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댄힐 Sep 16. 2016

Sax Humanities라, 이거 무슨 말?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https://youtu.be/sJqvkshsB1Y

카카오 다음에서 제공하는 <브런치>에 글 쓰는 공간을 마련했다. 나는 지금까지 <블로그>에서 글을 쓴 후 나중에 <티스토리>로 옮겼다. 그러니까 글감을 포착한 후 블로그에서 초안을 잡은 후 교정을 거쳐 마무리하게 되면 이를 티스토리에 옮겨 보관했다. 그런데 이번에 제공받은 브런치는 이 셋 중에서 가장 진보된 글 공간이다. 작가가 글 쓰는 데만 치중할 수 있도록 기능은 단순화시켜 최적화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 폰과 호환도 잘 되고. 작가 등록을 받을 때 심사가 비교적 까다로웠던 모양이다. 탈락 후기가 의외로 많이 올라오는 걸 보면. 아무튼, 이제부터 나는 이 브런치를 나의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으로 삼을 예정이다.

거듭된 숙고 끝에 나는 브런치의 <매거진 1>의 제목을 ‘Sax Humanities’로 잡았다. 색소폰을 통하여 ‘삶의 무늬’ 혹은 ‘사람의 결’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하려는 나의 글 작업 바탕에 깔 책은 다음 두 권, 즉 『채근담(菜根譚)』과 『색소폰의 달인이 되기 위한 100가지 팁』이다.


『채근담(菜根譚)』은 1644년경에 만들어진 책으로, 간소한 삶 속에 진정한 인생이 있음을 말한 잠언집이다. ‘채근담’이라는 제목은 ‘감자나 무처럼 맛있는 이야기’라는 뜻으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잠언집으로서 359개의 단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집 225개, 후집 134개로 나누어져 있는데, 후집은 특히 한거(閑居)의 즐거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채근담은 ‘연구실’ 열쇠를 반납하고 악양의 지리산 언저리에 ‘작업실’을 마련한 후부터 꾸준히 읽고 음미하는 책이다. ‘황토실’을 따로 지은 후부터는 그 봉창 턱에 두면서 자기 전에 펼친다. 펼치면 곧바로 잠이 오긴 하지만. 황토방이라 부르지 않고 황토실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게 단독 건축물, 이른바 별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황토 채라고 부를 수는 없어 실(室)의 붙였다.


산기슭 생활을 하면서 동양 고전 중에 채근담을 택하게 된 것은 우선 책이 있어서이고, 그다음으로는 중국 고전 중에 작품 연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며, 또한 ‘감자나 무처럼 맛있는 이야기’라는 뜻의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이다. 우리 집 식탁에는 대체로 우리 밭에서 가꾼 채소나 밭 주변의 우리가 가꾸지 않은 풀들이 반찬으로 오른다. 그래서 채근담은 글이지만 내 반찬이 되기도 하는데, 씹으면 냉이 뿌리 나물처럼 씹을수록 맛있다. 특히 채근담의 후집에서 말하는  ‘한거의 즐거움’은 내 지향과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다.


『색소폰의 달인이 되기 위한 100가지 팁』은 ‘이렇게 하라’는 지시 위주의 교본이 아니라 한계에 부딪쳤을 때 ‘이렇게 하면 좋을 것’이라고 권유하는 풀이 책이다. 말하자면 일종의 색소폰 인문학이다. 이는 순전히 내가 붙인 호칭이다. 책에는 ‘인문학’이라는 말이나 ‘인문’이라는 말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여기서 권유하는 그대로 삶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다.


CCR(Creedence Clearwater Revival)의 노래 ‘Cotton Fields’를 먼저 얹는다. CCR라는 이름에는 ‘더러워진 물을 정화한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고 한다. 이들의 노래는 경쾌하지만 반전적 요소가 가 많다고 한다. 1960년대 말과 70년대 당시엔 소음공해라는 비난을 받을 만큼 요란해서 의외로 음악성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기도 했다는데 그때에도 내겐 신나게 들려서 좋았고 그건 지금도 그렇다. ‘목화밭’은 흑인 민요 가수 레드베리가 먼저 불렀는데 남부 목화밭에서의 갖가지 고달팠던 추억도 지금에 와서는 그립다고 하는 내용이다.


삶은 고달프다. 농사를 지으며 살건 도회의 현란한 불빛 속에서 영위하건 삶에는 고통과 눈물과 한숨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지나고 보면 그것들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답게 기억의 창고에 저장되어 있다. CCR의 'Cotton Fields'를 녹음하면서 이것을 글의 프롤로그로 삼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밀정과 기차, 기차 노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