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 얼굴의 반을 마스크로 가린 사람들의 표정에서 좋은 기운 같은 걸을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아니 좋은 일을 같은 건 찾지도 말아야 할 것 같다. 내 마음이 어두워서 그랬는지……
그런데 오늘은 좋은 일이 좀 있었다. 모처럼 만난 두 분에게서 들은 말 몇 마디로, 큰 깨달음 하나를 얻었다. 여러 권의 책을 읽은 것보다 훨씬 더 깊게 울림을 남기며, 쉽게 우울해지는 마음이 싹 가시는 산뜻함을 맛보았다. 오랜만에.
가: 선생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요즘 어떻게 지내셨어요?
나: 요즘 요? 좋은 일이 좀 있네요. 따져 보면 5개는 넘는 것 같아요.
가: 아니 어떤 좋은 일이요? 전 이 코로나 19로 맘이 복잡하고 쉽게 우울해지는데…. 그 좋은 일 좀 말해 보세요. 듣고 싶네요.
나: 아니 ~ 별거 아니고요. 지금 하는 공부도 재미있고, 새로 시작한 일도 할 일이 어렵지만 재미있고, 지금 선생님하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고, 좋은 일이 많네요.
이렇게 시작된 대화는, 동료의 갑작스러운 입원, 고집불통인 사람하고 일하면서 겪은 황당한 일 등 어려운 점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10여 분 나눈 대화였는데, 내 머리에 남은 건 바로 ‘좋은 일’이었다. 대단하지 않은 ‘좋은 일’, 내게도 있었는데 못 보고 있던 좋은 일만 머리에서 맴돌았다.
또 한 분을 만났다.
가: 선생님, 얼굴 직접 뵙기는 오랜만이네요. 그런데 지난번 도움 주셔서 시작하게 된 일 말이에요, 어떻게 해야 할지 좀 막막해요.
나: 선생님, 별거 아니에요. 제가 한 것 보여드릴 게요. 이거 하나만 신경 쓰시면 돼요. 아주 쉬워요.
가: 선생님은 꼼꼼하고 완벽하게 일하시면서 말씀은 그렇게 하시네요.
대화는 요즘 코로나 19로 느슨해지는 몸과 마음을 다잡기 위해 1시간이 넘게 걸려도 사무실로 출근하기로 한 일 등으로 이어졌다. 이야기를 하면서 내게 도움이 될 자료까지 이멜로 보내 주셨다. 20 여분 동안의 일인데, 어렵게 여겨져 미루고 있던 일을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솟았다. 아직 아무 일도 안 했는데도.
사무실로 올라가는 길, 마스크 속 사람들의 표정이 어둡게만 느껴졌었다. 똑같은 길을 내려오는데, 눈빛만으로도 묵묵히 참아내는 강인함이 보였다. 내 마음에 따라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 보였다. 극과 극으로.
녹음이라도 해 놓은 듯, 두 분의 말이 강한 울림으로 다시 들려왔다.
“좋은 일이 좀 있어요.”
“이거 쉬워요. 이 부분을 조금만 신경 쓰면 돼요. 별거 아니에요.”
잠시 생각을 해 보니, 예전에 만났을 때도 이분들은 이렇게 말했었다. 오늘은 왜 이 말이 울림으로 다가왔을까? 이분들이 자주 하는 이 말은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이 아니라, 이런저런 삶의 문제를 해결하며 얻어 낸 태도에서 나온 말이어서가 아닐까? 말이 삶의 태도가 되고, 태도가 말이 된 것이 오늘에야 내게 보인 게 아닐까?
태도는 사전적 의미로 ‘어떤 사물에 대한 감정이나 생각 따위가 겉으로 나타난 모습을 말하거나, 또는 어떤 상황이나 사물에 대한 준비태세 로서의 마음가짐’을 말한다. 코로나 19, 4차 산업혁명 시대, 이제는 ‘속도’라며 변화 속도를 강요하는 현실, 그러나 막상 일상 생활 방식을 바꾸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은 우리들, 복잡하고 불안정한 세계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까? 이 어려운 질문에 쉬운 대답을 찾은 느낌이다.
말을 습관적으로 바꿔 보기.
나도 누가 어떻게 지내요? 물으면
“좋은 일이 좀 있어요.”로 시작하기. 한 달만이라도.
그리고 내가 일을 할 때나, 누군가에게 일을 부탁할 때
“별거 아니에요. 요것만 신경 쓰면 돼요. 쉬운 일이에요.”로 시작하기. 한 달만이라도.
다짐 하나 했는데도 살맛!이 난다. 위의 두 말만 의식적으로 사용해도, 마음의 방향이 잡힐 것 같다. 내가 오늘 경험한 것처럼 나와 나를 만나는 사람이 이런 말을 나누며 함께 살맛을 나누면 좋겠다. 특히 엄마들이 자녀에게 이 두 말을 하루에 한 번 만이라도 해 주면 어떨까? 아이들의 태도는 부모의 말로 길러진다고 하니 더욱 의식적으로, 습관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