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갭먼스를 건강하게 보내는 두 번째 방법

by 지니

"요즘 하는 운동 있어?"


친구나 지인을 오랜만에 만나면 한 번쯤은 꼭 물어보는 안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대화의 물꼬를 틀 때에도 운동처럼 좋은 소재가 또 없다. 자연스럽게 취미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되기도 하고, 대화가 깊어지면 상대방의 가치관도 살짝 엿볼 수 있다. 그만큼 운동은 우리 삶에 어느덧 깊숙하게 들어와 있다.


원래 나는 운동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학창 시절 체육 점수가 전 과목 중 가장 낮았으며, 운동 신경을 타고나지 않았다는 핑계로 일찌감치 포기했다(여기에는 달리기 꼴등, 피구 공포와 같은 여러 부정적 경험이 작용했다). 그나마 남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축구와 농구 등 집단 스포츠를 즐길 기회가 많았지만, 대다수 여학생들이 그랬듯 나 역시 점점 운동장과는 서먹해지고 기껏해야 석식 후 산책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성인이 되어 운동의 효능을 몸소 느꼈을 때 유레카마냥 신기했다. 나도 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니! 운동 신경이 꼭 좋지 않아도, 잘하지 않아도 즐기고 배울 수 있는 신체 활동이 무궁무진했다. 수많은 종류 중 나와 맞는 운동을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학교와 집, 친구로 국한되었던 세계가 조금씩 넓어지는 기분이었다. 다이어트, 치료 등 목적은 때마다 달랐지만 어떤 형태의 운동이든 긍정적인 효과를 주었다.


회사에 24시간을 쏟던 시절 가장 답답한 부분 중 하나가 이 좋은 운동을 전혀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중간중간 걷기라도 할 텐데 매일 야근 택시를 타다 보니 운동량이 급격하게 줄었고, 몸과 마음의 건강이 동시에 악화됨을 느꼈다. 물론 시간이 없다는 건 언제나 핑계지만 퇴사 후 생긴 여유로 운동에 다시 가까워졌음은 사실이다.


그래서 갭먼스를 건강하게 보내는 두 번째 방법으로, 당연한 주제지만 '운동'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특히 일상에 정기적으로 자리 잡은 요가와 댄스로 어떻게 내 몸을 마주하고 나를 알아가게 되었는지 나누고 싶다. 아직 스스로를 '운동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기엔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이 역시 과정 중 하나니까. 언젠가는 운동에 대해 더 깊게 풀어갈 날이 오기 바라며 정리를 시작해 본다.




"My Yoga Journey"


요가를 처음 제대로 접한 시기는 약 4년 전이다. 당시에도 갭먼스를 보내고 있었는데, 먼저 요가를 시작한 친구가 너무 좋다며 거듭 권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요가가 스트레칭과 비슷해 보였고 정적인 운동 같아서 크게 끌리진 않았다. 심지어 힌두교에 기원을 두고 있으니 종교적 이유(!)로 다소간 벽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친구로부터 집에서 가볍게 따라 할 수 있는 유튜브 채널을 추천받고, <아무튼, 요가> 책까지 빌려가며 열정적으로 전도(?)당한 끝에 어느 날 마음먹고 집 근처 요가원에 등록하게 되었다.


시간이 오래 지났기에 당시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요가를 했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요가에 대한 이해는 확실히 깊어졌던 것 같다. 단순 스트레칭 이상으로 온몸의 근육을 잘 써야 했고 종류도 굉장히 다양했다. 하타, 아쉬탕가, 빈야사... 한 동작에 오래 머무르며 정적으로 흘러가기도, 정해진 시퀀스에 따라 빠른 호흡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특정 종교색을 짙게 띠지는 않았지만 (이건 요가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아무래도 영적 훈련에 뿌리를 둔 만큼 몸과 마음을 긴밀하게 연결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이 지점이 다른 운동과 차별화되는 요가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퇴사를 결정하자마자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이 요가원이었다. 회사 다니는 동안 수련도 자주 빠지고 집중이 안 되어서 그만두었는데, 3년 만에 재등록을 하니 몸도 고향집 찾아온 듯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요가를 다시 시작한 후 살짝 설레는 기분으로 작성했던 인스타 스토리


