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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이 있음에도 외로웠던 적 있나요

파리#7

by 니지

"앞에 앉아 있는데도 왜 난 외로울까"


연인과 카페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잠시 정적이 흘렀고 난 창밖을 바라봤다. 순간 "아, 외롭다"라는 말이 세어 나왔다. 분명 사랑하는 사람이 앞에 앉아 있음에도 외로웠다. 혼자라서 느낀 외로움과는 달랐다. 그때 느꼈다. 외로움도 하나의 감정이 아닌 다양하다는 것을.


혼자라서, 연인이 곁에 있음에도 느끼는 외로움 외에도 가족 혹은 친구 등 다양한 상황들을 마주하면서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외로움의 종류 중 또 다른 외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한국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차원이 다른 외로움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파리 미술관 투어 때 만난 가이드가 이야기했다. "혼자 여행 왔냐"라고 묻던 그는 내게 "한국에서 느끼지 못할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파리를 설명했다. 여자 혼자 3일 이상 파리에 머물게 되면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혼자 여행이라는 것이 '외로움'을 달고 다니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한국에서는 일에 치여, 사람에 치여 그 외로움이라는 것조차 느끼지 못했으니깐. 그 외로움을 느끼고 싶어 나 홀로 여행을 떠난 것일지도 모른다는 자기 위안과 함께.


개선문에서 내려다본 파리


그러나 그 가이드가 이야기한 외로움을 얼마 되지 않아 느꼈다. 파리에서의 넷째 날이자 마지막 날 밤, 개선문에 올라 샹젤리제 거리와 에펠탑을 보기로 했다. 개선문 올라가는 길이 힘들다는 사람들의 말에 겁을 먹고 올랐고 그들의 말처럼 어지럽고 힘들었다. 그러나 그 힘든 것은 야경을 보는 순간 잊혔다.


샹젤리제 거리와 그 옆에 보이는 에펠탑. 파리 시내에 나 홀로 우두커니 올라선 에펠탑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 옆으로 달까지 떠올랐다. "환상적이다"라는 말은 이런 곳에 쓰는 것이라. 거리를 지나가는 차들마저 아름답고 고혹적이었다.


밤 10시, 일제히 한 곳으로 시선이 향했다. 에펠탑이 반짝거리기 시작한 것. 반짝거리는 에펠탑을 바라보다 울컥했다. 주변에 연인들이 많아서 외로운 것이 아니었다. 가이드 말처럼 정말 살아보면서 느낄 수 없는, 말 그대로 뼈에 사무치는 외로움과 마주했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주변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시간이 멈춰 버린 듯했다. 에펠탑만 반짝거렸다. 그러나 그렇게 아름답던 에펠탑이 외로워 보였다. 나 홀로 우두커니 서있는 에펠탑 마냥 나 역시 이 지구 상에 홀로 떨어진 느낌이었다. 오로지 나 혼자.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몸속까지 파고드는 느낌. 내레이션, 글로만 접했던 그 감정을 고스란히 느꼈다. 하지만 그 외로움을 회피하고 싶지 않았다. 일에 치여 살면서 진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오랜만이었기에. 거짓말을 조금 보태 이야기한다면 진한 외로움 속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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