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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알고 안 할까? 몰라서 안 할까?

아이가 모르는 디테일 알려 주기

3-1. 아이가 모르는 디테일 알려 주기 (대인관계 역량)

 

‘시간 약속을 잘 지키기’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보여 주는 중요한 태도입니다. 아이들이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부모들이 '시간 약속 지키기', '지키지 못했을 때 적절한 대처 방법', '미리 연락하기', '미리 못했을 경우 이유를 설명하기' 등을 가르쳐 줄 필요가 있습니다.


사전에 ‘코리안 타임’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부끄럽게도 ‘약속한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한국인의 시간관념이나 습관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풀이됩니다. 위키피디아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코리안 타임(Korean time)은 약속시간에 일부러 늦게 도착하는 행동이나 그 버릇을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은 한국 전쟁 때 주한 미군이 한국인과 약속을 한 뒤 약속시간보다 늦게 나오는 한국인을 좋지 않게 생각하여 '한국인은 약속 시간에 늦게 도착한다. 이것이 한국인의 시간관이다.'라고 하여 코리안 타임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위키백과>


위의 의미는 1970년대 생긴 말이고, 20세기의 ‘코리안 타임’은 ‘5-10분 빠르게 하다’의 의미로 바뀌고 있다고도 하니 다행스럽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코리안 타임은 이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아직도 강의를 진행할 때 지각이 많아 정해진 시간에 시작하기 어렵습니다. 고등학생 대상 수업도 학생들이 제시간에 오는 경우는 드물고, 지각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경기 꿈의 대학 강의를 진행할 때 ‘글로벌 경쟁력에 필요한 7가지 핵심 역량’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에게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할 경우 대처 스킬’을 가르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시간 약속을 지키는 것은 책임 있는 행동으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중요한 역량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시간 약속을 가볍게 여기는 환경에서 자라는 학생들에게는 이러한 중요성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지각이나 결석은 하지 말아야 하지만, 해야 할 경우  반드시 카톡으로 알려주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1. S 학생의 예: 결석한 날 알리는 것을 잊었는데, 다음 날 연락하기가 멋쩍어서 연락을 안 한 경우


선생님: “ S야, 결석했는데도 연락을 안 했네.”

S학생: “........ 그렇게 됐어요”

선생님: “깜박했지? 타이밍을 놓치니 다음 날 하기도 멋쩍었지? “

S학생: “네, 맞아요. 생각은 했는데, 늦게 연락하기가 좀 그렇더라고요.”

선생님: “나도 알아. 나도 그런 적 많았는걸. 그렇긴 한데, 이럴 경우 연락을 하는 것이 나았을까? 아니면 그냥 시간이 지났으니 무시하는 게 더 나았을까?”

S학생: “선생님, 연락하는 것이 더 나았을 거예요.”

선생님: “왜? 어떤 면에서?

S학생: “그렇게 하기로 한 거니까요. 늦게라도 하는 게 더 나은 거죠”

선생님: “맞아. 우리가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지. 알고 있는 데도 무심코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그렇다면 너는 누구를 더 신뢰하겠어?”

S학생: “당연, 연락한 사람이죠.” 

선생님: “이런 태도가 바로 역량이야. 수업이 아니라도 친구들과 약속할  때도 늦을 경우  미리 알리고, 그 타이밍을 놓칠 경우 이유를 나중에라도 이유를 말해 보는 거야  너는 정말로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으로 알려지게 될 거야. 이게 바로 대인관계 역량인 거지.  


이 학생은 그 후  늦거나 결석할 때마다 카톡으로 연락을 했고, 저는 매번 감사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S학생:“선생님, 죄송한 말씀 하나 드려야겠어요. 다음 주가 마지막 수업인데 그날 못 올 것 같아요."

선생님: “왜? 무슨 일 있어?"

S학생 “기말고사가 다가오는데, 시험공부가 밀려서요.” 

선생님: ‘시험공부 때문에 수업에 안 온다고? 내가 그렇게 시험 성적만 중요시하지 말라고 말했는데….’ 말하려다 참았습니다. 

그리고, “그래. 네가 마지막 수업에 없어서 내가 많이 아쉽지만, 이건 네가 신중하게  생각하고 내릴 결정이야.  미리  알려 줘서 고맙네. 1주일 전부터 미리 알려 주는데 내가 뭐라 할 수 있겠어?  기회가 되면 다시  만나자.”

S학생: “선생님! 감사합니다. 잘 배웠습니다.”


S 학생은 회사를 경영해 보고 싶은 꿈을 품고 있습니다. 앞으로  시간 약속을 잘 지키고,  미리 연락하여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사람으로 성장하리라 기대해 봅니다.  또한 시험공부 때문에 다른 일정을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임을 깨닫게 되기를 바래 봅니다. 


2. J 학생의 예:  두 명이 항상 같이 다니는데, 늘 버스 때문에 지각을 합니다.  J 학생은 친구 Y학생을 통해 지각을 알립니다. ‘오늘도 버스 때문에 지각입니다. J도 같이 늦어요.’


선생님: “J야, Y가 대신 알려 줘서 늦는 건 알았는데, 만약 네가 상사라면 누구를 더 인정하게 될까? 너를 대신해서 알려준 친구를 인정할까, 아니면 너를 인정할까?”

J학생: “아~ 그렇네요. 전 이런 부분까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늘 같이 늦는데 각각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선생님: “나도 네 마음 이해하지. 하지만, 이런 것도 대인관계 스킬이야. 너와 나 사이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거잖아.  친구가 널 대신해 줄 수 없어. 앞으로 이런 점도 가볍게 여기지 마라.

J학생: 선생님, 저는 이런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어요. 이렇게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J 학생은 이후로는 두 친구가 같이 지각하는 경우라도 따로 연락을 했습니다. 


이 학생은 종강날 카톡으로 이런 글을 보냈습니다. 


‘선생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수업을 들을수록 정말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고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웠다고 느꼈습니다. 혹시 나중에 고민이 있거나 궁금한 점 있을 때 연락해도  될까요?’


학생들이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감사함을  표현하는 능력도  의사소통역량이라는 것을 알고 자라면 좋겠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사소해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행동들을 몸에 익히면서, 이런 기본 행동들이 학교 시험 성적보다  더 중요함을 알고 자라면 좋겠습니다. 어른들 입장에서 아이들이 무례하게 느껴지는 일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이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례한 것이 무엇인지도 충분히 교육되지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작은 행동들을 소중히 여기며 다룰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러한 행동들이 자녀들의 역량으로 자연스럽게 발전되도록 지도해  보세요. 


활동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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