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PARK Jul 24. 2019

원격 근무는 피할 수 없는 미래다.

내가 처음 원격 근무를 경험한 곳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한 샌프란시스코 소재의 한 스타트업이었다. 약 15명의 사람들이 근무했는데, 그 중 반은 샌프란시스코에 없었다. 콜로라도, 아르헨티나, 텍사스 등에서 일했다. 심지어는 오피스에 있어야 할 것 같은 PM(Product Manager)도 100% 원격 근무였다. 


아침 10시 반에 출근하면, 사람들이 오피스에 없다. 11시 반, 12시 반쯤 되면 한 명씩 들어오기 시작한다. 일을 늦게 하기보다는, 일어나서 집에서 일을 하다가 오피스에 오는 것이다. 그 대신 러시아워를 피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치고는 구성원들이 나이가 많은 편이였고, 많은 사람들이 가정을 꾸린 상태였다. 하지만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 하면, 오후 3시에도 나간다. 쿨하게 슬랙에 '나 애 데리러 간다. 나중에 집에서 일할꺼야' 메세지를 보내고 자기 할 일을 한다. 어떨 때는 자기 아이와 같이 출근하기도 한다.  


회사 상황은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즐겁게 일했었다. 유연한 근무 환경이 일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원격 근무를 경험해보니, 다시는 원격 근무를 시행하지 않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다. 월급이 더 적더라도, 나는 무조건 원격 근무를 시행하는 곳을 선택할 것이다. 




오늘의 오피스.

원격 근무의 제일 큰 장점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자율성이다. 교통이 혼잡한 출퇴근 시간에 움직이지 않아도 되고, 오피스에 가까이 살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 작은 것 같지만, 시간과 공간에 대한 자유를 가진다는 것은 개인의 삶의 질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다. 


내가 그동안 경험한 사무직의 일들은, 컴퓨터와 인터넷만 있으면 어디던지 해낼 수 있는 일들이었다. 그리고 많은 사무직 일들이 그렇지 않은가? 노트북이나 심지어는 핸드폰으로만 경제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이 시대에, 충분히 가능하지만 원격 근무를 도입하지 않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정적인 오피스가 존재하지 않고, 100% 원격 근무를 시행하는 회사들이 이미 존재한다. (예) Invision, 37Signals, Zapier, Buffer) 한국에서도 소수지만 몇몇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한 클라우드 회사가 개발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86%의 응답자들이 어느 선에서는 원격 근무를 하고 있으며, 43%의 응답자들이 잡 오퍼를 받았을 때 원격 근무 가능 유무를 필수로 본다고 했다.

https://www.techrepublic.com/article/developers-why-remote-work-is-the-new-norm/




하지만 모든 기업들이 원격 근무를 도입할 수는 없다. 어떤 기업들은 보안 문제로 원격 근무를 허용하지 않는다. 동료간의 교류도 중요하고,  어떤 일들은 오피스에서 해내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조직에 대한 소속감을 중시하여, 오피스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모두가 다 해야 한다 - 라는 것이 내 주장은 아니다.


확실한 것은, 원격 근무를 도입하는 기업들은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회사 운영에서 큰 비용을 차지하는 사무실 대여료 및 운영비 절감 (대부분의 사무실들은 월세가 비싼 곳에 있다), 더 넓어진 인재 풀, 구성원들의 생산성 및 사기 고조 등등의 확실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원격 근무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기업 측에서는 확실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도구를 도입하고, 온라인에 있어야 할 시간을 정해야 하고, 대면해야 할 상황을 정의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근로자의 경우, 익숙한 회사가 아닌, 집이나 카페, 코워킹 스페이스 등,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자기만의 루틴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보통 원격 근무는 기술이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것 같다. 우선은 그렇기도 하지만, 점점 더 그 경계가 허물어져 가는 것 같다. 말레이시아에서 원격 근무하는 사람들을 몇몇 만났는데, 그들은 모두 세일즈 (Business Development)였다. 클라이언트들을 발굴하고, 그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역할인데, 그러면 대면이 필요하지 않냐고 물어보니까 그렇지 않단다. 모든 것은 스카이프, 이메일로 이루어진다. 심지어는 클라이언트를 직접 만나본 적도 없다고 한다(!) 


세상은 생각보다 빨리 바뀌고 있고, 이 변화에 대처하지 않는 사람들은 뒤쳐질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프로그래밍 독학하기 : 첫 2주의 회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