라니, 좀 이상한 조합인 것 같긴 하지만…….     


마지막으로 우리 집 막둥이 루루   

사실 코코가 한 달 먼저 태어났지만, 생김새로나 하는 짓으로나 내 마음속 막둥이는 루루다. 크림색 포메라고 알고 입양하였는데, 이 아이도 뭔가 좀 애매하다. 우선 골격이, 근육으로 벌어진 팔이 모아지지 않는 마동석 같다. 도대체 너는 뭐랑 섞인 거냐? 몸에 비해 얼굴은 또 얼마나 작은지, 살이 찐 것이 아닌데도 보는 사람들마다 뚱뚱하다고 하니, 이 어찌 슬프지 아니한가?    


심심하개 마루 & 아련하개 코코 & 피곤하개 루루




생긴 것도 제각각, 성격도 제각각이지만, 다행히 아이들이 예의 바르고 착하여 한 집에서 살아가는데 큰 지장은 없다. 문제는 산책이다!     


성격이 제각각이다 보니 산책을 한 마리씩 따로 나갈 수밖에 없는데, 우리 집에 사는 성인 남자와 사춘기 여아는 개를 예뻐할 줄만 아는 무개념의 반려인들이라, 저 세 마리 개들의 산책을 나 혼자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남편님은 마당에 풀어놔주면 되지 않느냐고 항변하지만, 우리의 개통령님 강형욱 훈련사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마당이 산책을 대신해주진 못하니 산책은 꼭 마당 밖에서 하라고!      


마루는 워낙 커서,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은 나름 배운 개이긴 하지만, 혹시라도 위급 상황에서 컨트롤하기 어려울까 봐 동반 산책을 나 스스로 꺼려하는 탓에 단독 산책을 한다.      


코코는 집 밖이라면 무조건 돌진이다. 집 안에서는 우아하고 새초롬하니 다른 개들에게 ‘난 너희들과 달라’라는 표정으로 근접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집 밖으로만 나가면 기분이 너무 좋아 귀를 나비처럼 폈다 접었다 하며 무조건 앞으로 튀어나가는 스타일이다. 대부분의 개들이 그러하듯, 자고로 산책이란 많이 걷고, 냄새도 많이 맡고, 마킹도 최대한 많이 해야 한다고 믿는 듯하다.     


문제는 루루다. 이 아이는 의심이 많아서 전진을 못한다. 우선 자리에 앉아 공기의 냄새로 주변 탐색을 완료한 후, 한 대여섯 걸음쯤 나가 다시 재탐색을 시작한다. 집에서 좀 멀어지기라도 하면, 계속해서 걸어온 방향과 집의 위치를 확인하는 의심 많은 겁쟁이. 30분 산책을 하더라도 100 미터도 나아갈 수 없는 산책을 즐기니, 이건 뭐 독립 산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책 나가려는 기미가 보이면 자기도 나가겠다고 보채는 걸 보면, 산책을 즐기는 건 분명하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이렇게 개별 산책을 해야 하니, 산책이 부담스럽긴 하다. 몸이 안 좋거나, 힘든 날은 마당에서 놀면 안 되겠냐고 터그 놀이용 실타래나 공을 들고 호객행위를 해 보아도, 우리 아이들은 데크 위에서 ‘너 혼자 놀아라!’ 하는 표정으로 내가 뛰어다니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다. 이 넓은 마당을 화장실쯤으로 생각하는 럭셔리한 아이들 때문에, 공식적으로 산책을 피할 수 있는 건,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뿐이다. 

아싸! 오늘은 눈이 온다. 얘들아, 보이지? 보이지? 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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