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13
밭일과 글 쓰는 일은 닮았다. 둘 다 손끝으로 내 세상을 일구는 일이다.
밭에선 잡초를 뽑고 씨앗을 심고 가꾼다. 글에서는 군더더기를 걷어내고 생각의 씨를 심는다. 햇살 아래 흙먼지에 절은 손이, 밤에는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이 된다.
이중의 수고이지만, 나는 그 속에서 균형을 배운다. 삶이 나를 메마르게 할 때 글이 나를 적시고, 글이 나를 허공으로 띄울 때 흙이 다시 나를 땅에 붙든다.
이제 겨울이 되어 밭은 긴 휴식기에 들었다. 흙은 숨을 고르고, 나는 대신 글과 더 오래 마주 앉는다. 긴 겨울밤은 물론이고, 낮에도 더러 문장과 씨름한다. 밭이 쉴 때 나는 쓰고, 내가 멈출 때 흙은 다시 일어날 것이다. 그렇게 계절이 돌고, 문장이 자란다.
이렇듯, 밭을 갈고 글을 쓴다. 땀과 글씨가 함께 묻은 삶, 그게 내 문장의 근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