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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아나요?

아이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 주는 부모

3-2. 아이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알고 해 주기 (대인관계역량)


부모는 자녀가 정말 듣고 싶어 하는 말과 더 이상 듣고 싶어 하지 않는 말이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아이를 잘 관찰하여 그 말을 해 주세요. 물론 듣기 싫어하는 말은 피해야 합니다. 나의 아이가 원하는 것을 먼저 헤아리고, 그것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부모이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여러분에 대해 말을 한다면,  어떤 말을 듣고 싶나요? 저는 워크숍을 진행하고 강의를 하고 있어 “진행을 잘하시네요, 유익한 내용을 재미있게 잘 전달하세요” 같은 말을 듣고 싶습니다. 교육 참석자들이 제가 듣고 싶은 말을 해 주면 당연히 기분이 좋습니다. 인사말임을 알지만 이런 말을 표현해 준 분들에게 감사하게 됩니다. 그런데 한 번은 누가 저를 찾는데 “아~ 그 예쁜 선생님이요?”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 그 말이 얼마나 좋던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습니다. 어느 강의에서 노신사분이 농담으로 한 말 “예쁜 분이 옳은 말 하는 거 처음이다”는 말은 아직도 웃으며 회고하고 있습니다. 능력을 인정해 주는 말보다 ‘예쁘다’는 말을 더 오래 기분 좋게 기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쁘다는 말을 듣고 자라지도 않았고 제 자신도 예쁘다고 생각을 한 적이 거의 없었는데 듣고 싶었던 말이었습니다.  상대가 자주 듣게 되는 말보다,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알아내어 그 말을 누군가 해 준다면  그 사람은 분명 대인관계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 것입니다. 좋아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딸 이 고등학교 11학년 (고2) 여름방학 때였습니다. 퀘벡에 있는 대학에서 고등학생 대상으로 4주 동안 리더십 교육을 하는 캠프에 참석했습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딸의 얼굴을 보지 않은 건 처음이었습니다. 공항에 픽업하러 갔는데, 딸이 내게 달려와 반기는 모습이 마치 다른 아이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살이 많이 빠지고,  얼굴은 햇볕에 타서  작아 보였습니다.  장난기 넘치는 발걸음은 춤이라도 추는 듯 가볍고 경쾌했습니다. 이처럼 발랄한 모습은 사춘기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4주 만에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까 놀라고 있는데, 딸은 캠프에서 있었던 일을 쏟아냈습니다. 그 캠프에는 캐나다 전국에서 선발한 50명의 학생이 있었는데 딸은 모두 처음 보는 학생들이었습니다.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상황에서, 딸은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의식적으로 보였다고 했습니다.  친구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말도 많이 하고, 목소리도 높였답니다.  4명의 학생과 핑클 곡에 맞춰 춤을 연습해 장기자랑에도 나갔고, 팀리더로도 자진해서 활동했다고 했습니다. 9학년 (중3) 때 캐나다에 온 이후 영어도 부자연스럽고, 친구도 없어 조용한 이미지의 학생이었는데, 이 이미지를 한번 깨고 싶은 마음에서 평소와 다른 행동을 시도했다고 했습니다. 이런 면을 평소에 본 적이 없어 좀 놀라웠습니다. 


딸은 퀴즈처럼 질문 하나를 던졌습니다. 


“엄마, 4주 동안 제가 제일 많이 들은 말이 뭔지 아세요? 나를 표현하는 형용사인데 이 단어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전에는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단어예요. 맞춰 보세요.”


어려서부터 딸이 제일 많이 들은 말은 1위로 '참하다', 2위로 '똑똑하다', 3위로 '듬직하다'였습니다. 아주 어린아이 일 때도 '참하게 생겼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저도 어떤 모습이 참하게  생긴 것인지 정확히 모르는데, 사람들은 약속처럼 이 말을 했습니다. 엄마도 더 듣고 싶지 않은 말을 어린아이가 매번 들었으니 이 말이 싫었을 겁니다. 그리고 단 한 명도 ‘예쁘다’라는 말을 안 했습니다. 제 눈에는 예쁘기만 했는데 아무도 이 말을 안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퀴즈의 정답으로 ‘예쁘다(Pretty)’라는 말이냐고 물었는데, 아니라고 하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C’로 시작한다며 힌트를 주었습니다. 


“Clever?  Creative? Curious?  Caring? Capable?” 


모두 틀렸습니다.  모두 4자로 되어 있다는 힌트를 주었는데도 맞추지 못했습니다. 답은 ‘Cute 귀여운’.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딸은 이 말을 매일 듣고 지낸 것이 좋았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엄마인 저도 늘 듬직하다, 믿음직스럽다, 참 잘한다는 말을 했지 귀엽다 ‘Cute’라는 말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 날 이후로 틈만 나면 Cute를 너무 남발하여 의미가 없는 단어처럼 되기는 했지만, 이때 엄마가 자기 아이를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이가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알려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  주는 것이 좋은 대인 관계를 유지하는 핵심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까이 있는 나의 아이가 정말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혹여 남들이 말을 해 주지 않는다  해도 세상에 단 하나뿐인 부모라도 그 말을 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도 상대가 어떤 말을 싫어하고 어떤 말을 더 듣고 싶어 하는지를 세심하게 관찰해 보고 진심으로 그 말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겠네요. 대인관계 역량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길러질 수 있습니다. 


활동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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