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코치형 부모의 비언어적 의사소통 스킬 : 눈맞춤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어디를 보고 있을까요? 설거지를 하며 싱크대를 보거나, 스마트폰 화면을 보거나, TV를 보고 있지는 않나요?
아이는 말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해 있습니다. '응, 그래, 그랬구나' 하며 대답은 하지만, 아이는 알고 있습니다. 엄마 아빠가 진짜로 듣고 있는지, 그냥 흘려듣고 있는지를.
이제 아이와 대화할 때, 특히 아이의 말을 들을 때 눈을 맞춰보세요. '아이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이 특별한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해하며 들어보세요. 눈을 마주치는 시간과 공간을 많이 만드세요.
시대가 변하니 별것이 다 변한다 싶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눈맞춤입니다. 과거에는 부모가 말할 때 눈을 똑바로 뜨고 보면 안 되었습니다. 학교 선생님의 꾸중을 들을 때는 더더욱 눈을 아래로 깔고 바닥을 봐야 했죠.
'좀 짧게 하시면 안 돼요?'
라는 말을 감히 못 하고,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면서 딴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AI 시대에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AI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 중 하나가 바로 인간의 진심이 담긴 소통입니다. 눈맞춤은 그 진심을 전달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죠. 코치형 부모에게 눈맞춤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아이의 잠재력을 끌어내려면 아이가 먼저 '내 부모는 내 말을 진심으로 듣고 있구나'라는 확신을 가져야 하는데, 눈맞춤이야말로 그 신뢰를 쌓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눈맞춤(Eye contact)
마주한 두 사람이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서로의 시선을 일치시키는 커뮤니케이션의 한 형태로서, 서구권의 문화에서 유래하는 관습이다.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전통적으로 무례한 행동으로 인식되었으나, 오늘날에는 서구화의 영향으로 그러한 경향이 비교적 완화되었다. 현대의 대인관계에서 상대방의 눈을 보는 것은 기본적인 규칙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소리를 내지 않고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한 기본적인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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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있을 때, 눈맞춤 훈련을 받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민자들에게 캐나다 문화의 에티켓으로 눈맞춤을 알려주는 시간이었는데, 제게는 눈을 보고 말을 하는 것이 무척 어색했습니다.
그런데 이 눈맞춤을 꼭 몸에 배게 하고 싶은 계기가 생겼습니다. 금발의 파란 눈을 가진 젊은 여자 강사가 진행하는 워크숍이었는데, 그녀는 저의 눈을 보며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얼마나 자주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는지 저에게 특별한 관심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눈맞춤이 잦았는데도 불편하지 않았고, 오히려 특별한 대우를 받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저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참석자들도 저와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때 눈맞춤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지 제대로 깨달았습니다. 그냥 눈만 마주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는 되어야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집니다. 아마 그 강사는 눈만 마주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한 명 한 명을 특별하게 여기며 말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코칭의 핵심입니다. 눈이 마음의 거울이니 눈을 마주친다는 것은 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내가 진정한 관심과 애정이 있을 때는 눈맞춤이 편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부자연스러워 눈을 피하게 됩니다. 그러니 눈맞춤을 하라는 것은, 우선 상대에게 관심과 애정을 가지라는 말입니다.
한국에서 눈맞춤이 무례했던 건 상하관계에서 윗사람으로부터 나무람, 꾸짖음을 들을 때, 아랫사람이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에만 적용된 것 같습니다. 이건 야단을 맞는 마음이 괴로울 터인데, 굳이 이런 마음을 눈으로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데서 일부 국한적으로 눈을 피하게 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건 저의 해석입니다.
아들 훈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말 수가 적어졌지만, 간혹 한번 발동이 걸리면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한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서 저는 설거지나 집안일을 하면서 듣게 되는 것이 다반사였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이런 말을 합니다.
"엄마~, 제 이야기를 아무 일도 안 하면서 눈을 보고 들어주면 안 돼요?"
아이들이 싫어하다 못해 무서워한다는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저는 바로 고무장갑을 벗고 식탁에 앉아 훈의 이야기에만 집중하며 들었습니다.
신이 난 훈은 화이트보드까지 가지고 와서는 영어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을 설명해 줍니다. 셰익스피어의 소설에 나타난 여러 색의 의미를 얼마나 잘 설명해 주었는지, 저도 그 수업을 들은 것 같았습니다. 훈은 이 즐거웠던 수업 내용을 엄마에게 꼭 설명해 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지금도 그 순간이 영화 속 아름다운 한 장면처럼 기억됩니다. 아들이 좋아하는 것을 나도 좋아해 주며 몰두했던 그 시간. 그때 빨간 고무장갑을 벗고, 아이의 눈을 보며 경청해 준 일, 이건 '인생에서 내가 참 잘한 일'이 되었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코칭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아이가 직접 요청한 것은 단순한 관심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온전한 존재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깊은 욕구의 표현이었습니다. 코치형 부모는 이런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 하던 일을 멈추고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제 그 시절은 지나갔고, 아들과 만나 이야기할 시간도 물리적으로 짧아졌습니다. 크리스마스 때나 가족이 모일 수 있는 국제 가족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아이들이 오면 저는 음식을 하느라 분주합니다. 그런데 아들이 제안합니다. 가족끼리라도 카페에 가서 이야기를 하자고. 그래야 대화다운 대화를 한다고.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는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에만 몰두하면서, 막상 가족과는 그만큼의 집중력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게 싫답니다.
이제 우리 가족은, 일부러라도 카페에 가서 이야기에 열중합니다. 대부분 아들의 제안으로.
소중한 나의 아이 말을 들을 때 눈을 보며 들어보세요. 아이가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말입니다. '너는 특별한 아이구나!' 하는 마음으로 무슨 말을 하는지 귀담아들어 보세요. 아이도 똑같이 합니다. 덤으로 목소리, 몸짓까지 더 호감 가게 한다면, 아이는 가정에서부터 커뮤니케이션의 탄탄한 기본을 익히게 됩니다.
코치형 부모의 눈맞춤은 단순한 기술이 아닙니다. 이는 아이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 숨어있는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적극적인 자세입니다. 전문 코치들이 코칭할 때 눈맞춤을 중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키우고 싶은 부모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
1. '골든타임'을 놓치지 마세요. 아이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할 때, 하던 일을 멈추세요. 설거지 중이라면 고무장갑을 벗어던지고, 아이의 눈을 보며 집중하세요. 아이가 스스로 마음을 여는 이 순간이 바로 코칭의 골든타임입니다.
2. 진심을 담아 바라보세요. 아이의 눈을 보고, 아이의 감정과 생각을 함께 느끼려 노력하세요. 눈맞춤은 아이에게 '너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아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보게 해 줍니다.
3. '신성한 공간'을 만드세요. 집에서는 할 일이 많아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다면, 가끔 아이와 단둘이 카페에 가세요. 일상에서 벗어나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만드세요.
AI가 많은 것을 대신해 주는 시대지만, 눈을 마주치며 진심으로 소통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코치형 부모는 이 인간 고유의 능력을 아이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매일의 눈맞춤으로 전달됩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저는 아이와 단둘이 카페에 가서, 아이가 하는 이야기를 눈맞춤하며 듣는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쓸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오늘 저녁,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려 할 때,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의 눈을 보며 들어보세요. 그 순간, 이미 코치형 부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 코치 이진영의 미래 역량 코칭 -
[‘AI 시대, 코치형 부모가 답이다 (20화)]
[4장: 매니저에서 코치로, 실전코칭스킬을 활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