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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PARK Apr 12. 2023

나이에 구속되지 않는 삶을 살래요.

얼마 전, 33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예전에는 생일이라면 파티, 선물, 축하 등 즐거운 날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생일은 '내가 나이 들어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꺼림칙한 날이 되었다. 생일이라는 이벤트가 아니어도, 어느순간부터 거울을 보면 늘어나있는 흰머리를 볼 때마다 세월이 흐르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만...


비교적 나이에 신경쓰지 않고 내 멋대로 살아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하도 나이를 강조하는 사회에 세뇌되었는지 가끔씩은 불안감이 확 몰려온다. 이제 이 나이인데, 이렇게 대책없이 살아도 되는건지? 그래도 모아놓은 돈도 좀 있어야하고, 커리어도 있어야 하지 않나? 뭔가를 해보고 싶은데 너무 늦은게 아닌가?


하지만 20대 초반부터 60대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지인들을 보면서, 조바심 낼 필요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국적도, 나이도, 경험도 다른 그들의 삶은 하나의 방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양성 그 자체기에. 20대에 일찍 결혼해서 애 낳은 사람도 있지만, 50대에 첫 결혼을 한 지인도 존재한다. 20대에 억만장자가 된 사람이 있는가하면, 40대에 새로운 커리어에 도전한 사람도 있다. 갑작스럽게 암에 걸려 30대 초반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도 있고... 


이미 인생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하고, 세상은 더 혼란스럽고 복잡해지고 있다. 이런 대혼란의 시대에, 내 나이까지 신경써야 한다면 인생이 너무 피곤해질 것 같다. 더 이상 20대 초반때처럼 술먹고 밤새 노는 것을 못한다는 것은 인정한다만, 불필요하게 내 나이를 신경쓰거나 의식하고 싶지 않다. 소수의 한국인 지인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인들과 나이로 언니 오빠 동생 나누지도 않고, 그들의 정확한 나이조차 모른다. 




우리 모두 똑같이 나이를 먹지만, 정신과 육체의 노화속도는 다르다. 유전, 성격, 환경, 생활습관(식습관, 수면 습관 등등)이 노화속도를 결정한다. 그리고, 항상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시도하는 도전 정신이 마음을 젊게 유지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80대에도 건강하고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40대에 성인병에 걸려 골골대는 사람도 있다. 나이에 구속되지 않고, 최대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려면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가지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한국에서 암벽등반을 가르쳐주었던 산악인이 빙벽을 오르는 장면이 간혹 생각나곤 한다. 영하 10도의 날씨에, 무거운 바일을 양 손에 들고, 얼음을 깨부수면서 나아가야 하는 극한 스포츠인 빙벽 등반은 상당한 체력을 필요로 한다. 당시 60m 가량의 빙벽을 마치 나비처럼 가볍게 훨훨 날아오르는 그를 보고 충격을 받았었다. 그는 당뇨를 앓고 있었던 70세였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더욱 더 나이에 대한 아쉬움에서 한결 해방된 것 같다. 그리고 내 인생의 꿈 하나가 추가되었다.  70세 생일날은 산에서 맞이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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