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지창, 어색한 이름

삽쇠인 줄 알았는데 사지창?

by 로댄힐

두 개 있는 손도끼가 날이 무디다. 그중 하나를 들고 구례 시장 안의 대장간에 갔다. 구례장의 두 군데 대장간 중 내가 간 곳은 노인이 지키는 대장간이다. 그 앞을 지나칠 때 보면 화로 아궁이에 불은 붙어있는데 받침 쇳덩이인 모루에 달군 쇠를 올려놓고 두드리는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대장간 일감이 그리 많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니겠는가. 아무튼, 손도끼 벼리러 갔다가, 새로 사는 값이나 내가 가지고 간 것을 벼리는 값이나 똑같아서 벼리는 대신 새것으로 하나 사고 말았다.

그런데 진열된 농기구 중에서 눈에 띄는 농사 도구가 하나 있었다. 대형 포크인데 퇴비를 찍어 옮길 때 쓰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몇 해 전부터 내가 구입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던 개량 농기구인 '삽쇠'인 것 같다. 그래서 물어보지도 않고 덜컹 사고 말았다. 아래 숙진암 바위 밭에는 아직도 묻힌 돌이 많아 삽으로는 뒤엎기기 더욱 힘 들어서 언젠가는 삽쇠라고 하는 저 물건을 사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던 터라서 망설이지 않고 손에 잡은 것이다. 날이 무딘 손도끼 벼리러 갔다가 벼릴 것을 벼리지는 않고 대신 가칭 ‘대형 포크’와 손도끼 등 새 물건만 두 개 사들고 왔다. 대장간 주인에게 물어뫘는데 이름은 이름은 듣지 못하고 땅 파는데 쓰는 거라는 말만 듣고 돌아왔다.

가지고 와서 이름을 알아내려고 애를 많이 썼다. 세상의 물건들, 그 물건들 수 만큼 이름이 있다. 그런데 새로운 공산품들도 하루, 한시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구입하여 사용하면서도 제대로 이름을 익히지 못하고 있는 물건도 많다. 이건 농기구도 마찬가지다. 호미나 낫 등 기존의 농기구를 변형, 발전시켜 농사일을 도와주는 물건도 많다. 예를 들면 내가 2년 전에 산 '선 호미'라는 것도 그렇다. 호미는 호미인데 서서 사용할 수 있게 호미자루가 괭이자루처럼 긴 것을 말한다.

05.jpg

사실 내가 ‘삽쇠’라는 이름을 지금 언급하고 있지만 사실 이것도 이번에 내가 산 물건의 이름을 알아내려고 추적하는 중에 알게 된 이름이다. 삽과 쇠스랑의 첫 글자만 따서 붙인 이름인데 삽쇠라는 이 변형 농기구의 용도는 ‘삽의 역할을 하는 쇠스랑’이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개발된 농기구 중에서 ‘쟁쇠’라는 것도 있던데 이것의 의미는 ‘쟁기 역할을 하는 '쇠스랑’이라고 했다. 아무튼, 구례시장 대장간에서 사 들고 온 물건의 이름을 찾아보니 이른바 삽쇠는 아니었다. 삽쇠와는 모양이 비슷했지만 사실은 달랐다. 이렇게 애를 써서 찾아낸 이름은 '사지창'이었다. 도라지를 캐는데 주로 쓰는 거라고 해서 ‘도라지 창’으로 부르기도 했고. ‘사지창’이라, 어째 영 입에 익숙하지 않다. 난 도라지를 심지 않으니 도라지 창이라 부르기도 그렇고.

06.jpg

사 온 사지창으로 감자 심을 곳을 파서 엎었다. 삽으로 파서 흙을 뒤엎는 것보다 좀 더 쉽다. 전체적으로 들이는 힘의 총량은 비슷한데 삽은 힘이 신체의 어느 부분에 더 모이는데 비해 사지창은 힘이 온몸에 골고루 분산되는 것 같다. 운동으로 치면 온몸 운동, 전신 운동이다. 퇴비와 비료를 뿌려 사지창으로 흙을 뒤엎어 이랑을 만드는 건 내가 하고 감자 씨를 묻는 건 편이 했다. 한마디로 사지창으로 감자를 심었다.

(2018/03/14/수)

02 삽쇠.png 삽쇠/삽과 쇠스랑의 준말
03 쇠스랑.jpg 쇠스랑
04 포크.jpg 포크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외울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