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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PARK Oct 16. 2019

매일 성장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내 목표는 유니콘이 아니야

IT 업계는 변화가 매우 빠르다. 기술 하나를 배우고 있으면, 어느새 다른 기술들이 튀어나와있다. 하나를 다 배우기도 전에 다른 기술들을 동시에 습득해야 한다. 그리하여 개발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능력에는 '빠른 습득'과 '구글링 스킬'이 포함된다. 이미 알고 있는 지식에 의존하기 보다는, 새로운 지식을 빠르게 배워야 하는 능력과 배움에 대한 열정이 필요하다. 흔히 쓰는 기능들만 기억하고, 나머지는 기술 문서 (예) MDN)와 개발자 커뮤니티 (예) StackOverFlow)를 이용해서 답을 찾는다. 


개발자로 사는 것은 치열하다. 그냥 보았을 때는 연봉도 높고, 대우도 잘해주어서 좋은 직업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대가로 끊임없는 배움과 변화에 대한 수용이 요구된다. 이 업계에서 살아남는 제일 좋은 방법은, 개발일을 '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로 수용하는 것이다. 퇴근 후 자유 시간에 자발적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거나, 기술 관련 밋업에 간다. 주말에는 해커톤이나 컨퍼런스에 간다. 자기 프로젝트가 없으면 오픈 소스에 기여한다. 퇴근을 해도, 개발일은 계속된다. 


실리콘 밸리에서 거주했을 때, 내 주변의 개발자들은 대부분 그런 사람들이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고, 오픈 소스에 기여하고 있고, 언젠가 자기만의 스타트업을 꿈꾸는 야망 넘치는 사람들. 당시 나는 개발 직군이 아니였지만, 그런 분위기에 고조되어 퇴근 후 부지런히 밋업 찾아다니고 기술을 배웠었다. 그 때는 이런 것들을 즐겼었던 것 같다. 세상을 바꾸는 멋진 사람들 사이에서 배운다는 뿌듯함과 함께. 


벤쳐 캐피털리스트들이 좋아하는 성장은 '폭발적인' 성장이다. https://www.asianentrepreneur.org/what-vcs-early-stage-startup 



하지만, 미국을 떠날 시점, 어느새 나는 '기술' '스타트업' '혁신'이라는 단어에 질려있었다. 심지어는 '성장'이라는 단어에도.  스타트업들은 유니콘들이 되고 싶어했고, 벤쳐 투자자들의 펀딩을 받기 위해서 '폭발적인' 성장 그래프를 보여주는 것에 집착했다. 개발자들도, 자기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오픈소스 프로젝트, 토이 프로젝트, 사이드 프로젝트 등 일을 쉬지 않았다. 그 뿐만 아니라 생산성와 웰빙을 위해서 retreat니, 명상이니, soylent니, 심지어는 microdosing*이니... (microdosing : LSD 등의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마약을 극소량으로 사용하면 창의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살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기 위해서 사는 것 같았다...


그래도 개발자들은 그만큼 보상을 두둑히 받으니. 저렇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이 곳의 개발자 초봉은 10만 달러가 넘으며, 다른 직군에 비해서 월등하게 높은 돈이다.) 하지만 보상을 받는다 해도 부자 수준도 아니고, 이런 압박적인 성장을 즐기지 않으면, 오히려 족쇄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리콘 밸리를 떠난 후 IT 와 관련 없는 일을 했다. 마음은 편했지만, 기회와 시장의 크기가 월등하게 작았다. 그래서 다시 IT 업계로 들어왔고, 어쩌다보니 개발 직군에 도전하게 되었다.


성장은 중요하다. 나도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즐긴다. 밋업이나 컨퍼런스 가서 다른 사람들의 프로젝트에 대해서 배우고 동기부여받는 것도 좋다. 


하지만 노는 것도 나에게는 중요하다. 때때로는 인터넷이 없는 곳에 가서 몇 일간 지내고 싶기도 하다.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딴짓도 마음껏 할테다. 


성장 자체에 집착하고 싶지는 않다. 매순간마다 배우는 과정을 즐긴다면, 자연스럽게 자라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속도에 집중하고 싶지도 않다. 나만의 속도를 지키면서,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유지하고 싶다. 

 

어자피 내 목표는 유니콘이 아니니까.





* 실리콘 밸리에서의 저의 경험은 개인적이며, 다른 사람들의 경험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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