요가 세계에서는 보통 '수업' 대신 '수련'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동작을 알려주는 선생님도 요가 '강사'라는 말보다는 '지도자' 또는 '안내자'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요가의 신성화, 성역화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요가만의 특별함은 분명히 존재한다. 즐겨 듣는 해외 팟캐스트 <Asian Boss Girl>의 "My Yoga Journey" 에피소드에서 호스트가 꼽은 요가의 장점들이 내가 느끼는 바와 거의 비슷하다(혹시 영어 청취가 부담스럽지 않고, 애플 팟캐스트스포티파이 사용이 가능하며, 요가가 더 궁금하다면 한번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인상 깊었던 포인트는 바로 요가에서 중요한 건 경쟁이나 극복이 아니라는 점. 요가는 과정의 운동이다. 특정 동작을 성공하고 오래 버텨낸 결과가 뿌듯할 때도 있지만, 그보다 내 몸을 들여다보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


'어제보다 몸에 힘이 더 들어가네. 긴장했나?'

'오른쪽보다 왼쪽이 덜 열렸으니 신경 써줘야겠구나'

'오늘 유독 잡생각이 들고 균형 잡기가 힘들다’


요가를 하다 보면 다양한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지금' 매트 위 내 몸에 집중하게 된다. 요가원에서도 수련 중 어려운 동작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갈 때 꼭 '가능하신 분들은'이라는 단서가 붙고, 늘 '할 수 있는 만큼' 그리고 '다치지 않게'를 강조한다. 동작을 완성하기 위해 무리해서 훈련하기보다 몸이 가능한 범위를 존중한다. 일반적인 운동시설과 달리 대부분 정통 요가원은 거울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몸과 내면에 집중한다는 요가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환경이 아닐까.


필라테스도 3개월 정도 다녀보고 폴댄스 체험 수업도 들어봤지만 결국 요가로 돌아왔다. '지금' 내게는 갭먼스 시기에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몸을 움직이면서 마음까지 고요하게 들여다보고 다스리는 게 가능한 유일한 운동이었다. 회사를 다니지 않아 누릴 수 있는 오전 요가의 장점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갭먼스 기간에 하루를 대부분 요가로 시작하고, 열린 몸만큼 한껏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받아들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몸으로 감정을 말한다면


올해 만난 새로운 취미이자 요가 못지않게 애정이 깊어진 운동이 있으니, 바로 춤이다. 흥겨운 노래를 들으면 내적댄스를 멈출 수 없고 교환학생 시절 누구보다 신나게 파티를 즐겼던 내게 춤은 오래전부터 위시리스트에 있었다.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몇 년 전 자주 듣던 팟캐스트 <듣똑라>에서 안무가 리아킴 에피소드를 접한 이후다. 몸의 움직임에 얼마나 깊은 철학과 영혼을 담을 수 있는지, 건강한 열정이 표현될 수 있는지 프로 안무가로서 말해주는 진심이 마음에 깊게 남았다. 잘 모르지만 춤은 운동과 예술 그 사이 어딘가 위치하는 것 같았다.


갭먼스를 시작하며 건강도 중요했지만 뭔가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새로움이 필요했다. 특별한 취미가 없다는 게 늘 콤플렉스였으니 이번 기회에 시작해 보자는 마음으로 고민하다가 춤이 떠올랐다. 지금 아니면 언제 도전해 보겠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머뭇거리기만 할거야, 라는 생각과 함께 댄스학원 문을 두드렸다. 용기 내어 체험 수업을 듣고 등록 상담을 받는데 부원장님이 아래와 같이 말하는 게 아닌가.


"요가 좋아한다고 했죠? 춤에도 치유와 명상의 효과가 있어요. 음악에 따라 움직이는 그 순간에는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거든요. 오롯이 몸과 감정에 집중하는 거예요."


