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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PARK May 07. 2019

또 백수가 되었네.

일하기는 싫은데, 먹고는 살아야 하니, 어쩌다보니 한 대기업에서 일하게 되었다. 애매한 직무 때문에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생계를 유지해야겠다는 두려움에 덥썩 물어잡았다.


기업 매출을 걱정해주지도 않아도 되고, 프로젝트의 성공을 책임질 필요도 없고, 사고 싶은 소프트웨어가 있으면 바로 전달되는 신세계였다. (내가 일했던 부서가 서비스보다는 연구 조직에 더 비슷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무엇을 배우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에, 우선 이 회사에 붙어있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일을 하고 돌아오면,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도 없고, 그렇게 재미가 있었던 일은 아니였지만 말이다.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1년 동안 돈을 모든 후 대학원을 가던가, 여행을 떠나던가,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을 하러 떠나는 것이 계획이었다. 그렇지만 나를 고용하기 위해서 열심히 애써주신 보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윗단의 사정으로, 정규직 마지막 프로세스가 유예된 채 떠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다시 백수가 되었다.


다시 잡을 알아보고는 있지만, 사실 이 업계에서는 잡서치에 그렇게 노력을 들이지는 않고 있다.  '생계유지' 이외에 '자기 계발', '성장' , '업계에 대한 열정' 등을 많이보는 이 업계에서는 설사 서류를 통과하더라도, 인터뷰에서 결국 내 속마음이 들통이 나더라고. 내가 정말 그 기업에 관심있어서 지원을 했는지, 그냥 한번 해본 것인지. 그렇다면 이번에는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지 않을까? 별 관심도 없지만, 그래도 멋있어 보이니까, 유망하니까, 돈을 잘 버니까라는 이유로 계속 영혼없는 잡 서치를 하는 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배웠지 않았는가?


사실 내 목표는 일을 하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거나, 나만의 무언가를 하는 것 (거창한 것은 아니고, 하다못해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었는데, 회사에서 돌아오면, 집에서는 쉬기에 바빠 무엇을 할 수가 없었다. 핑계같지만 그랬다. 그렇다면, 이제 그토록 갈구하던 시간과 자유를 잠깐이나마 가지게 되었는데, 나는 이 자원을 어떻게 쓸 것인가? 


아름다운 서울의 초여름 날씨를 즐기고, 매일매일 늦잠을 자고, 하루종일 동거인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지만, 살아남을 방법을 찾기 위해서 치열하게 고민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 더 명확하게 나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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