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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기대치를 낮추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부모의 기대치 조절하기

2-6.   부모의 기대치 조절하기 

 

아이가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 안에서 긍정적 요소를 찾아 말해 준다면 아이는 자신에 대해 좋은 기분을 느끼며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기대치를 조금 낮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기대치를  조금 부족하게 정하고, 점차적으로  조금씩 높여 나가면 됩니다. 


저는 ‘아이는 믿는 만큼 그 이상 자란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기본적인 믿음을 가지되, 기대를 높게 하지 않아 가능했습니다. ‘이 정도만 하면 잘한 거야’라는 식으로 기대치를 높이지 않으니 제 기대보다 잘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당연히 감탄이 자주 나오게 되었습니다. 


높은 이상을 꿈을 꾸는 것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미터를 목표로 정했을 때, 목표를 달성을 못해도 60미터까지는 간다면, 처음부터 50미터를 정하면 목표를 달성해도 50미터까지 밖에 못 간다는 식입니다. 이 말이 맞을 수도 있지만, 저는 50미터를 달성한 성취감을 느끼면, 그다음에 60미터를 목표로 정하면서 결국 60미터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성취감을 느끼면서, 조금씩 목표를 높이면 됩니다. 하지만 100미터를 목표로 하고 60미터를 간 경우는 성취감보다는 못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그다음에도 60미터에 머무를 수 있다고 봅니다. 


몇 미터가 중요하기보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어떤 느낌을 가지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자신에 대한 '기분 좋은 느낌'이 있어야 원하는 일을 즐겁게 해 나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들은 꼭 아이가 자신에 대해 기분 좋게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반응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 속 마음이 다소 불편해도 아이가 자신에 대해 긍정적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아이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하다!'는  믿음을 가지되, 기대치는 조금 낮추고 천천히 상황을 살펴보며 높여나가면 됩니다.  어려운가요? 


부모 상담을 할 때나 고등학생들을 지도할 때, 부모들이 아이를 믿지 못하면서 기대치만 높게 두어 자녀를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부모의 실망감과 아이의 미안함과 죄책감을 줄이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부모의 기대치를 조금 낮추기입니다. 이럴 때 얻는 가장 큰 혜택은 ‘감동이 있는 일상’입니다. 부모의 기대를 넘어서 잘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감동의 순간도 더욱 늘어납니다.  작은 일에도 기대 이상이니, 감탄의 횟수가 늘게 되면 아이는 밝고 자신감을 가지며 자랄 수 있게 됩니다.  물론 더 잘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의식적으로 감동을 표현하거나 과장해서는 안 됩니다. 진심으로 현재 그 상태에서 작은 일에 감동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일단 이 순간, 아이도 부모도 즐겁고 행복하다면 충분하다는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아들은 어린 시절부터  아토피(피부 건조증)로 많이 고생했습니다. 밤낮으로 가려움에 괴로워하는 어린 아들을 위한 믿을만한 치료 방법이 없으니 더욱 무서웠습니다. 결국 한의사를 만나 한방식 치료를 했는데, 처음에는 명현현상으로 아토피가 더 심해졌습니다. 그러나 한의사 조언 대로 견뎌내며 2년간 치료를 받아 많이 좋아졌지만, 환경이 바뀌면 다시 재발을 반복하다 체질이 바뀌는 고등학교 때가 지나서 완전히 좋아졌습니다. 아토피로 인해 아들에게는 ‘가렵지만 않으면 다 괜찮다,’는 식이 되었습니다. 또래들이 한글과 수학의 기초를 배울 때, 아들은 좋아하는 레고와 로봇을 가지고 몰두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런 놀이에 몰두를 하면 몇 시간이라도 가려움을 잊을 수 있었으니까요. 


