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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지금 뒤처지는 느낌이 든다면?

뒤처지는 경험을 리더십 역량으로 만들기

2-5. 뒤처지는 경험을 리더십 역량으로 만들기 


아이는 때로는 ‘뒤처진 아이’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우수한 아이’가 되기도 합니다. 이 두 경험을 모두 보석으로 만들기 위해 부모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뒤처진 아이’의 경험이 ‘리더십’ 역량이 될 수 있음을 부모가 꿰뚫어 보고 아이에게 알려 주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우수 그룹에 속해 뭐든 잘하는 아이와 어울리며 자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왕이면, 내 아이보다 여러 면에서 더 나은 친구들과 사귀면서 좋을 텐데 부모 마음대로 잘 안 됩니다. 그런데 '뒤처진 아이' 소위 '찌질이'그룹에 속해 있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들이 캐나다 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7학년 (중1)이었습니다. 저도 아들이 우수한 학생들과 함께 그룹 활동하기를 바랐지만, 그들과 어울릴만하여 뛰어난 점이 없고, 영어가 자연스럽지가 않아 그들의 친구가 되기가 어려웠습니다. 캐나다 학교에서는 그룹 활동이 많고, 팀워크를 강조하기 위해 모든 그룹원에게 동일한 점수를 줍니다. 그룹 구성은 학생들이 원하는 친구들과 함께 하기도  하고,  선생님이 지정해 주기도 합니다.  점수에 민감한 우수 학생들은 빠르게 자기들끼리 뭉쳐 그룹을 구성합니다.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우수 학생들은 빠르게 자기들끼리 모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들은 아무도 함께하고 싶어 하지 않는 ‘나머지’ 학생들끼리 만들어진 그룹에서 활동해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아들은 매우 속상해했지만, 저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고 용기를 주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뭔가 처지는 그룹이라면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잖아. ‘우수 그룹’에 끼지 못한 거 안타까워하지 말고, 그 그룹을 우수 그룹으로 만들어 봐. 이런 경험을 하면서 리더가 되는 거지.”


보통 이런 일반적인 격려의 말에 아이들이 큰 반응을 보이거나 감동을 받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런 긍정적인 말들을 마치 밥 먹는 것처럼 자주 합니다. 엄마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보일 때는 더욱 해 더욱 이런 말을 많이 해 주게 됩니다. 이렇게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서 입니다. 만약 제 지나칠 정도의 낙관적 성향과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한 말에 아이가 감동하며, “네! 엄마 말이 맞아요!”라고 말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보통 이러한 반응 같은 건 없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도 아들이 이런 격려의 말을 듣고 위안과 용기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늘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들은 점차 ‘지진아 그룹’에 속한 것을 속상해하지 않고, 대신 그 그룹을  우수그룹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더 이상 아들을 끼워주지 않는 그룹에 끼고 싶어 하거나 부러워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자기가 속한 그룹의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려고 애를 쓰며 즐겁게 그룹 활동에 참여했고, 그 결과 아들을 인정해 주는 친구들이 많아졌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 아들의 말은 저에게도 힘이 되었습니다. 


“엄마, 난 처음에 그 ‘우수 그룹’ 아이들이 나를 받아주길 정말 바랬거든요. 그리고 ‘뒤처지는 아이’들을 우습게 여기고 무시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그들이 아이디어도 없고, 뭘 잘해 볼 의지도 없고, 맡은 일도 제대로 안 해서 그룹 활동할 맛이 안 났어요. 하지만 저는 아이들을 평가하거나 나누지 않고, 단지 프로젝트를 재미있게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 노력을 했어요. 그랬더니 아이들이 제 아이디어가 좋아하며 제 말을 잘 따라 주었어요. 저도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또한 모두가 참여하면 더 좋은 점수를 받게 되니까 조금 어려워하는 친구에게는 일의 분량을 줄이고 일단 해 오면 엄청 잘했다는 식으로 격려를 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활동하니 좋은 점도 많았어요. 별거 아닌 아이디어를 대단한 것으로 봐주었거든요. 지금은 우수그룹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없어졌어요. 어떤 그룹이든 배울 점이 있으니까요. 처음부터 너무 뛰어난 아이들과 활동했다면, 제 의견이 무시되는 일이 많았을 것이고 그래서 제가 의견 내는데 주저했을 거예요. 하지만 아이디어가 부족한 친구들과 함께였기 때문에, 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실행할 수 있었잖아요. 그리고  우리 그룹이 최고 점수를 받게 되는 경험도 했고요. 저는 이제 어떤 그룹의 아이들하고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들의 중학교 시절의 이런 경험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여러 부분에서 자신감을 찾은 아들은, 11학년 때 (고2), DECA (프레젠테이션 동아리) 회장을 해보고 싶어 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동아리 회장을 뽑을 때도  레주메 (이력서)를 제출하고, 인터뷰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전 회장단과 담당 선생님이 이력서를 검토하고, 인터뷰를 진행한 후 회장을 선발하는데, 이 과정은 취업 프로세스와 거의 유사합니다. 동아리 회장 선발 인터뷰에 ‘회장이 되면 어떤 면에서 특별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말해 보세요.’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아들은, 자신이 그 누구보다 ‘뒤처진 아이, 열등 부류의 아이’의 입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피력했습니다. 



“제가 7학년으로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 언어와 문화가 낯설어서 늘 다른 학생보다 뒤처져 있는 느낌이었고, 발언할 기회도 없었습니다. 능력 있는 학생들 그룹에 속하고 싶었지만 그 친구들이 저를 환영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이 많이 속상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뒤진 그룹’에 속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그리고 이 그룹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하나씩 시도해 보았습니다.  능력이 부족한 친구들과 먼저 친해지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친해지면서 그들이 무엇을 잘하는 지도 알게 되었고,  그룹활동할 때는 그 친구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을 맡게 했습니다. 또한,  잘 못하는 부분은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뒤처진 아이들이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고자 하는 열망이 없는 경우가 많았어요. 격려만 해도 신이 나서 열심히 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알고 보면 놀라운 재능을 가진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만약 제가 회장이 되다면, 뛰어난 친구들보다는 소외되고 자신감 부족한 친구들이 계속 뒤떨어지지 않도록 관심과 배려를 보여줄 거예요. 제가 겪은 것처럼, 뒤처진 상태에서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줄 것입니다.”


아들이 동아리 회장 자리를 원할 때, 격려뿐만 아니라 인터뷰 연습시키기를 통해 도움을 주었습니다. 예상 인터뷰 질문에 대답을 준비하고 말해 보는 연습을 통해 아들이 리더십에 대한 경험이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역량과 연결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왔습니다. 실제 인터뷰에서도 아들이 잘 대답을 한 모양입니다. 어려운 경쟁에서 회장이 되어 활동을 할 수 있었고 그 후 다른 식의 리더십을 쌓는 경험을 이어갔으니까요.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이 어떤 의미가 있고, 역량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부모가 이런 부분을 설명해 주면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긍정적인 역량 향상의 기회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뒤처진 아이'의 경험에서도 부모의 도움으로 리더가 되기 위한 기회로 인식하며, 리더십이 중요한 역량임을 알고 자라게 됩니다. 부모는 아이들이 자신의 경험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찾아내고, 어려운 상황이라도 배움의 기회로서 역량을 기르는 기회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일을 중요시하면  좋겠습니다.


활동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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