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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노 Apr 12. 2022

이 봄, 잡아두고 싶은가 봄.

이 봄, 어느 순간 여름이 되어 있을 것만 같아 마음이 조급하다.

아침까지 봉오리 맺혀 있던 꽃들이 오후가 되면 활짝 벌어져있다.

한낮엔 햇살이 어찌나 눈부신지 실눈조차 뜰 수 없어 꽃 한 송이 제대로 보기 어렵고, 저 해를 고대로 받았다가는 내 피부며, 머리카락이며, 늙는 건 한 순간이겠다 싶을 정도로 뜨겁다.

욕심부리고 심었던 새 수국들이 얼어버려 맘 상한 게 2주 전인데, 분명 지난주까지 아침저녁으로는 추워서 데크의 화분을 내놓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수양 벚나무의 꽃이 핀 게 이틀 전인데, 이 아이들도 갑자기 뜨거워진 날씨에 급한가 보다.

원래는 꽃이 떨어질 즈음 잎사귀가 벌어지는데, 엊그제 핀 꽃 옆으로 잎이 나기 시작했다.

봄이 점점 짧아져 가는가 보다.

나이가 들어 봄이 좋아졌나 싶었는데, 짧아지는 봄이 아쉬워 그랬나 보다.

올여름은 얼마나 더우려나. 또 얼마나 길려나.

이 봄, 잡아두고 싶은가 보다.






마당에 심은지 5년 만에 수양 벚나무의 꽃이 피었다.

심을 때도 이미 꽤 큰 나무를 심었는데도 몇 년 동안 꽃이 피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나무가 생장에 주력하는 동안은 꽃을 피우지 않는다고 남편이 말해주었다.

꽃을 피우지 않는 동안에도 밑동은 굵어지고 있었고, 뻗어낸 수많은 가지는 남편이 보기 좋게 전지해 수형을 예쁘게 잡았다.

5년을 준비해 꽃을 피운 수양벚나무가 꽤 근사하다.

'한낱 나무도 결실을 맺기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하는구나' 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자니, 나도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신경 써서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같은 날 심은 모과나무는 아직 꽃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동안 충분히 준비했으니, 올해는 꽃을 보여주렴."하고 조용히 속삭여본다.





5년 전 같은 날 심어 꽃을 피운 수양벚나무와 아직은 준비중인 모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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