초등 1년 때, 아들은 아직 한글을 아직 다 배우지 못한 두 명 중 하나였습니다. 그 반에 딱 두 명이라고 말할 때의 선생님의 눈빛이 기억이 납니다. ‘이런 한심한 엄마’가 있나를  드러내는 묘한 눈빛. 관심이 오직 아들이 가렵지 않게 하는 방법에 있어서,  세월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몰라 한글을 가르칠 생각도 못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후 얼마 지나 아들이 상이라도 받은 얼굴로 집에 왔습니다. 


“엄마, 내 짝이 받아쓰기 몇 점 맞았는지 아세요? 100점. 내 짝이 100점을 받았다고요. 하하”


앞에 ‘내 짝’이라는 단어가 없는 듯, 자신이 100점인 그런 얼굴이었습니다.


“훈아, 너는 몇 점인데?”


“나요? 40점이요.”


이 애가 숫자를 잘 모르나 싶게 40점이라고 말하는 자랑스러운 얼굴. 어이가 없었지만, 잠시 생각해 보니 40점이나 받은 것도 다행이었습니다. 


“그래서 넌 기분이 어떤데? 좀 부럽지 않아?”


“부럽기는요, 난 나중에 100점 받으면 되죠. 난 다른 아이가 아니라 내 짝이 100점 받은 게 기분이 좋은 걸요.”


그때 저는 참 좋은 말을 했습니다. 지금도 참 잘했다 여겨집니다.  


“역시, 내 아들이네. 진짜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 하는 말을 하네. 지금 못 해도, 나중에 잘하면 되고, 친구가 잘하는  것 진심으로 기뻐해 주고…… 정말 자신감에 차 있는 사람은 훈 같은 사람이야. 진정한 리더급이네. 호호”


‘자신감은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못하는 것을 기분 좋게 인정하고 필요하면 배우면 된다는 자세에서 비롯된다.’라는 책에서 읽은 말이 마침 떠오른 덕이었습니다. 혹시 이런 저의 반응이 아들의 자신감을 키워준 것일까요? 아들은 자기가 잘 못하는 것은  나중에 배우면 되고,  자기가 못하는 걸 친구가 잘하면 더 좋다는 식이었습니다. 친구가 무엇을 잘하면 자기가 한 듯이 기뻐하며 저에게도 자랑을 합니다. 그리고 친구에게서 배울 점을 찾는 건 지금도 여전합니다.  


기대치를 낮추니 아들의 학습 성과에 감탄하는 일이 자주 일어났습니다. 


“와~ 어떻게 이렇게 잘했어? 역시 대단해. 한글도 모르고 입학했는데 이렇게 잘하다니!”


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고,  감탄사의 연발이었습니다. 이런 말을 듣다 보니, 아들은 정말 잘 사람이라는 ‘착각(?)’을 하며 자랐습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이럴 때 쓰는 것이겠죠?  다행스럽게도 이 ‘착각’은  더욱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게  했고, ‘잘하고 싶은 것’은 마음을 먹으면 얼마든지 잘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놀이에 몰두하며 보낸 시간, 여러 로봇을 세워 놓고, 각각에 역할을 주며 혼잣말로 이야기를 만드는 시간, (엄마는 바빠 무슨 스토리를 만들었는지 귀담아듣지 못한 것이 지금 많이 아쉽지만)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한 그 시간에 창의적인 사고력은 쑥쑥 자랐습니다. 


아토피로 인해 겪은 고통이 있었지만, 길게 놓고 보면 운이 좋은 면도 있었습니다. 아토피 때문에 아들에게 더 기대치를 낮추고, 혼자 몰두할 시간을 많이 주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현대 사회에서 요구하는  지식 기반의 아이디어, 창의성, 사고력을 두루  갖춘 아이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때부터 IT 분야에 필요한 창의적 사고력의 기초가 다져졌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약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아토피 같은 어려운 상황이 아니더라도, 기대치를 낮게 시작하여 조금씩 높여가며 조절할 것입니다. 그래야 진정한 감동과 감탄의 말이 더 많이 나올 테니까요. 이런 감동과 감탄의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좋은 기분 즉 긍정적 정서라는 기초체력이 든든한 아이로 자라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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