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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아이유와 함께 한 세대 공감

엄마도 노력 중


부모 자식간의 소통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데.....


친정엄마는 아기를 가진 딸에게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의견을 주어야 가장 적당할까?

이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60년대 생 내 친구들이 농담조로 말한다. 

"아무튼 입만 뻥긋하면 욕을 먹게 된다. 아들이고 딸이고 무슨 의견을 내면 바로 밟힌다니까!"

그리고 이렇게 말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 

"대체로 아이들이 맞더라고. 이제 시대가 바뀌었나봐. 우리가 옳다고 박박 우겨보지만, 결국 아이들 의견이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야. 그냥 아이들 의견에 따르는 게 답이야."

부모 자식간의 소통의 어려움은 시대마다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 온 갖 정보가 인터넷으로 쏟아져 나온 지금의 시대에는 소통이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 할 정도로 심각한 것 같다. 


경험이 다르니 소통도 어렵겠지만~


우리 또래가 예전의 경험을 말하기라도 하면, "라떼는 말이야" 라는 말로 꼰대 취급하며 기성 시대의 사례 같은 건 사절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나도 어쩔 수 없는 꼰대기질이 있나 보다. 예전 이야기를 하고 싶다.  경험자가 선생님이니 과학적 근거 이런 거 없어도 어른들이 경험에서 터득한 방법들을 알아내야 했다. 어머님이 끊이신 된장찌개가 맛있으면 어머님께 여쭈어 보아야 했다. 그 레시피를 알려면 어머님께만 물어봐야 하니 기본적으로 할 말이 있었다.  이제는 나도 "어머님~ 이거 어떻게 만드셨길래 이렇게 맛있어요?"라고 묻는 것은 어머님을 위해서이다. 그 만큼 맛있다는 말을 일부러라도 전해 드리고 싶어서 하는 인사말이다. 유명한 셰프들이 자세하게 알려 주는 레시피 여러 개를 종합하여 내 방식대로 만들 때 가장 내 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뭐라도 물어 보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시대가 되었다.

'아니, 자기가 찾으면 되지 뭘 저런 걸 묻고 그래?' 

가정에서도 부모에게 물어 볼 것이 없어졌다. 부모들이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90년대 우리 자녀들이다. 그러니 부모가 경험해서 안 다고 이래라 저래라 하면 아이들은 불편해한다. 이 불편이라는 단어는 아주 나이스하게 표현한 것이고 좀 더 솔직히 말을 하면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쏘아댄다. 그리고 우리 부모세대는 정말 마음이 불편해진다. 이건 정말 꼭 알려주고 싶은 말인데... 속으로 외쳐봤자 소용없다. 


아기를 가진 아이에게 조언을 좀 한 것이 그리 잘못된 일일까?


91년 생 딸은 지금 임신 10주다. 임신 6주 때 아기 소식을 전하자 마자 시어머님은 말하셨단다. 임신 중에는 이사나 여행 같은 거 하면 안된다고. 중국에서는 그렇게 배우셨단다. 나는 심한 운동은 하지 말고 뭐든 무리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딸은 며칠 후 말한다. 아기가 태어나니 이사는 당연히 해야 하고, 아기 낳으면 여행도 못하니 여행을 갈 것이고 임신하면 운동을 하지 말라는 건 비과학적 발상이니 지금까지 하고 있던 운동은 계속 할 거라고. 그리고 사위와도 이미 말을 했다고 했다. 임신 소식을 알리면 바로 부모님들의 잔소리가 시작될 거라고.


나의 젊은 시절을 돌아보니......


라떼는~ 어땠나? 부모님 방식에 나도 고개를 절로 흔들었던 기억이 난다. 일회용기저귀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아이 피부에는 면기저귀가 좋다고 하셨다. 나도 꼭 그래야 하는 줄 알고 3주 정도 면 기저귀를 써서 빨고 널고 개키며 키우다 일회용 기저귀로 바꿨다. 기저귀 뿐이었을까? 젖병도 소독이 불편해 일회용 비닐을 사서 쓰기도 했다. 부모님들 눈에는 불편하셨을 것이다. 빠듯한 살림에 일회용품으로 돈을 많이 쓰는 것도 이해가 안 갔을 것이다. 예전의 일들을 기억해 보니 딸 세대가 어떤 느낌인지 알것 같다. 지금은 발전 속도가 훨씬 빠르니 할머니들은 들어보지도, 상상에도 없는 아기 용품을 쓰는 시대가 되었다. 내가 일회용 젖병 비닐을 쓴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물품들이 있는 시대에 할머니 세대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이해가 간다. 

이사도 예전에는 일일히 우리 손으로 했으니 임신 중에는 피했을 것이지만, 지금은 돈만 주면 포장해서 정리까지 해 주는 시대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우버 택시까지 있어 무거운 가방 들고 다닐 일도 없이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시대이니 몸조심할 것도 없다. 운동도 늘 해오던 것인데 산모가 체력이 좋으면 더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어 아마 의사도 권할 것이다. 딸 세대들은 "부모보다 네이버"를 더 믿는다고 하니 그럴만 하다고 인정을 해야겠다. 그래서 현명한 할머니라면 뭐라도 물어보면 아주 세련되게 "네이버에 물어보지 그래? 엄마식은 구식이잖어~~" 하면 뒤탈이 없을 것이다.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자녀와의 소통의 포인트는 여기에 있을 것 같다.


