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은 너야

런던#3

by 니지

"내게 런던은 너야"


처음 보는 순간부터 느낌이 좋았던 건 아냐. 유럽에서 만난 사람들 중 하나였을 뿐이었어. 그냥 그저 낯가림 있는 아이였어. 그런데 볼수록 내게 특별하게 다가왔어. 말투나 행동 모든 것이 조용하고 조심스러운 너에게 마음이 조금씩 가더라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챙겨주는 모습이 좋았어. 배려하고 또 배려하는 모습이 네 나이 답지 않았지. 아픈 날 걱정하던 네 마음도, 위험한 곳에서 내게 먼저 내민 네 손도 따스했어. 마음까지 따뜻해졌지. 누군가에게 의지할 곳 하나 없는 낯선 곳이었기에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한국이었어도 네 매력에 어느 순간 빠졌을지도.


향수부터 영화, 사소한 취향까지 비슷했던 너와 나. 런던 거리를 헤매도 서로 웃으며 행복했어. 그 길이 좋았고 그 길에서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좋았고 그게 너라서 좋았어.


공원을 산책하고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야경 앞에 맥주 캔을 부딪히며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는 이번 여행에서 좋았던 순간들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야. 좋은 사람과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니깐.


맥주 한 캔, 두 캔을 비웠고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던 노래를 흥얼거렸지. 누가 런던이 로맨틱하지 않다고 했을까. 이렇게 로맨틱한 곳인 것을. 네가 함께 있었기에 로맨틱했던 것일 수도 있지만.


로맨틱한 런던을 선물해줘서 고마워. 너와 함께 한 3일은 내 생애 잊지 못할 날들이 될 거야.


내게 런던은 너야.


런던, 타워브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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