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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반, 산 너머 산

매실을 다 딴 후 늘어놓는 푸념

by 로댄힐


매실을 땄다.

어저께 둘이서 다 땄다.

매실이 충분히 익기를 기다려 13일 경에 따려고 했는데

갑자기 내려 쬔 폭염 때문에 떨어지기 시작해 서둘러 딴 것이다.

다른 곳에서는 몰라도 악양 이 지역에서는 6월 6일 현충일이 매실 수확 기준일이다.

이날을 기준으로 상품으로 내어놓을 농가에서는 그 이전에 따고, 자기 집에서 진액으로 담글 사람은 충분히 익도록 며칠 더 기다렸다가 딴다.

우린 후자다.

세상살이, 어렵지 않은 일이 있을까?

농사일, 그중에 어떤 일이 아주 쉬울까?

매실을 딸 때, 매실나무 잎에 붙어있는 쐐기에 쏘이거나 모기에 물리기도 하고,

내가 경험한 바로는 엄나무와 탱자나무 다음으로 매실나무 가지가 성질이 더러운데 이 가지에 긁히기도 한다.

고개를 치켜들어야 하니 목도 아프고, 고글을 쓰고 따면 땀이 차고 벗으면 눈에 뭐가 들어간다.

기온은 또 매실 딸 때면 왜 이리 푹푹 찌도록 급상승하는지.

밭에서 집으로 옮기는 일도 사람 지치게 하는 일!

아무튼 다 땄다.

자고 난 후 아침에 확인한 사실,

나는 벌레와 나뭇가지의 공격을 덜 받았는데, 편은 여기저기 공격받은 흔적이 있다.

그 피습의 후유증은 가려움이다.

쐐기를 피한다고 피했는데도.


살아보니 인생살이도 산 너머 산이던데, 해 보니 농사일도 산 너머 산이었다.

매실 따는 일도 땀 깨나 흘려야 하는 일이라고 푸념했지만, 사실은 남은 일들이 더 중노동이다.

그래도 땀에 젖은 등을 식혀주는 한줄기 바람, 그 바람 쐬는 맛에 오늘도 햇볕 속으로 들어선다.


수확의 양은 갈수록 줄어든다. 나무 개체수도 줄였고 나무 크기도 스몰 사이즈화 했기 때문이다.

지날 해까지는 매실 딸 때 거들어 준 손들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우리 둘이서만 땄다.

25여 그루 매실나무 밭으로 들어설 땐 걱정이 앞섰지만 한알 한 알 따기 시작해 결국 다 땄다.


시작이 반이라더니 시작하니 일이 줄어든다.

산너머 산이라더니 흙에서 뒹구는 산기슭 생활 일은 끝이 없다.

이것 끝내고 나면 저 일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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