순간 어깨너머로 연습실 수업 장면이 보였다. 재즈댄스 수업이었는데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현대무용 하듯 점프하고 바닥을 쓸며 움직이고 있었다. 인상적이다 못해 황홀하기까지 한 그 모습에 홀린 듯이 등록할 수밖에 없었다.


댄스 수강을 마음먹게 해 준 장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재즈 수업이다. (출처: <첫춤은 댄스왕> 유튜브)


춤의 세계는 생각보다 더 심오했다. 장르도 다양하고 경험했던 운동 중 가장 구성원이 다채로웠다. 말 그대로 남녀노소 국적 불문이다. 키와 몸집이 성인에 비해 작지만 유연성은 결코 뒤쳐지지 않는 초등학생, 한국말은 어눌해도 몸만 움직이면 누구보다 카리스마 넘치는 해외 유학생, 젊은이보다도 힘 있게 동작을 소화하는 부모님 나이대 수강생 등등. 흔히 댄스를 배운다고 하면 '혼자 못 따라가고 헤매면 부끄럽지 않아?'라는 질문이 돌아오는데, 정작 연습실에 들어가면 서로 신경 쓰지 않는다. 어차피 모두가 배우는 입장이고 취미 수준이니 실수해도 웃고 넘어간다. 요가처럼 내 움직임과 음악에 집중하는 것이다.


6개월 정도 다니면서 점점 내 취향은 한 곳으로 수렴했다. 처음 마음을 흔들었던 재즈댄스. 자유롭게 감정을 표현하는 춤이라고 한다. 특히 내가 다니는 학원에서 감성재즈(발라드 곡 가사에 맞춘 창작 안무) 수업이 열리는 날, 선생님은 독특한 방식으로 워밍업을 한다. 감성적인 음악에 맞추어 자유롭게 연습실을 돌아다니다가 앞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하이파이브하기. 이 과정이 끝나면 원으로 동그랗게 둘러서서 서로 바라보며 스트레칭을 한다. 몸 풀기에 더한 마음 풀기, 감정 워밍업이랄까. 열심히 동작을 배우고 학원 유튜브에 남길 영상 촬영을 앞둘 때에도 선생님은 '틀려도 좋으니까 감정에 집중해달라'고 한다. 그렇게 내 감정을 표현하고 나면 부원장님이 말한 치유 효과가 무엇인지 조금 알 수 있다.


몸의 감각을 느끼고, 어떻게 몸을 써야 하는지 배우고, 우리 몸에 이렇게 수많은 관절과 근육이 있다는 것에 놀라며, 즐거운 음악과 함께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유산소 효과까지. 이 좋은 운동 겸 취미를 왜 지금 시작했나 후회될 정도다. 매주 댄스 수업 후 영상 올라오기를 기다리는 게 소소한 낙. 앞으로 춤이 내 삶에서 만들어낼 스토리가 어떨지 계속 기대된다.




여러 운동을 '찍먹'해보는 운동 유목민 시기를 거치면서 느낀 점은, 내게 운동이란 성취를 증명해야 하는 결과보다 자기탐색의 과정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요가를 하며 몸과 마음 컨디션을 살피고, 춤을 통해 감각과 감정을 건드려주는 과정에서 나라는 사람이 점점 풍성해진다. 꼭 결과로 보이지 않아도 운동하는 과정이 주는 즐거움을 많은 이들이 누렸으면 좋겠다. '난 OO 운동 하는 사람이야'보다는 '난 OO 운동을 하면서 ~를 느끼고 배웠어'에 집중하면 지금 내 몸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잘 들리지 않을까. 갭먼스 시리즈 프롤로그의 제목처럼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좋은 방법으로 운동을 말하고 싶은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처음에 시작한 질문을 조금 바꿔보고 싶다.


"요즘은 운동하면서 어떤 게 좋아?"


무슨 운동을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운동이든 그 과정이 주는 즐거움과 효능에 초점을 맞춰보자. 몸에서 들려오는 소리, 바로 그 지점에서 나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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