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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속마음을 들어 본 적이 있나요?

가족회의로 아이의 니드파악하기

3-3. 가족회의로 아이의 니드 파악하기 (문제해결 능력)

 

가족회의를 정기적으로 해 보면 어떨까요? 이름을 ‘가족 이야기 파티’같이 부드러운 용어로 표현해도 좋습니다.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 ‘가족에게 바라는 점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기’라는 주제로 가족 구성원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 많은 갈등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가족회의는  가족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온전한 참여’의 의미를 살펴보고,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과 함께 가족회의를 해 보세요. 


온전한 참여 (Full Participation): 참여적 그룹 (가족)에서는 모든 구성원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속마음을 꺼내놓을 수 있도록 권장한다. 이는 여러 가지 면에서 구성원들의 능력을  강화시켜 준다. 그들은 용기를 내어 어려운 이슈를 제기할 수 있게 되며, 다듬어지지 않은 생각들을 다른 사람에게 제시하는 방법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룹(가족)에 내재하고 있는 다양한  의견과 배경을 인정하고 탐색하는 데에도 익숙하게 된다.

<‘민주적 결정 방법론 퍼실리테이션 가이드’, 샘케이 너, P46 참여적 의사결정의 4가지 핵심가치 중>


온전한 참여’의 의미에 ‘속마음을 꺼내 놓을 수 있도록’이라는 말이 참 와닿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속마음을 편안하게 꺼내 놓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문제들을 원활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들이 속마음을 꺼내 놓고 용기를 내어 말할 수 있게  할까요?  한 가지 좋은 방법은 아이들이 ‘속마음’을 보여 줄 때 진심으로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는 것입니다. 상황 심각하다면, ‘엄마 집을 나가고 싶어요’ 같은 표현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게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안전한 대화의 장을 마련해 두면 아이들이 자신의 두려움 없이 표현할 수 있게 되며,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제시하는 방법을 배우고, 자신의 생각이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또한 다른 이들의 다양한 의견이나 감정 표현을 존중하는 태도도 함께 기를 수 있습니다.  


예전에 가족회의를 꾸준히 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특정 이슈에 대한 회의라기보다는 각자의  바라는 점을 적고, 말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각자가 가족에게 바라는 바를 명확히 표현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딸은 중3, 아들은 중1이라 둘의 관계가 점점 험악해지고 있을 때, 이 문제를 해결하는 제 나름의 방법이었습니다. 이때 아이들의 다른 면을 보게 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가족 문화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캐나다로 가게 되면서 이런 가족 모임은 흐지부지 되었습니다.   그래도 두 아이의 갈등이 심할 때 이런 노력을 한 것은 참 잘한 일이었습니다. 


그 당시 가족 회의록을 찾아 읽어보았습니다. 중1 아들이 진심으로 원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가 이제는 더욱 깊게 와닿습니다. 저는 아이의 말에 귀를 잘 기울이는 부모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대로 듣지 못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아들이 가족에게 바라는 것이 일관되게 같았던 이유도 이제야 보입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아들이 원했던 일들을 더 잘해 줄 것입니다. 별거 아니라 여겼던 작은 일들을 소중하게 다루며 해 줄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도 늦지 않았네요. 


1. 중 1 아들 훈이 가족에게 바라는 것.

 (1)  훈이 엄마에게 바라는 것:

- 항상 웃음으로 대해 주기

- 자기 전에 기도해 주시고 5분 이상 대화하기

- 저를 기쁘게 해 주세요.

- 하루 세 번 뽀뽀와 한번 안아 주기를 2 세트로 매일 해 주세요.

- 훈 공부에 대해 짜증을 내지 마세요.


(2) 훈이 아빠에게 바라는 것:

- 출근 시 훈을 안는다.

- 수학 1시간씩 2회 가르친다.

- 헬스 4번 간다.

- 훈 기쁘게 해 주기

- 퇴근은 일주일에 3회 9시까지 한다. (매일 퇴근이 늦은 아빠이기에)

- 훈에게 일주일에 메일 2통을 보낸다.


(3) 훈이 누나에게 바라는 것:

- 훈 앞에서 얼굴을 찌푸리지 않는다.

- 바른 언어생활

- 인상 쓰지 말기

- 식사 중에 훈에서 듣기 싫은 말을 하지 않는다.

- 훈 볼 때마다 방긋 웃는다.


아들 훈은 항상 가족 모두가 기쁨을 함께 나누기를 늘 바랬습니다. 그리고 아빠 건강까지 챙겼습니다. 반면, 제가 아들에게 바랐던 것을 읽어 보니 왜 이리도 부족해 보이는지 실망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때 제가 쓴 내용입니다.  


2. 엄마가 훈에게 바라는 것:

- 엄마와 약속한 공부 분량 마치기

- 단어 외우기 미루지 않기

- 바이올린 30분씩 연습하기

- 청소기 돌리기

- 엄마에게 일주일에 메일 3통 보내기


아이들이 바라는 것을 얼마나 잘해 주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자기 전에 아이들에게 뽀뽀해 주고 이불을 잘 펴주는 작은 일들은 매일 꾸준히 해주었습니다. 이제는 아들이 20대 후반의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어도, 일 년에 한 번 정도 집에 올 때 자기 전에 뽀뽀를 해달라고 합니다. 어른이 되었음에도 어린 시절의 따뜻한 느낌을 다시 느끼는 것이 좋은가 봅니다. 어둠이 밀려오는 잠들기 전의 시간, 엄마의 이불을 덮어주는 포근한 손길과 입맞춤으로 느껴지는 편안함은, 어린 시절의 아이 입장에서는 큰 위안이었을 것입니다.  30대를 넘긴 딸도 마찬가지로 '엄마, 뽀뽀'를 요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러한 부모의 작은 행동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느낌이었는지는 아이들이 자란 후에 더 잘 깨닫게 됩니다.


아이마다 가족에게 바라는 것이 다를 수 있습니다. 가족회의라는 도구를 이용해 그 바라는 바를 드러내게 해 주고, 최대한 아이들이 바라는 것을 해 주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나는 상대에게 어떤 것을 원하나?’를 생각해 보고 상대가 알 수 있게  표현하고, 이러한 대화 과정에서 서로가 노력하는 경험을 하면 우리가 마주하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습니다. 나는 '안아 주고 뽀뽀해 주기'를 잘 실천했지만, 아들이 원하는 것 중 가장 어려웠던 것은 '항상 웃음으로 대하기'였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은 보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이 바라는 것들은 대단한 것들이 아니었지만, 사실 꽤나 의미 있는 것이었습니다.


가족 이야기 파티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지며 각자가 원하는 것을 표현해 보고,  그에 맞게 노력하는 하는 과정에서  문제해결 능력이 자연스럽게 길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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