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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댄힐 Aug 06. 2017

출발, 로마로​

15박 17일의 로마-아씨시-바티칸-베네치아-알자스-밀라노

6월 17일 토요일부터 7월 3일 월요일까지, 15박 17일의 가족 여행 기록이다. 딸 셋, 사위 둘, 우리 내외 등 7명이 함께 하는 여행이다. 삶의 현장에서 바삐 뛰고 있는 자녀 중 한 명이라도 회사 일로 막판에 출발하지 못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약간 있었지만, 빠짐없이 다 출발할 수 있었다. 오히려 걱정거리는 우리가 제공했다. 지난해 말에 편이 팔에 심한 골절상을 입어 제법 긴 치유 기간을 가져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4월 출발 예정으로 여행 계획을 짤 때였다. 집안의 혼사가 4월에 잡히는 바람에 여행이 6월로 연기되긴 했지만, 자녀들은 자기 엄마의 부상 때문에 여행 일정에 차질을 빚지나 않을까 걱정했던 건 사실이다. 아무튼, 부모와 함께 하는 여행을 구상하여 성사시킨 자녀들, 고맙다.


나는 해외여행 경험이 많지 않다. 유럽은 처음이다. 그리고 아무리 천천히 걸으면서 찬찬히 본다고 해도 안목이 짧아 잘 보지 못하거나 본 것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안팎으로 전모를 꿰뚫어 볼 수도 없다. 그래서 보고 온 것을 책 등의 자료에 대입해 반추하면서 공부한 후 글로 만들 생각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써 내려가는 글들은 다녀온 곳에 대한 나의 공부 결과물이다.

6월 17일 토요일 드디어 출발이다. 우리 내외는 10:50분에 김해 국제공항을 출발하여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 큰 아이와 합류한 후 로마로 출발하는데 13:45분에 출발하는 KE 931편이 우리가 탈 로마행 비행기다. 둘째 내외와 막내 내외는 아시아나 기를 타고 우리보다 한 시간 가량 먼저 출발한다. 예정대로라면 둘째와 막내가 탄 비행기는 18:50에 도착하고 우리가 탄 대한항공은 19:25분에 도착하게 된다. 


07:47분에 집을 나섰다. 카카오 택시를 호출하였다. 처음 해보는 콜이다. 10:5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이고 우리 집에서 김해 국제공항까지는 택시로 30여 분 거리이니 이리 빨리 나설 필요가 없었지만, 공항이 비좁아 절차를 밟는 승객이 밀린다는 뉴스를 얼마 전에 보았는지라 작심하고 출발한 것이다. 호출한 택시도 금방 왔고 공항에는 타자마자 도착하다시피 했다. 탑승 절차를 마치니 즉 탁송을 마치고 티켓을 받으니 08:15분이었다. 시간이 남아도 너무 많이 남았다. 출국장으로 들어가라는 안내 방송을 듣고서도 입장하기 전에 Hollys Coffee 점에서 시간을 더 끌었다. 


여행 계획은 맏이를 중심으로 자녀 셋이서 짰다. 그리고 우리가 준비할 것을 수시로 카톡이나 전화로 점검하여 준비토록 했다. 그리하여 출발 일주일 전에는 구글의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인 구글 시트(Via Google Sheets)를 통하여 일정과 예상 비용 등을 공동으로 점검하고 정보를 공유하였다. 맏이를 중심으로 진행한 꼼꼼한 추진 덕분에 나(우리 내외)는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었고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었다. 

자녀들이 설정한 여행 콘셉트는 ‘느긋한 여정’이었다. 여러 곳을 바삐 다니는 것에 급급하지 않고 한 지점에 비교적 오래 머물면서 느리게 걷고 찬찬히 보는 가족 여행을 구상한다고 말했을 때 흔쾌히 동의하였다. 그것은 나이가 든 자기 부모를 위한 배려였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짜인 일정은 로마 5박 6일, 베네치아 2박 3일, 프랑스 알자스 3박 4일, 밀라노 5박 6일 등 15박 17일의 일정이 짜였다.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하여 맏이를 만나 아시아나 항공 라운지에서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한 후 로마행 KE 931편에 탑승했다. 출발, 출발 선상에 서서 한참 기다렸는데도 이륙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한 30여 분 지났을 때 나온 안내 방송은 관제탑에서 OK 사인이 떨어지지 않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기다린 시간이 1시간 30여  분, 지칠 대로 지친 후 이륙하였다. 알고 보니 앞서 출발한 아시아나 항공기도 1시간여 대기후 이륙하였다고 한다. 중국 상공의 노선 혼잡 때문에 그렇다는 안내 멘트가 수시로 나왔지만, 꼼짝 못 하고 기다린 시간은 말할 수 없이 지루했다. 


그런데 로마 다빈치 공항에 도착하여 확인한 사실은, 1시간여 늦게 출발한 앞 비행기(아시아나)는 지연과 관련 없이 제시간에 도착하였는데, 우리가 탄 비행기(대한항공)는 지연된 시간만큼 늦게 도착한 점이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앞선 비행기는 속도를 높인 과속 비행이고 우리가 탄 비행기는 정속 비행이라고 해야 할는지. 물론 대충 해보는 말이지 정색을 하고 하는 말은 아니다. 아무튼, 먼저 도착하여 기다린 둘째와 막내 내외는 다빈치 공항에서 무료한 시간을 1시간 30여 분이나 보냈다.

이렇게 해서 로마의 레오나르도다빈치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 공항은 로마-피우미치노 국제공항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제시간에 도착했으면 공항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지연되는 바람에 어둠 속에 내렸다. 서머타임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밤 9시인데도 그리 아주 어둡지 않았다.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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