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비용의 최소화: 내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

이러다 대신 살아달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by 박대노

어릴 때 엄마에게 야무지지 못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일지도 모른다.

또 엄마 탓이냐고 엄마가 한 소리 할게 분명하지만, 그냥 내 추측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어린아이였던 나는 엄마가 마트에 가서 무를 사 오라고 하면 마트에서 가장 못생기고 작고 형편없는 무를 골라왔다고 한다.

엄마가 왜 이런 무를 사 왔느냐고 바꿔오라고 하면, “그럼 이런 무를 다른 사람이 사가야 하는 거잖아? 다른 사람들은 이런 나쁜 무를 먹으라고 해도 돼? 그리고 내가 돈 내고 사 왔으면 내가 책임져야지, 어떻게 바꿔와?”라며 끝까지 버텼다고 한다.

결국, 야무지고 똑똑한 동생이 가서 “사장님, 이거 좀 전에 우리 언니가 사갔는데요, 다른 걸로 바꿔갈게요!”라고 얘기하고 바꿔왔다고 한다.


내가 뭔가를 결정해서 책임지는 것이 싫어서일까?

일할 때는 누구보다도 빠른 결정력으로 진도를 쭉쭉 빼는 스타일인데 일상생활에서만큼은 결정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업무는 내가 충분히 검토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결정에 어려움이 없지만, 일상생활에서의 결정들은 내가 검토해보거나 사용해보지 않아 확신할 수 없는 상태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싫은 소리 듣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내 성격에 그렇게 결정한 것들에 대해 주변(엄마)으로부터 잔소리를 많이 들었던 것도 심리적으로 크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자라면서 친구들과 메뉴를 정할 때, 혹시라도 내가 정한 메뉴를 친구가 원하지 않는데 나를 배려하느라 먹는 거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항상 나는 ‘아무거나파’에 속했다.

이번 한 끼 대충 먹으면 어떠랴, 다음 끼니에 먹고 싶은 거 먹음 돼지라고 생각했고, 나 때문에 입맛에 맞지 않는 것을 먹어야 하는 친구가 그렇게 신경 쓰일 수가 없었다.

메뉴 하나 정하는데도 이 생각 저 생각에 마음이 그렇게 불편해서 결정하기를 피해왔으니, 이 자리를 빌려 그동안 나를 위해 메뉴 고르기에 고심해 준 지인들께 감사함을 전한다.


물건을 살 때 결정 못하는 건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A가 조금 더 마음에 들긴 하는데, 주변에서 B를 추천하면 고르지 못해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B를 구매하게 된다.

남편은 꼼꼼하게 물건을 잘 고르는 편이라 남편 결정으로 산 물건에 대해 후회해 본 적이 없어서 남편 의존도가 더 높아진 탓에, 이제는 물건을 고르는 것 자체가 귀찮고 싫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렇게 구매해서 집에 돌아오면, 다시는 A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가 더 마음에 들었더라도, 내 손에 들어온 B에 더 애착을 가지게 된다.


기회비용이란 선택의 결과로 포기되는 대안 중 가장 큰 가치를 가지는 값을 말한다.

비록 결정의 어려움은 있지만 선택되어 내 것이 된 이후 나의 만족도는 최상의 상태가 된다.

결정하기 싫어하는 것은 결정에 따른 좌절감을 느끼고 싶지 않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고, 이미 결정 난 것에 대해서는 기회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 아닐까?


다행인 건 일상의 소소한 문제가 아닌 것에서는 나 스스로 결정을 잘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제일 중요한 내 인생의 2/3 이상을 함께 할 남편을 고르는 데 있어서 내가 전적으로 선택했고, 그 결정에 따라 지금까지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잘 살게 보이니 얼마나 뿌듯한지 모르겠다.

난 그저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 책임지는 게 어려운 사람인 것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게 아무리 사소한 메뉴 결정이라고 하더라도 결과에 책임지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칭찬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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