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8
파리에서 런던으로 넘어가는 날,
노트르담 성당을 보지 못 한 것도 셰익스피어 서점을 가보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오전에 성당을 가보자는 생각으로 호텔에 짐을 맡긴 채 거리로 나왔다. 버스를 타려는 순간 나비고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아쉬움을 남겨야 또 올 거야"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한국에 보낼 엽서를 들고 우체국을 찾아 나섰다. 30분 정도 걸으니 우체국이 나왔다. 그러나 문은 굳게 닫혔다. 문 앞에 불어로 공고가 있었고 불어를 하지 못하지만 11시 30분이라는 숫자를 보니 점심시간인듯했다. 우체국의 공고를 보고 돌아서려는 한 프랑스인에게 점심시간이냐 물었고 점심시간이라 1시 이후에 다시 오라고 일러줬다.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 점심을 먹겠다고 문을 닫다니.
근처에 있는 우체국 역시 점심시간이라 문을 닫은 듯했다. 파리의 마지막 날인데 엽서를 보내지 못했다. 그들의 점심시간이 끝난 후에는 런던행 유로스타를 타러 북역으로 향해야 했기 때문에.
결국 성당도, 엽서도 보내지 못한 채 벤치에 앉았다. 3시간 가까이 되는 시간을 어디서 보낼까 하고 고개를 들었고 저 멀리 에펠탑이 보였다. 에펠탑은 매일 봐도, 계속 봐도 좋았기에 숙소 앞에 있는 다리에서 에펠탑을 보기로 했다.
날은 흐렸지만 에펠탑은 여전히 멋있었다. 다리에 나 홀로 서서 바라보는 에펠탑. 너무 낭만적이었다. 누군가 옆에서 함께 이 감정을 공유해 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혼자라서 더욱 좋았을지 모른다. 귓가에 흘러나오는 노래가 그 자리를 더욱 운치 있게 했다.
아무 생각 없이 한 시간 동안 에펠탑만을 바라보다 점심을 먹기 위해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프랑스에서는 주문을 할 때도 무언가 필요할 때도 계산을 할 때도 사람을 부를 수 없다. 만약 한국에서 처럼 "저기요"라고 부른다면 그들은 불쾌해한다. 자신들의 일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들의 여유로운 일상에 조금씩 적응될 무렵, 나 홀로 파리의 만찬을 즐기기 위해 숙소 앞 식당을 찾았다. 한국이었다면 주문한 지 10분도 되지 않아 음식이 나왔겠지만 웨이터는 내게 메뉴를 찬찬히 설명해주며 고를 시간을 충분히 줬다. 그가 추천한 메뉴를 고른 후 테라스에 앉아 와인을 즐겼다. 예전 같았으면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겠지만 핸드폰은 가방에 넣어뒀고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 지도 알지 못한 채 마지막을 만끽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한 입, 두 입. 음식과 함께 여유로움을 음미했다. 2시간 반 정도, 나 홀로 음식을 즐겼다. 시간을 보지 않아 마음 한 켠에는 불안함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유로스타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러나 핸드폰을 보기 싫었다. 그들의 삶에 온전히 동화되고 싶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