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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댄힐 Oct 21. 2016

노랑 민들레-그대 이 시절에 피어나는 꽃이기 전에…

이연실의 노래 듣기 그 하나

https://youtu.be/cRL-AETl5oA

(노랑 민들레 / 이연실)


① 4월, 사과 꽃 피고 복숭아꽃 필 때 민들레도 핀다. 서편제의 청산도 그 섬 유채꽃도 이때 피고, 악양 지리산 기슭 우리 차나무 언덕 안쪽의 수선화도 이때 꽃을 피운다. 4월, 겨우내 얼고 말라 건조한 이 땅에 봄비 덜 내려도 올망졸망 꽃들을 생명으로 피워 올려 주는 달, 그 4월에 잡초라고도 불리는 풀들 틈에 비교적 큰 꽃인 민들레도 핀다. 



② 하얀 민들레가 귀하다는데 노란 민들레도 귀하다. 그 뿌리가 몸에 좋다는 것이 알려진 후에 빈 봉투와 나물 칼 하나 달랑 들고는, 보이는 족족 민들레를 캐기 위해 눈을 부라리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길뫼재 언덕 이곳에서도 5월이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4월 끝자락에, 민들레는 자기 존재를 슬그머니 알린다. 하지만 노란 민들레도 하얀 민들레도 겨우 몇 그루다. 몇 년 전부터 살피고 있지만 개체 수가 늘어나지 않는다. 지난봄에도 입으로 불어서 민들레 홀씨를 주변에 날렸는데, 그래도 모르겠다. 내년 봄에 얼마나 늘어날는지를.



③ 이연실의 노래를 듣는다. ‘노랑 민들레’다. 이연실을 그리고 있지만, 그의 노래는 쉽게 틀지 못한다. 심중을 관통하기 때문이다. 관통당한 심중이 얼얼함에서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의 노래, ‘새색시 시집가네’와 ‘찔레꽃’, ‘노을’, 둘다섯의 ‘긴 머리 소녀’ 멜로디에 가사를 따로 붙여 부른 ‘이제는 가야지’가 더욱 그러하다. 


④ 1989년 5월 30일의 D 일보 기사를 애써 찾아내었다. 민중 서정시인인 양성우 의원이 자신의 시를 가수 이연실에게 주어 노래 부르게 했다는 내용이었다. ‘노랑 민들레’는 당시 국회의원이던 양성우 시인이 자기의 시 ‘민들레’를 이연실에게 주었는데, 이연실은 이 시에다가 역시 양성우의 시인 ‘진달래’의 일부 구절을 합쳐 가사를 만들고는 곡을 지어 불렀다고 한다. 시 ‘민들레’는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된 넋들을 기리는 일종의 진혼곡으로서 희생된 이들의 넋이 민들레로 부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시라고 한다. 이연실 또한 이 기사에서 “양성우 시인의 시가 서정성이 짙게 깔려 평소 좋아했으며 특히 민들레는 민중의 한을 노래한 시이면서도 동요적인 분위기마저 있어 제 노래 스타일과 잘 맞는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연실은 1989년 이 노래를 만들 당시, "20여년 전의 습작곡에다 이 가사를 붙인 거"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노랑 민들레'의 멜로다는 1969년 경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 해는 내가 군대 가던 해.


양성우 시인과 이연실

 

⑤ 노랫말을 다시 음미한다. 소리 내어 듣는다. “누가 알까. 그대 소리 없는 웃음의 뜻을. 누가 알까 그대 흩트리는 만 가지 꿈을. 어찌 그 입으로 차마, 차마 말할 수 있나. 가시나무숲에 불어 가는 바람 소리만. 그대 이 시절에 피어나는 꽃이기 전에, 숨죽여 밤보다 짙은 어둠 적시던 눈물. // 큰바람에 그대 소리치며 쓰러져 울고, 다시 눈떠 그대 부활하는 노랑 민들레. 살아 겨울 속에 눈물, 눈물 흘릴 일 많았고, 죽어 잠 못 드는 그대, 그대 불타는 눈동자. 그대 동터오는 산마루길 바삐 달려서 넋만 살아 다시 오시는가, 노랑 민들레. 넋만 살아 다시 오시는가, 노랑 민들레.” 그대 이 시절에 피어나는 꽃이기 전에, 숨죽여 밤보다 짙은 어둠 적시던 눈물….



⑥ 서툰 나의 색소폰, 아무리 연습해도 투박함을 지울 수 없다. 그래도 좋다. 이게 내 소리이니까. 투박한 내 소리 ‘노랑 민들레’를 이연실과 같은 심정으로 이 땅의 민주화 과정 희생자들에게 바친다. 또 바친다. 팽목항의 세월호 어린 학생들, 선생님들, 일반인들에게도 또 광화문의 농민 백남기 님의 영전에도.




                                          노랑 민들레-이연실 작사 작곡 노래


누가 알까 그대 소리 없는 웃음의 뜻을 / 누가 알까 그대 흩트리는 만 가지 꿈을 / 어찌 그 입으로 차마, 차마 말할 수 있나 / 가시나무숲에 불어 가는 바람 소리만 / 그대 이 시절에 피어나는 꽃이기 전에 / 숨죽여 밤보다 짙은 어둠 적시던 눈물 // 큰바람에 그대 소리치며 쓰러져 울고 / 다시 눈떠 그대 부활하는 노랑 민들레 / 살아 겨울 속에 눈물, 눈물 흘릴 일 많았고 / 죽어 잠 못 드는 그대, 그대 불타는 눈동자 / 그대 동터오는 산마루길 바삐 달려서 / 넋만 살아 다시 오시는가 노랑 민들레 / 넋만 살아 다시 오시는가 노랑 민들레.



(맨 위 그림 두 개는 길뫼재 언덕의 민들레. 그 아래 사진들은 2004년의 거창의 어느 사과 밭 아래의 노랑 민들레. 나는 여기서 본 이후에 이처럼 많이 핀 민들레를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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