며칠 전 딸이 워싱턴까지 가서 아이유 콘서트롤 보았다고 자랑했다. 이 티켓을 구하기까지의 스토리도 난 이해가 어려웠다. 시간 맞춰 사이트에 접속해도 티켓 구입을 실패했었고, 그래서 뉴욕 근처 뉴워크표는 못 샀지만, 뒷거래 사이트에서 겨우 워싱턴 디씨 티켓을 구입했다는 말까지 들었었다. 티켓값은 묻지도 못했다. 알면 더 이해가 안 갈 것 같아서. 남편과 같이 봤다고 카톡 가족 방에 사진을 올렸다. 


난 딸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아이유 콘서트 동영상을 다 찾아 보았다. 2024년 월드투어는 3월부터 시작해서 7월에는 미국지역에서 콘서트를 하고 있었다. 런던, 베를린, 아틀란타 콘서트도 유튜브에 올라 와 있었고 얼마 전에 끝난 워싱턴 디시 영상도 올라와 있는 것을 봤다. 작은 체구의 아이유가 그 큰 무대를 여러 나라에서 온 관객들의 집중력을 끌어내며 진행하는 모습은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웠다. 나는 남편까지 같이 보자고 하며 아이유 콘서트 영상을 보며 아이유의 매력을 찾아 보려고 노력을 했다. 딸이 이정도로 좋아하는 가수인데 부모도 관심을 가지고 같이 즐기면 더 좋을 것 같으니 말이다. 나와 남편은 같은 생각이었다. 아이유가 세계적인 가수가 되어 저런 환호를 받으며 월드투어를 하는 건 자랑스럽고 대단해 보이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목소리와 스타일은 아니고 가창력이 그리 뛰어난 것 같지는 않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딸에게는 이런 말 하지 않기로 했다. 


딸이 전화로 콘서트 소감을 말했다.


"엄마~ 난 넘 좋아서 눈물이 날 뻔 했어요.  3시간 동안 모두 다 서서 방방 뛰면서 봤는데, 시간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전 다음에는 꼭 한국에 가서 아이유 보는 게 제 꿈이 되었어요. 정말 아이유가 인간 맞나 싶었는데 얼굴 직접 보니 인간이더라고요, 너무나 대단하고 자랑스러운 인간 말이에요."


"그래... 아이유 동영상 나도 봤는데 대단하더라. 자기만의 색깔과 스타일이 있고 관객과이 소통도 잘하더라고. 가수라기 보다는 퍼포먼스를 한 거지 뭐. 담에 한국에 갈 때 우리도 같이 가자. 우리 티켓도 좀 사줘."


우리도 아이유에 관심이 있음을 표현하고도 싶고 딸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 던진 말이다. 


"엄마, 같이는 갈 수 있는데 티켓은 엄마 아빠가 구하세요. 전 2장 구하는 일도 장담 못하거든요."


역시 세대차이를 또 맛본다. 지금 당장 가는 것도 아닌데 뭘 이런 식으로 말을 하나? 어떻게든 구하면 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아주 잠시 다시 생각해 보니 티켓 구입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울 수 있어서 한 말인 것 같았다. 나야 이렇게 돈 쓰고 힘들게 하면 안 가고 말지 식이지만, 요즘 마케팅 전략이 구입이 어려울 수록 더 비쌀 수록 사람들은 열광한다는 심리를 이용한다니 그냥 받아들일 수 밖에. 

그리고는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말을 했다. 


"그런데, 임신한 몸인데 3시간씩 서서 있고 방방 뛰었다는데, 조금 더 조심해야 하는 거 아니니?"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엄마~~"

그리고 정적~

"엄마, 저 일할 때도 3시간 서있는 거 다반사에요."

"그래, 알았어 알았어, 아무튼 홀몸이 아니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하고 대화를 끝냈다. 

그리고 못다한 말을 남편에게 했다. 


"여보, 내 친구들 딸들 말이야.  임신 9-10주 때 유산한 아이가 두명이나 있어. 두 이유가 다 무리를 했었대. 

내 친구들도 몸조심하고 무리하지 말라고 말을 했는데 아이들이 엄마말 듣는 둥 마는 둥 했지 뭐. 그리고는 유산했다는데 ~~. 이 말까지 하면 또 한 소리 들을까봐 말 안 했어. 잘 참았지?"


중간 입장에 있는 남편의 말


"다 내버려 두는 게 답이야. 다 알아서 하겠지. 유산을 해도 자기 몫이지 뭐."


말은 줄이고 든든한 기둥으로만 있어주기가 답인데....


맞다. 입뻥긋 안 하는 게 답이라는 말을 인정해야겠다. 미리 앞서서 걱정하는 발언, 엄마들의 주 특기인 이 발언만 하지 않아도 소통이 더 쉬워질 것이다. 부모들이 자식보며 늘 하는 것 바로 '자식 걱정'. 이것을 하는 것을 멈출 수는 없지만, 말로 표현하는 것은 우리 또래 끼리 해야 한다. 그리고 든든한 기둥처럼 옆에 있어 주는 일, 이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단 입을 닫고 귀를 열고. 입이 간지러우면 우리 끼리만 이야기를 하면 된다. 

손주가 태어나면 이런 저런 의견 차이가 얼마나 많을까?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겠다. 

'네 알아서 해라. 난 옆에 있어 줄게'라는 마음가짐. 

난 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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