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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댄힐 Jul 16. 2023

와룡산, 블루 수채화

내 삶의 기록 그 다섯 번째 2021년 7월 19일 발간

나의 다섯 번째 책 『와룡산, 블루 수채화』의 표지 도안을 확정했다. 이제 곧 인쇄에 들어간다. 지난번 책 『푸른빛의 항케지』가 2020년 11월 20일에 나왔으니까 8개월 만이다. 이번 책은 지난번 책 보다 70여 페이지가 더 붙었다.

 

나는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손에 가시가 돋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도 머리는 아둔하고 손가락은 독수리 타법인 내가 이렇게 무리를 하는 것은 데카르트를 흉내 내어 말한다면 "나는 글을 씀으로써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을 명제화하면 "Scribo Ergo Sum"(나는 쓴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 I write, therefore I am)이다. 아주 오래 전의 책인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에서 영문 모르게 수용소에 갇힌 주인공이 "나는 피운다, 그러니까 있다(Fumo Ergo Sum)"를 되뇌면서 자기가 살아있음을 확인하던 게 떠오른다.

 

이렇게 책을 만들어서 세상에 내어놓아도 사 보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아니, 여러 해 전에 낸 책을 서너 달 전에 사 간 것을 보면 내 책을 꾸준히 사주는 분이 있다. 그런 분들에게는 고맙고 죄송하다. 내 책을 선택해 주어서 고맙고 내용이 빈약해서 죄송하다. 아무튼, 어려운 시기에 제지업자나 출판사에 보시한다고 생각하면서 기꺼이 출판을 의뢰했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종이를 안 쓰는 디지털 출판을 비롯한 여러 이유로 종이의 수요가 급격히 감소했다고 한다.

 

책의 원활한 편집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출판사에서 설문지를 내게 보냈다. 답을 찾기가 의외로 어려워 많이 끙끙댔다. 그중 몇 개만 소개한다면 아래와 같다.

 

1.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기획 의도는?

 

이 책, 『와룡산, 블루 수채화』는 나의 ‘길뫼철학’ 시리즈 중 다섯 번째 책이다. 길뫼란 나의 아호로서 ‘길과 뫼가 내 안에서 어우러지는 삶’을 지향한다는 의미가 있다.

 

여기서 ‘길’은 나아감, 자유, 진보 그리고 동중정(動中靜)을 의미하고 ‘뫼’는 머묾, 수양, 관조, 정중동(靜中動)을 의미한다.

 

교수로서 현직에 있을 때 출장이나 여행을 길에서 보고 생각했던 것들을 ‘길’ 철학에 묶었다. 앞서 출판 책, 『길 위의 사색』, 『언제나 강 저편』, 『푸른빛의 항케지』와 지금 출판하려는 이 책이 이에 해당한다.

  

정년퇴직 후 악양 동매리 지리산 기슭에 머물면서 하고, 보고, 듣고, 느낀 것은 ‘뫼’ 철학에 묶는데 이미 출판한 『다시 또 봄』 및 앞으로 출판할 책은 이에 해당한다.

 

이번 책은 유소년 시절에 멀리서 바라보던 세 개의 큰 산, 사천시 와룡산과 하동군 금오산과 산청군 지리산 천왕봉을 축으로 한 자전적 에세이이다. 그리고 교수 생활을 마감할 무렵에 수행했던 지적 봉사활동에 대한 회고와 짧은 거리 여행 단상 등이 수록되었다.

 

2. 기존에 출간된 유사 도서들과 어떤 점에서 차별성이 있는지?

 

차별성을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나는 나름대로 이런 글쓰기를 지향하고 있다. 굳이 말한다면 이걸 차별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나는 나의 글이, [남들도 언급했음 직한 평범한 주제나 사물에 대해 말하는데도 색다른 눈으로 본 것 같은 글이었으면, 일상 언어를 사용하는데도 통찰력이 있는 글이었으면, 특별한 기교가 없는 담백한 표현의 유연한 글이었으면, 추상적인 것을 말하는데도 구체성을 잃지 않는 글이었으면, 이야기할 만한(telling) 스토리(story)가 있는 글이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2021년 1월 1일 밤에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해가 바뀌면 생각이 좀 달라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어제의 그날이 오늘의 그날이다. 깎인 손톱보다 조금 더 큰 달이 밤하늘에 걸려 있다. 시간을 보람 있게 보내야겠다는 욕심이나 부담이 지금 내게도 없다." 이는 이번에 나올 책 『와룡산, 블루 수채화』 <책꼬리에>의 마지막 언급이다. (2021/07/19/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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