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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댄힐 Dec 24. 2017

눈 대신 비

2017년 성탄 전야 오늘

https://youtu.be/2VKdmBAtvDk

아다모의 ‘눈이 내리네’의 가사 말미는 이렇다고 한다. “눈이 온다. 오늘 밤 그대는 오지 않겠지. 모든 것은 절망적으로 하얗다. 슬픈 확신. 추위와 부재. 이 증오할 만한 고요함. 하얀 고독. 그대는 오늘 밤 오지 않겠지.”


지난 금요일 밤의 쎄울 시청 앞 프레지던트 호텔 19층 아이비 홀 수필 문우회·계수회 송년 모임에서의 두 번째 소프라노 색소폰의 소리는 ‘눈이 내리네’였다. 첫 번째는 ‘겨울 바다’, 세 번째는 ‘기차는 8시에 떠나네’였고. 그리고 ‘Feliz Navidad'와 'Sweet Caroline' '안동 역에서’…. 편의 손목 마무리 치료와 겹쳤기에 상경을 포기했다가 당일치기로 다녀온 KTX 왕복 여정, 무리가 따르는 쎄울 나들이였지만 오가는 차 칸에서 한 해를 반추하는 소득도 있었다.

알토 색소폰, 쉽지 않다. 그래도 이건 내가 지속해서 만졌다. 소프라노 색소폰 이건 참 어렵다. 지속해서 만지지도 못했다. 반주기와 함께 큰 악기를 쎄울까지 메고 갈 수가 없어 작은 악기인 소프라노 색소폰을 용기 내어 들고 갔는데 그래도 큰 창피는 안 당했다. 격려를 많이 받았다.

지금부터 연습이다. 뭐? 트럼펫, 그것도 초소형인 포켓 트럼펫! 이걸 지금부터 꾸준히 연습하여 내년 세모 모임엔 이걸 들고 참여한다.

오늘 24일 성탄 전날,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부산에도 내리고 악양 지리산 기슭 그곳에도 내리고 있다. 나라 안팎에서 불의의 재난을 당한 이들의 상흔을 조금이라도 씻어주려는 하늘의 의도인지 눈이 아닌 비! 비록 오염된 빗물이지만 귀한 비여서, 크리스마스이브의 비여서 더욱 좋다.

사실, 악기를 들고 지리산 기슭에서 부산, 부산에서 쎄울까지 올라갈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아주 작은 이 앰프 스피커에 대한 의존이 있었기 때문이다. 겨울이 끝나면 이 앰프와 작은 악기를 들고 산이나 강변 또 바닷가 한적한 곳에 더러 찾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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