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특히 아이들이 어떤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나요? 아이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를 엄마가 좀 더 알려고 애를 썼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은, 누구나 갖게 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걸 알려 주면 좋겠습니다.그리고 아이가 두려울 때, 제일 먼저 달려가 ‘전 ____이 두려워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엄마이면 좋겠습니다.
전 두려워하면 안 되는 줄 알았습니다. 성경에도 제일 많이 나오는 말이 ‘두려워하지 마라’라고 하니, 두려워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일로 알고 자랐네요. 두려움이 몰려와도, 그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그냥 어찌어찌하다 보면 그 두려움이 없어지기도 하고, 극복되어 있기도 하는 식이었습니다. 거짓말하면 안 되는 것처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어떤 역경에서도 부모님이 두렵다는 말을 하는 걸 들어 본 적이 없으니, 부모가 되면 두려움이 없어지는 줄 알고 지냈습니다. 엄마로 10년을 넘게 살고 한참이 지나서야, 전 우연한 기회에 두려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캐나다 이민자를 위한 교육 기관에서 일을 할 때, 캐나다 정착, 취업 관련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캐나다 이민을 코앞에 둔 30대에서 50대 분들에게 ‘정보가 힘’이라며 캐나다 정보를 잘 정리해 주고, 한국에서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지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워크숍을 마무리하며 어떤 면에서 도움이 되었는지를 물었는데, 참석자 대부분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저만 이민을 앞두고 두려워하는 줄 알았는데, 여기 오신 분들 보니 다 같은 두려움을 가지고 계시네요. 나만 두려워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가장 힘이 되었습니다.”
남자분들은 더욱 공감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가장으로 이민이라는 큰 결정을 내렸지만, 두려움은 밀려오고, 그렇다고 아내나 자식에게 가장의 두려움을 나눌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이 곳에 와서 보니, 남자들도 모두 두렵다고 하니 자기만 뭔가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돌이켜 보니, 저도 꽤나 두려웠었습니다. 두 아이를 데리고 (남편은 한국에 두고) 뉴질랜드로 갈 때도, 캐나다에 갈 때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말 탈 없이 잘 살아낼지 두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누구에게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가족 모두가 반대하는 일을 나 혼자 밀고 나가는 처지여서, 남편에게도 차마 두렵다는 말을 하지 못했고, 그저 신나서 떠나는 척했습니다. 제가 그랬듯이, 두 아이는 엄마는 두려움이 없는 존재로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도 무엇이 두려웠었는지를 조목조목 따지며 말을 할 수 있었더라면, 큰 덩어리로 막연히 밀려오는 두려움의 정체를 몰라, 혼자 끙끙거리며 힘들게 참는 일을 좀 덜 했겠다 싶습니다.
그 워크숍 이후 전 이민을 앞둔 가장이 느끼는 두려움을 솔직하게 나누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려울 때는 두렵다는 말을 하세요. 이 말을 하는 순간 그 두려움의 정체를 대면하는 거예요. 그러면 무엇과 싸워야 하는지 적의 실체를 알게 되어 막연한 두려움보다 더 이겨 내기가 쉬워집니다. 그리고 두려움을 잘게 쪼개 보세요. 자신이 정말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겠죠. 이건 남에게 두렵다는 말을 할 때 더 잘할 수 있게 된답니다.”
며칠 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저는 경기 꿈의 대학에서 고등학생들에게 “역량과 진로를 빛나게 하는 자기소개 글쓰기” 강의를 온라인으로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사고를 역량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며 역량을 이해시키려 애를 썼습니다. 경험을 역량으로 연결시키고, 이런 역량을 자기소개서에 드러나게 하는 팁도 시간을 들여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뒷부분에서 ‘글쓰기 두려움을 없애는 팁’을 간단히 알려 주었습니다. ‘남의 비판이나 글의 질에 대한 걱정 없이 무조건 일단 쓰라!’ 이것이 팁이었습니다. 마무리하며 수업 내용 중 꼭 기억하고 싶은 것을 말하라 했는데, 의외의 대답이 나왔습니다. 글쓰기가 두려운데, 이런 두려움을 없애려면, 남 눈치 보지 말고, 그냥 무조건 쓰라는 그 말을 기억하겠다고! 대부분의 학생이 이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말이 너무 힘이 된다고. 누구나 글쓰기를 두려워한다는 걸 처음 알았고, 이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이 너무 뻔한데도 기운이 난다고.
아이들은 두려움이 있어도 무엇이 두렵다고 말하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자기만 ‘찌질이’처럼 두려워하는 줄 알고, 차마 말을 못 합니다. 남들도 다 그렇다는 걸 알기만 해도 훨씬 자신 있게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지금 아이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만 해도 엄마는 아이를 더 잘 도울 수 있습니다. 아이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엄마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게 엄마도 어떤 일을 두려워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극복을 했는지를 말해 주면 좋겠습니다.
“난 -----이 두려워요!”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이 두려움이 나 혼자만 겪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며, 두려움과 정면 대결할 힘을 얻고, 더 나아가 진정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게, 잘게 쪼개 볼 수 있다는 걸 알고 자라게 해 주면 좋겠습니다. 다른 누구가 아닌 엄마가.
전 다음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두려워하는 것들을 나누는데 시간을 더 쓰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너희들이 두려워하는 것들 다 말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