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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댄힐 Jul 16. 2023

언제나 강 저편

내 삶의 기록 그 세 번째 2019년 10월 23일 발간

내 이름의 산문집이 나왔다. 총 10권 계획 중 세 번째 책인데 책 이름은 『언제나 강 저편』이다. 지금 확인해 보니 교보 서점과 인터넷 온 라인 서점에 다 깔렸다. 그런데 부끄럽다. 마음으로는 토마스 머튼의 『칠층산』이나 김하태의 『마음 머물 곳을 찾아서』 또 엔도 슈사쿠의 『날은 저물고 길은 멀다』처럼 진솔하고 울림이 있는 자전(自傳)적인 글로 책을 만들고 싶었지만, 사유가 깊지 못하고 글솜씨가 없어서 그리되지 못해 그렇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다. 글이 되건 되지 않건 이는 내 사유의 산물이다. 내 삶의 여정에서 마주치고 부딪힌 주제들, 그것들을 놓치지 않고 표현해 보려고 애썼다.

 

나는 길 따라 움직이면서 만난 주제들에 대한 사유를 ‘길 철학’으로 분류하고, 악양 지리산 기슭의 내 처소인 길뫼재에 머물면서 행한 주경야독 과정의 사유를 ‘뫼 철학’이라 부른다. 길뫼는 말 그대로 길(road)과 뫼(hill)를 합친 말이다. ‘길’은 나아감을 표상하고 ‘뫼’는 머묾을 표상한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지만 나 또한 길을 따라 움직이기도 하고 집이나 공간에 머물면서 살기도 한다.

 

나의 걸음은 대개 소소한 여정이다. 유럽의 문화 유적지도 아니고 남미의 파타고니아의 사막길도 아니다. 내 사는 주변의 그렇고 그런 곳들이다.

 

글을 통해 지난날들을 돌아본다. 돌아보니 지난날이라고 부르는 시기보다 훨씬 앞서는 젊은 시절과 청소년 시절의 방황도 글 속에 투영된다. 글은 거울이다. 그 거울에 지난날을 보니 갈지자걸음의 흔적도 내 눈에 많이 보인다. 비록 갈지자 그 걸음들을 직접 문자화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나는 늘 타인들이 강 건너 저편에 머문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니라 타자들이. 그런데 Y는 타인들이 아니라 너, 그대가 늘 강 건너 저편에 있었다고 내게 말했다. 내가, 그가 아니라, 타인이 아니라 내가…. 그러고 보니 맞는 거 같다.

 

나도 너도 그도 우리는 알고 보면 ‘언제나 강 저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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