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이 안 날 때,
나를 살리는 주문 만들기

“지금이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다!” 난 이 말을 매일 하며 살기로 했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그래서 불안하고, 뭐가 잘 풀리는 것 같지 않고,
100세 시대도 버겁기만 하다. 난 내가 몇 살까지 살지 몰라도,

죽는 그 순간까지 이 말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코로나 블루, 세상의 변화에 잘 적응하는 척해도, 쉽게 울적해진다. 좋은 기분이 들었다 해도 오래가지 않는다. 고무줄 같다. 좋은 기분으로 늘려 놓았다 해도 잠시 힘만 빼면 다시 줄어든다. 곧 마음이 어두워지는 것의 반복.


이렇게 살 수는 없다. 그래서 나에게 처방책을 하나 주었다. “지금이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다”라는 말을 매일 나에게, 또 남에게 주문처럼 하기로.


이 멋진 말을 생각하게 된 뒤에는 나의 시어머님이 계신다.

20여 년 전, 어린 두 아이를 키우며 너무 힘들 때 어머님께 하소연했다.


"어머님, 아이들이 빨리 자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다 알아서 할 수 있는 날, 내가 내 시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지금이 제일 좋을 때야."

"어머님, 지금이 제일 좋을 때면 무슨 희망을 품고 살아요."

"다 지나고 봐야 아는 거야. 어쨌든 지금이 제일 좋을 때인 줄 알고 살렴."



두 아이를 데리고 캐나다에서 지내고 있을 때, 어머님이 방문하셨다.

워킹맘으로 사춘기 두 아이를 혼자 키우며 매일 허둥대고 지내는 내게,

어머님은 "지금이 제일 좋을 때야. 자식 농사를 잘 짓고 있네"라고 말씀하셨다.



어느새 두 아이는 내 곁을 떠나 자기 인생을 살고 있다. 내가 원했던 대로 내 도움 없이 살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난 마음대로 내 시간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슬금슬금 쓸쓸함, 적적함이 느껴진다. 여전히 어머님은 지금이 제일 좋을 때야.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자유롭게 살 수 있잖아.”라고 하신다.


도대체 인생에서 제일 좋은 때는 언제인가? 되돌아가고 싶은 때는 언제일까? 젊음의 꽃 대학시절? 아니다. 그땐 너무 방황이 심했다. 짝짝궁 하는 아이 얼굴 볼 때? 이 때도 아니다. 아플 자유도 없이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도 다시 돌아가고 싶은 때가 없다. 어머님 말씀이 맞았다. 지금이 제일 좋은 때다.


작년에 팔순 잔치를 했을 때 시어머님이 말씀하셨다.
“난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관절 수술을 하며 꽤 힘든 시기를 보내셨는데도 하신 말씀이다.


자주 찾아 뵙지는 못해도, 만날 때 마다, 맛있는 김치, 오이소박이, 밑반찬을 잔뜩 해 주시며 같은 말을 하신다. “난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고.


큰 며느리 입장에서 어머님의 행복을 깨뜨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그리고, 병원에 누워 계시기 전에 되도록 많은 추억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 한번이라도 더 맛집이며 바깥바람 쐴 수 있는 곳으로 모시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든다.


이렇게, 난 어머님이 보여주신 삶의 태도에서 아주 귀중한 지혜를 얻게 되었다.

어떤 상황에서건 “지금이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다!”라는 말을 주문처럼 쓰며 살기.

죽는 그 순간이 하이라이트가 되도록 살기.


이번 주말에는, 어머님 모시고 영종도라도 가야겠다. 어머님이 무슨 말씀을 하실 지 난 안다, 바뀐 것은 말 하나 뿐인데, 이미 살맛이 난다. 쓰고 보니 정말로 “지금이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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